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스마트폰을 잃어버린 뒤 통제 불능이 돼 가는 내 맘이 무서워
주말엔 꺼두거나 평상시에도 자제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눈보다 빠른 손놀림을 죽이자니 상당한 스트레스였다
뭐든 고비를 넘기면 술술 넘어가는 단계가 있다
이것도 집착이라면 집착
조금 멀어지니 내가 살 것 같다
없으면 죽을 것 같더니...
맘이 변하는 게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산다는 걸 또 한번 느낀다
그러니 변하고 흐르는 맘은 죄가 없다...
한데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나 전철 안, 혼자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엉거주춤한 내가 싫어 예의 그 "습관"이 나오려고 한다
작은 문고판 책을 사 가지고 다녔지만 왠지 밖에선 집중이 잘 안 된다
반드시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도 강박이 아닐까 싶어
맨숭맨숭 있어보기로 했다
아...힘들다
늘어뜨린 손이 무안하고 어색하다
죄다 고개 숙이고 무언가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구경하다 눈이라도 부딪히면
너나 할 것 없이 싹 돌아선다
외국인들의 그 가벼운 눈인사는 엄두도 못 낼 공기다
귀도 눈도 입도 다 막고 있다
무언의 담이 꼬챙이 같다
처음엔 창 밖으로 시선을 넘기거나 눈을 감았다
이상하게도 감은 눈이 더 말똥말똥하다
이렇게 안절부절할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
스마트폰과 너무 혼열일체로 살았다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욕구...
애인을 이리 사랑했으면 노처녀는 되지 않았을 거다
당장 가방에 있는 걸 꺼내 무지막지하게 애무할 수도 있지만
참았다
적어도 진동 상태인 폰에서 벨이 울리는 듯한 환청은 고쳐야 한다
문자가 오는 즉시 답을 하는 것도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서운해하는 것도
전원이 꺼져있으면 짜증이 나는 것도
머리맡에 항시 켜두고 동침하는 것도
일어나자마자 저절로 얘를 찾는 것도...
좀 멀찍이서 보니 영..아니다
죽어 저승 가는 길도 네비게이션 켜놓고 갈 기세다
5분을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렇다고 치열하고 바쁘게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뭐든 하나가 되려면 어느 하나는 죽거나 빨려들어가 전혀 다른 무엇이 돼야 한다
차라리 내가 나오는 게 낫다
나의 문제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