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신해철에 대한 기억 (펌)

나의멘토마왕 조회수 : 2,235
작성일 : 2014-10-28 22:30:03

나는 신해철을 잘 알진 못 한다.
원래 가요에 관심 없어 팬도 아니고...
그런데 잠시나마 만나 봤던 인연으로, 내 동갑인 그가 이제 세상에 없다는 사실에 옛날 생각이 나는 밤이다.

어쩌다 보니 대학 때 알바로 신해철 1집, 2집 앨범을 디자확인인해 주게 됐다.

같은 학번이라 만나자마자 "야. ** 야. 말 까자. 해철이라구 불러."한다.
도도한 왕자병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탈하다.

일 얘기가 대충 끝나고 나니(근데 왕자병은 맞는 거 같았다. 전면에 항상 지 사진 크게 박아달라는 거 보니... ^^) 갑자기 만화방엘 가잔다.
이현세의 아마겟돈이 글케 잼 있는데 아직 안 봤음 함 보라고...
그렇게 두어 시간 같이 만화를 보고 나왔다.
되게 격의없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앨범이 나오고 나서 나한테 자필 사인을 한 앨범을 주겠다고 해서 또 만났는데, "울 엄마가 이거 들으시더니 "한국 믹싱 기술의 승리다. 니 노래도 들을 만하네."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앨범을 준다.
지금도 자필 사인 앨범들은 이사할 때마다 들고 다닌다.
지금은 듣기도 힘든 LP판이지만...

2집 때문에 또 몇 번을 만났는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거침없으며 격의없는 친구였다.
몇 번 안 만났는데도 오래 만난 친구처럼 편하고 솔직하게 대해주고...
대신 자기주장은 무~지 강하다.
입으로 혼자 디자인 다 한다.

그러다 20년 쯤 지나 부산대에서 열린 노무현 추모 콘서트에 갔다가 무대에 선 해철이를 보게 됐다.
평소에 가요는 듣지 않지만 내가 디자인 해 준 앨범들은 꽤 여러 번 들어본 지라 20년 만에 그의 무대를 보곤 '해철이 많이 컸네... 카리스마 장난 아닌 걸... 왜들 마왕 마왕 하는지 알겠다.' 했다.
철학과 출신이라 그런지 가사나 멘트도 남다른 데가 있다.
남다르기 위해 항상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년만에 봤다고 쌩 깔 거 같진 않았지만 바쁠텐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까진 없을 거 같아 오랜만에 많이 훌륭해진 모습만 보고 왔다.

친한 친구도 아니고 몇 번 만나 봤던 사이지만 근자에 중태설이 나돌아 은근 마음 쓰이던 중 오늘의 비보를 접하고 나니 그간의 기억을 새삼 하나하나 꺼내보게 된다.

열심히 산 아까운 친구야. 편히 잘 가라.
내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가다니...
가족과 행복한 시간 더 많이 보냈어야 하는데...
우리도 이제 언제든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나이가 됐구나.

IP : 110.13.xxx.37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10.28 10:47 PM (211.55.xxx.97)

    잘 읽었습니다. 진중권의 문화다방에 출연한 신해철 목소리 듣고있다가 침울해져서 맘달래려 82에 왔는데 뭔가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러네요...

  • 2. ..
    '14.10.28 11:45 PM (180.230.xxx.83)

    이젠 다시 만날수 없는 사람과 소중한 추억
    부럽습니다
    알고나니 그를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7208 옷 줄여보신분.. 12 코트 2015/08/27 1,452
477207 엄마모시고 해외여행가려고 하는데 추천해주세요 5 여행 2015/08/27 1,324
477206 원래 에너지 넘치는 애들은 그런가요? 4 cumulu.. 2015/08/27 1,150
477205 좌욕기 대신 비데 좌욕기능 활용해도 될까요 2015/08/27 3,745
477204 이건 우연의 일치일까요? 16 가을 2015/08/27 6,918
477203 다른집 9살 아들도 이런가요ㅠ 7 아들맘 2015/08/27 1,718
477202 고딩 남자 애가 누워있다 일어나면 10 어지럽대요 2015/08/27 3,063
477201 새누리당 주특기..주어없음 또 나왔다 5 김무성 2015/08/27 1,128
477200 다리 삐끗해서 아플때는 한의원? 정형외과? 어디가 좋을까요? 2 ,, 2015/08/27 1,081
477199 머리망쳤어요ㅠㅠ레고 호섭이 머리ㅠㅜ 4 짜증나 2015/08/27 1,227
477198 gnc눈 영양제 주문할까 싶은데요 효과 3 있나요? 2015/08/27 1,696
477197 오피스텔(주거용)도 주택연금 가입된다네요. 오피스텔도... 2015/08/27 1,207
477196 아이들 위주의 생활.... 4 ........ 2015/08/27 1,368
477195 난생처음 클러치 백 사볼까 하는데요 5 갈등 2015/08/27 2,425
477194 결혼식 축의금 할때.. 1 부조금 2015/08/27 1,100
477193 귀농, 귀촌에 관련된 책 있을까요? 11 도시아줌마 .. 2015/08/27 2,671
477192 반팔 반바지 입어도 되나요? 2 궁금 2015/08/27 1,221
477191 비오던 화요일, 마포벙개 주최자가 후기 올립니다~ 16 안개비조명은.. 2015/08/27 3,116
477190 오메기떡 파나요? 5 제주공항 2015/08/27 1,657
477189 공부를 하면 할수록 3 ㄷㄷ 2015/08/27 1,687
477188 머리까지 안아줘 2 나도 2015/08/27 1,072
477187 후쿠시마 원전사고 다큐 '핵의나라 (nuclear nation).. 4 후쿠시마 2015/08/27 1,035
477186 중학영어..어머님들 선생님들 봐주세요 6 궁금해서요 2015/08/27 1,968
477185 저도 묻어서..고등학교 질문이에요.자사고와 강남 일반고 6 저도 2015/08/27 2,075
477184 동국대 주변에서 뭐하며 시간 보낼까요? 3 서울 2015/08/27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