믹스커피를 끊고 원두를 마시다
정 안 되겠다 싶으면 우유를 타 마신다
설탕을 끊을 요량이었지만 먹고 나서도 만족감은 없다
쌉싸름하니 혀끝에 닿는 단맛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건겅을 생각해서...
하루에 한 잔쯤은 커다란 머그잔에 넘치게 담아 얼마나 야금야금 시간을 끌며 먹는지...
쓰레기통에 믹스 껍데기만 봐도 한숨이 나오던 금단 증상은 잘 넘긴 것 같다
아무튼
커피는
어떤 방식으로든 내 삶과 함께여야 한다
눈물, 결핍, 배신, 질투, 눅눅함, 따뜻함, 절망까지
다 감싸안아주고 보태준다
먹는 취향이 제각각인 우리 사무실에 제일 막내
그 친군 설탕대신 올리고당을 구비해 놓는다
식이섬유도 많고 설탕보다 당도도 좋고 맛있다나...
그거 물엿 아니니?...
무식한 내 질문에 라떼를 만들어 줄 테니 먹어보라고...
휘핑까지 쭈르륵 짜주는데
그 찌익... 짜는 소리부터가 설렌다
얼마 만의 달디 단 커피인지...
온도도 적당하고 한 모금 댔다
...!!!
그때부터 내 사물함에도 올리고당이 두세 병
어쩔 땐 아침 밥을 먹는 것도 이 커피를 마시기 위한 의식 같기도 하다
하루 딱 한 잔...
괜찮다 하면서, 안 괜찮아도 이젠 안 된다
심리적으로도 졌다
얼마나 의지하고 위로가 되는지
이놈의 커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