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해철에 대한 기억 (펌)

나의멘토마왕 조회수 : 2,278
작성일 : 2014-10-28 22:30:03

나는 신해철을 잘 알진 못 한다.
원래 가요에 관심 없어 팬도 아니고...
그런데 잠시나마 만나 봤던 인연으로, 내 동갑인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옛날 생각이 나는 밤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 때 알바로 신해철 1집, 2집 앨범을 디자확인인해 주게 됐다.

같은 학번이라 만나자마자 "야. ** 야. 말 까자. 해철이라구 불러."한다.
도도한 왕자병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탈하다.

일 얘기가 대충 끝나고 나니(근데 왕자병은 맞는 거 같았다. 전면에 항상 지 사진 크게 박아달라는 거 보니... ^^) 갑자기 만화방엘 가잔다.
이현세의 아마겟돈이 글케 잼 있는데 아직 안 봤음 함 보라고...
그렇게 두어 시간 같이 만화를 보고 나왔다.
되게 격의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나한테 자필 사인을 한 앨범을 주겠다고 해서 또 만났는데, "울 엄마가 이거 들으시더니 "한국 믹싱 기술의 승리다. 니 노래도 들을 만하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앨범을 준다.
지금도 자필 사인 앨범들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지금은 듣기도 힘든 LP판이지만...

2집 때문에 또 몇 번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거침없으며 격의없는 친구였다.
몇 번 안 만났는데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대해주고...
대신 자기주장은 무~지 강하다.
입으로 혼자 디자인 다 한다.

그러다 20년 쯤 지나 부산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 선 해철이를 보게 됐다.
평소에 가요는 듣지 않지만 내가 디자인 해 준 앨범들은 꽤 여러 번 들어본 지라 20년 만에 그의 무대를 보곤 '해철이 많이 컸네... 카리스마 장난 아닌 걸... 왜들 마왕 마왕 하는지 알겠다.' 했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사나 멘트도 남다른 데가 있다.
남다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년만에 봤다고 쌩 깔 거 같진 않았지만 바쁠텐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오랜만에 많이 훌륭해진 모습만 보고 왔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몇 번 만나 봤던 사이지만 근자에 중태설이 나돌아 은근 마음 쓰이던 중 오늘의 비보를 접하고 나니 그간의 기억을 새삼 하나하나 꺼내보게 된다.

열심히 산 아까운 친구야. 편히 잘 가라.
내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가다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IP : 110.13.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0.28 10:47 PM (211.55.xxx.97)

    잘 읽었습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한 신해철 목소리 듣고있다가 침울해져서 맘달래려 82에 왔는데 뭔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 2. ..
    '14.10.28 11:45 PM (180.230.xxx.83)

    이젠 다시 만날수 없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부럽습니다
    알고나니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4715 표현의 자유 지나치다니 ‘유신시대 총리’인가 1 샬랄라 2014/11/06 590
434714 주말에 알펜시아 가요. 맛집&볼거리 추천해주세요. 2 나들이 2014/11/06 1,893
434713 올해는 하나도 안춥고 가을이 긴데..ㅠㅠ 5 우울해요 2014/11/06 2,608
434712 한식대첩 전라도분들 ㅎㅎ 13 ㅎㅎㅎ 2014/11/06 5,151
434711 세월호205일) 가족품에 실종자님들이 돌아오시길.. 15 bluebe.. 2014/11/06 548
434710 내가 괜한짓을 했나봐요..오지랍넓은 저를 혼내주세요 9 ,,,,, 2014/11/06 2,235
434709 양배추즙에 대해 문의해요 9 .. 2014/11/06 2,181
434708 라텍스위 온수매트 괜찮은가요? 2 온수매트 2014/11/06 2,696
434707 경기도민.... 8 。。 2014/11/06 1,331
434706 스맛폰, pmp 아이팟 모두 야동보는거 가능한거 맞나요? 1 중딩 통신기.. 2014/11/06 958
434705 만약에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면 조중동이 어찌했을까요 4 진짜 2014/11/06 895
434704 대문의 시어머니들이 마늘, 재래김을 줘서 문제가 아니라.. 20 dma 2014/11/06 2,347
434703 강아지 눈사이에서 진물이 나는듯한데요.. 10 초보 2014/11/06 2,913
434702 다이빙벨 보고왔어요 4 ... 2014/11/06 983
434701 상대가 잘못했는데 내가 미안하다고 하는 것 12 ㅇㅇ 2014/11/06 1,818
434700 제일 기억에 남는 드라마 속 인물은 누구였나요? 76 드라마가 좋.. 2014/11/06 5,253
434699 ‘내부고발 문건’ 되넘겨준 의원실 비서관 수도권매립지공사 ‘보은.. 세우실 2014/11/06 515
434698 신해철 트윗 몇개 옮겨봅니다.. 아들에게 쓴 편지등.. 21 아직도슬퍼 2014/11/06 4,334
434697 냉동꽃게가 한가득입니다 4 선물 2014/11/06 1,725
434696 전세 주소 빼는거요. 3 물음 2014/11/06 690
434695 영어 해석 좀 부탁드려요.(한문장)그리고 영작도 조금만 부탁드려.. 8 해석 2014/11/06 1,426
434694 이번 신해철님 의료사고 관련 다음 아고라 서명사이트 입니다. 13 아이스폴 2014/11/06 1,736
434693 사이버사령관, 대선때 매일 2번 '정치댓글 회의' 샬랄라 2014/11/06 428
434692 겨울되니 죽 만들고 싶은데요... 5 죽만들기 2014/11/06 1,287
434691 살쪄서 생긴 튼살때문에 너무 속상해요 ㅠ 크림 바르고는 있는데 .. 6 ........ 2014/11/06 3,5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