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버지의 50년전 군대 동기를 찾았어요

.. 조회수 : 2,525
작성일 : 2014-10-24 22:29:34

아버지가 귀촌하신지 십년 가까이 되셨는데, 한달에 한번 정도 서울에 일이 있으면 저희 집(딸)에 오세요.

아버지와 남편과 저녁을 같이 먹다가

군대 얘기가 나왔어요. 추억 얘기를 하시는데 듣기 좋더라고요.

그 시절 일부러 전방을 가려고 애썼는데도, 후방에서도 아주 편한데 있었다며.

담당했던 일이 특수했던 일이라, 그때 기껏해야 두명 세명이 같은 막사에서 생활했다고.

그러니 지금처럼 왕따니 그런게 있었겠냐고. 그냥 가족같았다고.

나는 일병이고, 그는 상병이었는데 다림질을 못하는 내 바지까지 고참이 다려줬을 정도로

그렇게 계급관계 없이 친했다고. 순박하고 착했던 그 분이 보고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고향이 어디이고, 이름이 무엇인데, 꼭 한번 보고싶다고 말하는 표정이 좋아서

검색창에 그분 이름과 고향을 쳐봤는데

무슨 카페에 가입을 하느라고

이름과 전화번호 나이가 써 있더라고요.

나이가 차이가 나긴 했지만, 만으로 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

혹시 찾는 그분이 아니어도 그정도 연배가 되신 어른들이니 이해를 해주시지 않을까 해서

아버지가 전화를 하시더라고요.

누구씨 맞느냐, 혹시 고향이 어디 아니냐 했더니

맞는데요. 하는데 아버지 목소리가 그때부터 떨리더라고요.

목소리가 조금 올라가더니 그럼 혹시 미사일부대 있지 않았냐고 하니

맞다고 하니까. 대번에 본인 이름을 대면서 그런 사람 아느냐 물었고

그럼 알지요, 하는 소리에 울컥 하시면서 나 누구다, 너무 반갑다 하는데

옆에서 보던 저와 남편도 찡하고 감격하고 그랬어요.

전화를 끊고도 한동안 흥분을 감추지 못하시면서, 아 반갑다 정말 반갑다 혼잣말을 큰소리로 하시고

그분도 주무실라고 누웠다가 생각지도 못한 반가움에 어떨떨하면서도 반가운 목소리가 전해지더라고요.

아버지가 우리 딸 고맙다며 제게 악수를 건네시는데, 평소같으면 어색해서 피했을 일인데

손한번 꽉 잡아드렸어요.

그냥. 이 기분을 누구와라도 나누고 싶어서요 ^^

IP : 1.236.xxx.16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지나다가
    '14.10.24 10:35 PM (123.123.xxx.84)

    얘기를 들으니
    너무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 2.
    '14.10.24 10:39 PM (118.139.xxx.16)

    저도 코끝이 찡해지네요...
    이럴땐 인터넷의 발달이 고맙네요...

  • 3. 저도 뭉클
    '14.10.24 10:42 PM (115.93.xxx.59)

    그렇게 수십년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분을 찾아주셨네요.....
    제가 다 뭉클하네요

  • 4. ..
    '14.10.24 10:52 PM (59.23.xxx.203)

    글을 잘 쓰시네요. 두 분의 전화 통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고 훈훈해져요.

  • 5.
    '14.10.24 11:49 PM (211.219.xxx.151)

    저 가끔씩 요즘 옛날식 생활방식 주장하면서 통하지 않는다고 투덜거리면 누가 요즘 그렇게 농경시대처럼 사냐고 타박하는데, 실은 저도 가끔은 옛날 그 포용력, 그 순박하게 살아도 위험하지 않았던 그 환경이 문득문득 그립습니다.

    님 아버지도 아마 그 분과의 관계에서 그런 회상하셨을 듯.

    옷, 감격스럽네요, 남의 일인데도...

  • 6. baraemi
    '14.10.25 12:09 AM (223.62.xxx.8)

    그럼알지요 부분에서 울컥. 이 이야기엔 좋은분들만 등장하네요. 행복하세요.

  • 7. 사탕별
    '14.10.25 1:12 AM (124.51.xxx.140)

    짝짝짝~~~
    축하해 드리고 싶어요
    글 읽으면서 찡하면서 눈물이 나네요
    정말 정말 ..
    나중에 아버지가 그분 만나시면 글 올려주세요


    전 아버지가 어릴때 돌아가셔서 그런지 요즘 더욱 더 아버지 글 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나네요
    늙었나,,,, ㅜㅜ

  • 8. 감동
    '14.10.25 6:59 AM (118.220.xxx.31)

    감동적이에요 ㅠㅠ
    얼마나 좋으셨을까 생각하니 찡..

  • 9. qwerasdf
    '14.10.25 11:22 AM (203.226.xxx.108)

    문득 태극기휘날리며에서 형제가 재회하는 장면이 떠올랐어요ㅜㅜ

    코끝이 찡...주말 아침부터 감동입니다ㅜ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5948 민감성 피부에 키엘이나 러쉬 사용하면 괜찮을까요? 8 겨울 2014/12/16 1,924
445947 초등학생 절운동 108배 해도 되나요?( 척추가 휘어서) 6 으샤 2014/12/16 2,458
445946 . 2 재료 2014/12/16 726
445945 땅콩녀와 수첩공주 2 @@@~~~.. 2014/12/16 885
445944 달콤한 비밀에 도우미 아줌마요 4 ㅋㅋㅋㅌ 2014/12/16 1,445
445943 아 옆구리에서 강아지가 코를 너무 골아요 ㅜㅜ 1 ... 2014/12/16 1,593
445942 결혼식 참석 의상 추천 부탁드립니다. 4 부탁드립니다.. 2014/12/16 992
445941 유기그릇 쓰시는분 사용 1 향기 2014/12/16 1,752
445940 900L짜리 냉장고 많이 들어가나요? 3 주부 2014/12/16 1,684
445939 오프라인하고 온라인하고 가격 차이가 날 때 어떻게 하세요? 3 ** 2014/12/16 449
445938 딸아이가 손발이 많이 찬데요. 4 .. 2014/12/16 1,507
445937 땅콩공주도 그네공주앞에서는 을 일뿐... 9 어쩌냐 2014/12/16 1,318
445936 k팝 남소현양 일진설 기사가 났내요 12 2014/12/16 5,773
445935 시슬리 화장품 마일리지제도 잘 아시는 분 계세요? 화장품 2014/12/16 917
445934 비중격만곡증 수술 하신 분 계시나요? 8 딸기 2014/12/16 1,818
445933 기태영은 정말 아까운 배우 같아요 19 // 2014/12/16 9,321
445932 미생의 강소라 몸값이 6배 이상 뛰었다네요 15 2014/12/16 6,268
445931 어린이 스키복 어디서 사나요? 3 +_+ 2014/12/16 867
445930 낮에 만두를 만들어 쪄먹었는데요 5 무지개 2014/12/16 2,019
445929 요즘 tv에 쉐프들 많이 나오자나요 7 mmmm 2014/12/16 1,943
445928 렌트카 쓰는게 일반적인가요? 14 교통사고 2014/12/16 2,129
445927 그래도 박대통령 형제들끼리 우애는 있었군요...jpg 3 참맛 2014/12/16 1,856
445926 다 좋은데 아들은 장가갈 때 돈 많이 들지 않나요 24 엄마마음이뭔.. 2014/12/16 3,805
445925 이민자들의 직업 (이과 말고) 보통 뭔가요? 1 000 2014/12/16 1,191
445924 직장인 7년차 3 연봉 2014/12/16 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