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정도면 살만하네

딸이 갑 조회수 : 1,916
작성일 : 2014-10-27 18:27:10
시댁은 종가이고 저는 맏며느리.
이십여년 전 시집왔을때만해도, 제사때마다 그 많은(종류도 종류지만 그 엄청난 양...) 음식들
만들고, 먹고, 치우고...온 손님들마다 손에 바리바리 음식 싸서 들려 보내는 것도 큰 일이었죠.
음식 장만하는 사이사이 좀 중요한? 손님들 오시면 그때마다 상 한번씩 따로 차려내야 했고 말이죠.
김장때도, 가락시장서 날배추 사다가(이백포기쯤 됐었나?) 절이고 씻고 속만들고 버무리려면
꼬박 이틀은 월차라도 내가며 담가야했었고요.
설엔 그 많은 만두, 일일이 만두피까지 밀어가며 빚어댔죠. 사는 만두피는 맛없다나 뭐라나 ㅡ.ㅡ
그러다 몇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제사준비 중간에 오는 손님들에게 한상식 봐서 안기는걸 안하기 시작했고(시간 맞춰 오라고
시어머니가 미리 전화를 쫙 돌리셨죠),
진심인지는 몰라도 일단 사양하는 손님에겐 굳이 음식을 싸주지 않구요. 그러자니 음식 양도 줄였죠.
김장도, 해남인가 어디에서 절여오는 배추로 바꿨어요. 정말 일이 반으로 줄었어요.
만두 역시 수년전부터는  찹쌀만두피를 사다가 빚게 되었네요.
그렇게 조금씩이나마 바뀌게 된 계기.
어머니의 딸들...즉, 제 시누이들이 하나씩 시집을 간거죠.
저희같이 대대로 내려온 종가는 아니라도
어째껀 제사나 명절을 지내야하는 며느리가 된거예요.
게다가 금쪽같이 아끼고 그 딸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믿을 막내딸은
어느집 맏며느리가 됐구요.
시집간 딸들 한번씩 징징대는 소리 들을때마다 뭔가 깨달음이 있으셨던 모양이예요.
정말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지요.
딸은 딸이고 며느리는 며느리지...별개로 생각하고 고집 안 꺾으실 수도 있는데 말이죠.
작년부터 딸들은 김장 안하고 사 먹는답니다. 
그렇다고 우리도 그럴 일은 없지만, 대신 딸들에게 김장 한통씩 주시던거, 안 주신다네요.
덕분에 올해는 최소 절인배추 이십킬로는 덜 사도 될듯해요 ㅎㅎㅎㅎ

IP : 14.32.xxx.97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27 6:31 PM (122.32.xxx.12)

    이렇게 바뀌는 분들도..있지만..
    안 바뀌는...사람도..
    끝까지..딸은 딸이고..며느리는 며느리..
    울 시엄니가 이러세요...
    정확하게 딱 구분 지어 행동 하신다는...
    님 시어머님이 타고난 성격이... 좋으신분 같다면서..
    저희 시어머님은 타고난 성격도 장난 아니신데 거기에 어마무시한 시집살이가 더해져서...
    장난 아니시거든요...

  • 2. 맞아요
    '14.10.27 6:35 PM (14.32.xxx.97)

    제가 고마워하는 부분도 그거예요.
    수용할줄 아시니까 말이죠.히유...

  • 3. 맞아요
    '14.10.27 6:36 PM (14.32.xxx.97)

    히유...를 붙인 이유는 ㅋㅋ
    시누이들 늦게나마 시집 가 준게 너무 다행스러워서예요 ㅎㅎㅎㅎ

  • 4. 원글님도
    '14.10.27 6:44 PM (93.194.xxx.219)

    그 바뀜에 감사하는 맘을 가지신게 보기 좋네요...

  • 5. 어머나..
    '14.10.27 7:17 PM (58.140.xxx.162)

    그 연세에.. 진짜진짜 흔치 않은 분이세요. 그리 역지사지 하시고 생각만으로 넘어가지 않고 현실을 바꾸시다니요, 그것도 일가친척 여러 명이랑 관계되는 일인데..
    그래서..
    되는 집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 있다니깐요^^

  • 6. 어머
    '14.10.27 7:23 PM (14.32.xxx.97)

    진짜진짜 흔치 않은...정도인거군요? 와우~ 더욱 감사해야겠어요 ^^
    저까지는 최선을 다해보려구요.
    하지만 제 며느리들에겐 안 시킬랍니다.. 쉿!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2212 아침에 아삭아삭 사과 씹는 소리가ㅠ 16 루키 2014/11/04 3,648
432211 라디오광고에서 손범수... 8 뭐냐 2014/11/04 1,638
432210 어그부츠 대신 신을만한 부츠 있을까요? 4 ... 2014/11/04 1,635
432209 토마토찌꺼기 4 열매 2014/11/04 689
432208 동창들이랑 연락하시면서 사시는분들이 넘 부러워요 3 캐롤라인 2014/11/04 1,623
432207 내일 서울쪽 수학여행 가는데 파카입혀야하나요? 6 ?? 2014/11/04 693
432206 삼성을 고발한 김용철씨는 뭐하는지 아시는분 있나요 11 예전에 2014/11/04 4,504
432205 빈혈이 심하면 15 에효 2014/11/04 5,938
432204 반기문 띄우기 반기문 2014/11/04 403
432203 인도의 절반을 점거하고 있는 수퍼마켓 9 ... 2014/11/04 3,124
432202 초3,손톱밑 살을 자꾸 뜯어요. 심각합니다. 6 차니맘 2014/11/04 1,755
432201 양변기 물탱크 도기뚜껑 구할 수 있나 5 양파맘 2014/11/04 6,446
432200 신대철씨가 신해철씨 그간의 사정을 자세히 말해주네요 24 11 2014/11/04 16,801
432199 김태호 ”저는 복귀한다”…최고위원 사퇴 철회 7 세우실 2014/11/04 901
432198 도대체 작년에 산 부츠 대신 왜 들어있냐구요?!!! 4 미춰버리겠네.. 2014/11/04 3,072
432197 절임배추 김장 양념 좀 찾아주세요 6 도와주세요 2014/11/04 2,510
432196 제왕절개도 장유착과 장폐색이 올수있나요? 17 분만 2014/11/04 7,680
432195 목동 현대백화점식당가 1 궁금 2014/11/04 1,491
432194 50~70년대생들이 면제나 방위가 정말로 많았나요? 11 엘살라도 2014/11/04 1,118
432193 직장에 불륜있을때 주변인은 2 Dalia 2014/11/04 2,626
432192 바쁜아침 죄송하지만 답변좀 부탁드려요 1 자동차 2014/11/04 432
432191 지갑 직구 추천 부탁드려요. 누라 2014/11/04 391
432190 9시 등교제, ‘아침이 있는 삶’의 첫걸음 10 샬랄라 2014/11/04 1,539
432189 29분이면 됩니다, 참사 200일 특집다큐 2 ~~~ 2014/11/04 368
432188 2014년 11월 4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2014/11/04 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