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어떻게 써야 하나...
한번도 본적도 없고
그의 음악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고
그의 저음의 목소리도 무거워 싫었다.
그에 대해 기억나는 건
무한궤도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았을 때
공부도 잘하는 오빠들이 음악도 하네
멋지다 했다.
원조 엄친아를 보는 느낌이었달까...
사춘기 시절 날아라 병아리를 듣고 참 좋았는데
그랬던 그 오빠가 무거운 옷을 입고 주렁주렁 장신구를 하고
아아아아아아~~~ 하고 락을 불렀을 때 싫었다.
저음으로 얘기할 땐 제발 진짜 오빠 목소리로 얘기해줘 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래도 대학가요제때의 산뜻했던 그 모습
살짝 발라드를 불렀을 때의 그 모습을 떠올리며
티비에 나올때나 라디오에 나올 때 오빠 목소리를 들으면
같이 교회 다녔던 교회 오빠가 나온 것처럼 반가웠다.
오빠가 나이가 들어가고 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 오빠가 이해가 되고 안쓰럽기도 하고 지지하고 싶었다.
요즘 방송에서 보는 오빠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오빠도 많이 늙었구나
오빠 그렇게 살쪄도 괜찮아
그 모습도 카리스마 있고 좋아 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뉴스를 읽었다
쿵 했다
오빠는 다시 일어날거야
이것조차도 하나의 에피소드가 될거야
아무리 연예인들이 에피소드를 이것저것 얘기해도
오빠의 병원 에피소드 하나면 다 끝나 하고
덜덜덜 떨면서 얘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부터 오빠는 그냥 독한말도 하지 말고 눈에 힘주지도 말고
그냥 부드럽게 재미있게만 살자... 하고 애원하고 싶었다.
오빠는 사망했다.
대학가요제때 tv를 보며 대상 무한궤도!! 했을 때 와와!!하고 환호햇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날아라 병아리를 들으며 사춘기적 혼돈을 혼자 다독였던 것도 떠오른다.
락을 불렀을 때 오빠 원래 이런 사람이었어?하고 생각했던 것도 기억난다.
노무현을 지지했을 때
나도 노무현을 지지하고 오빠의 말이 맞다고 지지하는데 근데 오빠 어쩔라구 그래 하고 걱정했던 것도 기억난다.
오빠의 가정 인터뷰나 tv에 가족들과 나오는 모습을 보고
오빠 원래 따뜻하고 재밌고 가정적인 사람이구나
그동안 이런 모습 일부러 안 보여 준거지? 귀엽네ㅋㅋ 했다.
그러다가 요즘 방송 나오는 거 조금 보고
오빠도 나이드니까 살도 찌고 아빠 모습이 보인다
오빠 그 모습도 좋다.
체중은 늘었을지 몰라도 뭔가 가벼워 보이는 모습이야
괜찮아 좋아! 했다.
그러다가 얼마 안 있다 오빠는 사랑하는 가족에게 인사도 못하고 가버렸다.
너무 빨리...
아무리 오빠가 목소리를 깔고 멋있는 척을 해도
오빠는 원래는 진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어
그래서 이렇게 사람들이 오빠가 가고 나고 허망해 하나봐
지금은 오빠 보다도 오빠의 가족들이 걱정된다.
부모님 아내 아이들을 놓고 인사도 못하고 가버린 오빠의 마음은 어떨까 싶다.
근데 지금은 그냥 오빠에게 거짓말이라도 걱정하지마 다 잘될거야 하고 말해주고 싶다.
오빠!하늘에서의 오빠의 삶에도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