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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권리금 법제화 ‘와글와글’ 현장

재산권 조회수 : 1,085
작성일 : 2014-10-25 13:37:24
 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96528

[일요신문] 지난 9월 24일, 정부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상가 임차권 및 권리금 보호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을’의 입장에서 권리금을 제대로 못 받고 쫓겨나야했던 세입자들은 환영의 입장을, 반면 건물주들은 재산권을 침해받는 것 아니냐며 적잖이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상가권리금 법제화를 둘러싼 창업시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정부에서 내세운 상가권리금 보호대책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임대인은 권리금 회수협력의무를, 방해할 시에는 손해배상 책임도 물을 수 있게 됐다. 둘째, 특별한 이유 없이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절당해서 권리금을 받지 못했을 때 세입자가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요구할 근거를 마련한다. 셋째, 임대차계약기간 중 건물주가 바뀐 경우 환산보증금 4억 원(서울의 경우)이 넘는 점포는 새 건물주와 1년 안에 계약을 갱신해야 했다. 이 역시 개정안을 통해 환산보증금에 상관없이 모든 상가임차인이 5년의 계약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상가권리금 보호대책 발표에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다. 서울 구의동의 한 카페 운영자는 “과거 건물주에게 권리금을 떼인 경험이 있는데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다보니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었다”며 “이제 합법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고 하니 정말 다행”이라고 환영했다. 서울 종로구 고깃집 운영자도 “자영업자들에게 권리금의 의미는 퇴직금과 다르지 않다. 열심히 영업을 해서 점포의 가치를 높인 대가이고, 그런 노력을 인정받아 받는 것이 권리금이다. 나 역시 권리금을 주고 들어왔는데 나갈 때 한푼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그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법으로 보호받게 됐으니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놨다.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제까지 암암리에 거래되던 권리금이 노출되면서 권리금 양도차익에 대해 지금까지 없던 세금 부과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 점포 재계약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과거 임대차보호법 때처럼 5년 재계약이 보장되면 재계약 시 임대인이 임차료를 큰 폭으로 올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집주인들의 불만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상가 건물주는 “내가 열심히 일해서 소유한 건물이고, 내 재산이 분명한데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임차인끼리 주고받는 권리금에 주인이 협력의무를 져야한다는 것이 황당할 뿐”이라며 “거기에다 손해배상청구까지 가능하다니 앞으로 임차인 선택에 더욱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분쟁이 예상되는, 까다로워 보이는 임차인은 처음부터 들이지 않을 생각”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 강남의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강남 지역 대형 건물 소유주는 기업체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차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편인데, 임차인이 개인인 경우 아무래도 생계가 걸려있다 보니 자잘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권리금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권리금 명도와 관련해 법적인 소송이 발생할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그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개인 임차인과의 거래보다 법인 임차인을 더욱 선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개인이 대형 상권, 핵심 상권으로 진출하기가 지금보다 어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임대인은 임차인 권리금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권리금에 대해 신경 쓸 수밖에 없고, 이는 자칫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임대인 입장에서 높은 권리금은 임차인이 그만큼 주고도 운영을 할 수 있는 여유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는 임대료 인상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자신의 건물에서 임차인의 입김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임대인들도 있다. 지금까지는 건물주가 자신의 건물에 들어올 업종과 세입자를 임의대로 선택할 수 있었으나 개정안에 따르면 종전 임차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데리고 왔을 때 특별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차인에 대한 불만으로 건물주가 해마다 월임차료를 상한선(9%)까지 인상한다면 피해는 다시 임차인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셈이다.

적정 권리금 산정 기준을 두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권리금은 임차인의 호가(부르는 값)로 형성돼 있다. 실제 주고받는 금액은 훨씬 낮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상가 거래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가 손해배상 기준을 만들고 감정평가를 하겠다고 하지만 얼마나 객관적일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이렇게 지적했다.

“창업시장에서 거래되는 권리금은 크게 바닥권리금, 시설권리금, 영업권리금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닥권리금은 정부 표준계약서로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설권리금은 점포인테리어 계약서 금액 대비 5년 감가상각비용을 제외하고 청구할 수 있지만 동일업종이 아니라면 시설권리금 청구가 애매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영업권리금이다. 정확한 방법은 점포에 포스시스템을 설치, 매출자료에 따른 순이익금을 확인하고 월 순이익의 12배 정도를 영업권리금으로 책정하는 것인데 정부가 어떻게 평가할지 지켜볼 일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영세 임차인을 위한 것인데, 임대료 상승이나 세금 부담 등 부작용에 대한 피해는 되레 임차인에게 돌아갈 수도 있으므로 실효성을 높이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모두 수긍할 만한 시행령과 규칙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가권리금 법제화로 임차인들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학가 상권 중 최고는?

건대, 평균 권리금 2억 ‘훌쩍’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 점포라인이 최근 5년간 자사 DB에 매물로 등록된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 홍대, 건대, 대학로 소재 점포 1324개를 조사한 결과 ‘건대 상권’ 점포들의 올해 평균 권리금이 평균 2억 2160만 원(9월 28일 기준)으로 조사돼 3개 상권 중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대 상권 권리금은 2009년까지만 해도 서울 평균과 비슷한 1억 1000만 원대에 머물렀으나 경기불황이 본격화된 2010년을 기점으로 서울 평균 권리금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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