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정도면 살만하네

딸이 갑 조회수 : 2,051
작성일 : 2014-10-27 18:27:10
시댁은 종가이고 저는 맏며느리.
이십여년 전 시집왔을때만해도, 제사때마다 그 많은(종류도 종류지만 그 엄청난 양...) 음식들
만들고, 먹고, 치우고...온 손님들마다 손에 바리바리 음식 싸서 들려 보내는 것도 큰 일이었죠.
음식 장만하는 사이사이 좀 중요한? 손님들 오시면 그때마다 상 한번씩 따로 차려내야 했고 말이죠.
김장때도, 가락시장서 날배추 사다가(이백포기쯤 됐었나?) 절이고 씻고 속만들고 버무리려면
꼬박 이틀은 월차라도 내가며 담가야했었고요.
설엔 그 많은 만두, 일일이 만두피까지 밀어가며 빚어댔죠. 사는 만두피는 맛없다나 뭐라나 ㅡ.ㅡ
그러다 몇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제사준비 중간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상식 봐서 안기는걸 안하기 시작했고(시간 맞춰 오라고
시어머니가 미리 전화를 쫙 돌리셨죠),
진심인지는 몰라도 일단 사양하는 손님에겐 굳이 음식을 싸주지 않구요. 그러자니 음식 양도 줄였죠.
김장도, 해남인가 어디에서 절여오는 배추로 바꿨어요. 정말 일이 반으로 줄었어요.
만두 역시 수년전부터는  찹쌀만두피를 사다가 빚게 되었네요.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바뀌게 된 계기.
어머니의 딸들...즉, 제 시누이들이 하나씩 시집을 간거죠.
저희같이 대대로 내려온 종가는 아니라도
어째껀 제사나 명절을 지내야하는 며느리가 된거예요.
게다가 금쪽같이 아끼고 그 딸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막내딸은
어느집 맏며느리가 됐구요.
시집간 딸들 한번씩 징징대는 소리 들을때마다 뭔가 깨달음이 있으셨던 모양이예요.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지요.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지...별개로 생각하고 고집 안 꺾으실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작년부터 딸들은 김장 안하고 사 먹는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럴 일은 없지만, 대신 딸들에게 김장 한통씩 주시던거, 안 주신다네요.
덕분에 올해는 최소 절인배추 이십킬로는 덜 사도 될듯해요 ㅎㅎㅎㅎ

IP : 14.32.xxx.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7 6:31 PM (122.32.xxx.12)

    이렇게 바뀌는 분들도..있지만..
    안 바뀌는...사람도..
    끝까지..딸은 딸이고..며느리는 며느리..
    울 시엄니가 이러세요...
    정확하게 딱 구분 지어 행동 하신다는...
    님 시어머님이 타고난 성격이... 좋으신분 같다면서..
    저희 시어머님은 타고난 성격도 장난 아니신데 거기에 어마무시한 시집살이가 더해져서...
    장난 아니시거든요...

  • 2. 맞아요
    '14.10.27 6:35 PM (14.32.xxx.97)

    제가 고마워하는 부분도 그거예요.
    수용할줄 아시니까 말이죠.히유...

  • 3. 맞아요
    '14.10.27 6:36 PM (14.32.xxx.97)

    히유...를 붙인 이유는 ㅋㅋ
    시누이들 늦게나마 시집 가 준게 너무 다행스러워서예요 ㅎㅎㅎㅎ

  • 4. 원글님도
    '14.10.27 6:44 PM (93.194.xxx.219)

    그 바뀜에 감사하는 맘을 가지신게 보기 좋네요...

  • 5. 어머나..
    '14.10.27 7:17 PM (58.140.xxx.162)

    그 연세에.. 진짜진짜 흔치 않은 분이세요. 그리 역지사지 하시고 생각만으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을 바꾸시다니요, 그것도 일가친척 여러 명이랑 관계되는 일인데..
    그래서..
    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 있다니깐요^^

  • 6. 어머
    '14.10.27 7:23 PM (14.32.xxx.97)

    진짜진짜 흔치 않은...정도인거군요? 와우~ 더욱 감사해야겠어요 ^^
    저까지는 최선을 다해보려구요.
    하지만 제 며느리들에겐 안 시킬랍니다.. 쉿!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84999 코/목/귀를 최신 내시경으로 볼 수 있는 목동 이비인후과 추천부.. ddd 2015/09/21 1,104
484998 차량용 식탁? 좀 알려주세요 1 질문 2015/09/21 1,167
484997 한우선물세트 추석때까지 어떻게 보관할까요..? 1 ... 2015/09/21 1,687
484996 시돌이 아빠 논현동은 쥐죽은듯 조용하네요. 3 시돌 2015/09/21 3,898
484995 이번 뽕타임 명단 중... 22 쾌락작렬 2015/09/21 14,466
484994 하다하다 이젠 ssy란 말까지...ㅜㅜ 49 없어보인다 2015/09/21 17,004
484993 제수용 생선은 꼭 말려서 쪄야 하나요? 17 맏며느리 2015/09/21 11,096
484992 고양이가 일주일만에 집에 돌아왔어요 16 예삐모친 2015/09/21 5,596
484991 꽃게를 샀는데..이상해요..알려주세요 48 불량주부 2015/09/21 1,812
484990 유산균은 언제 먹는게 적당할까요? 9 ... 2015/09/21 6,799
484989 백화점 물품 구입 취소 기간 1 대하 2015/09/21 1,020
484988 풍년 전기밥솥 써보신분 계실까요? 질문 2015/09/21 2,222
484987 주변에 다낭신이가나 본인이 다낭신인 분 있나요? 신장에 물혹.... 1 2015/09/21 1,931
484986 나이 들어 흰 머리 때문에 집에서 염색하는데... 6 셀프 염색 2015/09/21 3,829
484985 대형마트에서 산 맛없는 바나나 5 ... 2015/09/21 1,852
484984 뉴스룸 중간광고 뺀이유는 뭐에요? 2 dd 2015/09/21 1,126
484983 으..손세정제를 먹다니... 2 ㅜㅜ 2015/09/21 1,329
484982 병역 의무 피하려 한국 국적 포기 - 어떻게 생각하세요? 2 ... 2015/09/21 1,547
484981 엄마가 조금만 일하면 힘이 없고 쉬어야 해요 6 건강최고 2015/09/21 2,628
484980 애먼소리 자주 듣는건 왜일까요? ;;;;;;.. 2015/09/21 967
484979 tumblr 요거 정말 몹쓸 앱 고발해요 4 텀블 2015/09/21 3,205
484978 안녕하세요?82에 고민자주 올리는 딸기입니다,ㅎㅎ 5 딸기라떼 2015/09/21 1,112
484977 새로 취직한 회사에서 사람들과 잘 못어울리고 있어요. 문제점이 .. 49 ... 2015/09/21 7,139
484976 여자들은 안경을 아무도 안쓰네요 31 ?? 2015/09/21 15,312
484975 부처가 윤회를 벗어나게 일러준 방법이 15 있나요? 2015/09/21 4,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