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파서 한 달 정도 병원에 입원해있었어요.
어르신들도 한 달 입원하는 일이 흔치 않은데
스물 일곱 나이에 오래 누워있어서.. 같은 병실 쓰던 할머님들에게
젊은 것이 빨리 나아서 놀아야지..ㅎㅎ 하며
걱정어린 타박도 오래 받다가 나왔네요.
작년에.. 회사에서 사수가 갑자기 그만둬 멘붕오고
짝사랑하던 남자는 결혼.. 부모님은 이혼.. 동생이랑 거의 연 끊다 시피 되고
지구에 혼자있는 듯한 고독감에 외로워 사귀었던 남자와는
참 지저분하게 헤어지기도 했네요.
그때 참 힘들다고 생각했던거 같은데
길게 아파보니 그런 것들도 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인간관계.. 전전긍긍했던 부분들.. 남들 시선에 괴로워하고 힘들어하고
좋은 딸 좋은 친구 좋은 여자 좋은 선후배가 되려고 애썼던 순간순간들이
참 후회스러웠어요. 나는 왜 나를 위해 더 열심히 살지 않았을까..?
왜 내 몸을 위해 밥을 더 열심히 먹지 않았나
아플 때 더 쉬어주지 않았나
왜 나에게 상처주는 사람들에게 더 당당하게 되받아치지 않았나
언제나 내 노력이 부족하다고.. 채찍질만 해왔던 스스로에게
사과하고 또 사과하게 되더라구요.
지금까지 혹사시켜서 너무 미안해.
앞으로는 정말 잘해줄게.. 그런 마음.
요즘은
맛있는 밥을 먹을 때도 행복하고
충분하게 잠을 잔 어느 날에도 감사하고
무사히 동네 산책을 다녀온 날에도
오늘 하루 이렇게 외출할 수 있는 컨디션에 벅차오르네요.
예전에는 몰랐던 정말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
새싹이 피어나 낙엽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그저 주어진 하루하루를 내 식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는 연습 중이에요.
82님들 좋은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