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해철에 대한 기억 (펌)

나의멘토마왕 조회수 : 2,146
작성일 : 2014-10-28 22:30:03

나는 신해철을 잘 알진 못 한다.
원래 가요에 관심 없어 팬도 아니고...
그런데 잠시나마 만나 봤던 인연으로, 내 동갑인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옛날 생각이 나는 밤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 때 알바로 신해철 1집, 2집 앨범을 디자확인인해 주게 됐다.

같은 학번이라 만나자마자 "야. ** 야. 말 까자. 해철이라구 불러."한다.
도도한 왕자병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탈하다.

일 얘기가 대충 끝나고 나니(근데 왕자병은 맞는 거 같았다. 전면에 항상 지 사진 크게 박아달라는 거 보니... ^^) 갑자기 만화방엘 가잔다.
이현세의 아마겟돈이 글케 잼 있는데 아직 안 봤음 함 보라고...
그렇게 두어 시간 같이 만화를 보고 나왔다.
되게 격의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나한테 자필 사인을 한 앨범을 주겠다고 해서 또 만났는데, "울 엄마가 이거 들으시더니 "한국 믹싱 기술의 승리다. 니 노래도 들을 만하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앨범을 준다.
지금도 자필 사인 앨범들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지금은 듣기도 힘든 LP판이지만...

2집 때문에 또 몇 번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거침없으며 격의없는 친구였다.
몇 번 안 만났는데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대해주고...
대신 자기주장은 무~지 강하다.
입으로 혼자 디자인 다 한다.

그러다 20년 쯤 지나 부산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 선 해철이를 보게 됐다.
평소에 가요는 듣지 않지만 내가 디자인 해 준 앨범들은 꽤 여러 번 들어본 지라 20년 만에 그의 무대를 보곤 '해철이 많이 컸네... 카리스마 장난 아닌 걸... 왜들 마왕 마왕 하는지 알겠다.' 했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사나 멘트도 남다른 데가 있다.
남다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년만에 봤다고 쌩 깔 거 같진 않았지만 바쁠텐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오랜만에 많이 훌륭해진 모습만 보고 왔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몇 번 만나 봤던 사이지만 근자에 중태설이 나돌아 은근 마음 쓰이던 중 오늘의 비보를 접하고 나니 그간의 기억을 새삼 하나하나 꺼내보게 된다.

열심히 산 아까운 친구야. 편히 잘 가라.
내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가다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IP : 110.13.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0.28 10:47 PM (211.55.xxx.97)

    잘 읽었습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한 신해철 목소리 듣고있다가 침울해져서 맘달래려 82에 왔는데 뭔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 2. ..
    '14.10.28 11:45 PM (180.230.xxx.83)

    이젠 다시 만날수 없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부럽습니다
    알고나니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1800 미생에서 그래랑 영이가 카페에서 만났을 때 1 그래 2014/10/31 1,443
431799 킹 사이즈 침구 세탁기에 빨수 있나요? 3 14 2014/10/31 1,797
431798 친정 17 슬픈날 2014/10/31 3,752
431797 르크루제컵이나 그릇은 튼튼한가요 6 ... 2014/10/31 2,068
431796 미안하다 좀 많이 ㅋㅋㅋ 8 오과장 대박.. 2014/10/31 2,623
431795 공무원이 잘살아야 나라가 잘 살아요 17 진짜로 2014/10/31 3,066
431794 이 코트 어때보여요? 8 ㅇㅇ 2014/10/31 2,318
431793 보통 시누이 시아버님 장례식장에 가나요? 8 .... 2014/10/31 3,156
431792 동네 이상한 여자랑 한판해도 이상한 여자 되지않아요 2 경험자 2014/10/31 1,469
431791 미생...시작했어요 9 .. 2014/10/31 1,709
431790 오븐 구입하려고 하는데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오븐 2014/10/31 508
431789 집을 사야할까요? 16 올라도 너무.. 2014/10/31 3,472
431788 심플한 작은 숄더백 7 가을 2014/10/31 2,576
431787 신해철씨 유가족들 20 ㅠㅠ 2014/10/31 13,246
431786 남편 이러는거 별론데..제가 이상한건지 3 손님 2014/10/31 1,464
431785 천천히 꼭꼭 씹어먹으면 확실히 살이 덜 찌나요? 7 ... 2014/10/31 2,534
431784 약국들은 대부분 상업적이기만할까요? 12 단골 2014/10/31 1,659
431783 미국은 소포보낼때 어딜 보내던 국내요금이 동일한가요? 4 2014/10/31 917
431782 황교안 법무장관 "휴대폰 감청법 필요" 6 샬랄라 2014/10/31 896
431781 여동생의 손윗동서 위중하다는데... 12 어쩌나 2014/10/31 3,606
431780 마음이 참... 1 놓지마정신줄.. 2014/10/31 636
431779 나를 찾아줘, 임산부가 봐도 괜찮을까요? 17 영화 2014/10/31 2,383
431778 파타데이 매일 써도 되나요 1 파타데이 2014/10/31 1,902
431777 할일 없어서 영화 보는데 '5일의 마중'도 괜찮네요 6 .... 2014/10/31 1,436
431776 삼육두유 이물질 5 ... 2014/10/31 1,9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