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0년대 후반생입니다.
주위를 둘러보거나 미디어를 통해보거나 하며 느낀 것은
80년대생이 사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특히 80년대 중후반 이후의 세대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 삶의 방식은
이전에 비해 얕고 천박하고 거의 획일화 되었습니다.
복받은 시대에 태어나 잘먹고 잘살며 나만의 개성을 누리고 사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미디어를 통해 이미지만을 뒤집어 쓴 착각일 뿐이며
그 착각을 드러내는 유용한 방법으로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이 소비됩니다.
80년대 후반즈음에 태어나 방송국에 이제 막 입사한 아나운서들은 무식합니다.
80년대 후반즈음에 태어나 미술작가로 입문했다고 요란한 이들은 작가적 고민보다는 눈칫밥으로 익힌 감각에 치우칩니다.
80년대 후반즈음에 태어난 이들에게 인내는 사치요 정공법은 무식한 것이요,
가장 행복하고 잘났다고 믿어지는 천박한 기준으로 (내)몰리는 것이 옳다고 믿어지며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면 온갖 포장지만을 애처롭게 뒤집어써도 서로를 속고 속일 수 있는 시대입니다.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런 배짱과 인내, 뚝심을 지닌 이들을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이지 그녀의 재능때문만이 아닙니다.
엄마아빠가 떠먹여 주는 밥숟갈을 넙죽넙죽 받아먹고 자란 세대,
우리는 모두 벌집처럼 똑같이 생긴 아파트에서 자라
행복은 뭐가 됐든 더 가진자에게만 선착순으로 배분되는 무엇이라고 배우며 자란 비극적인 세대입니다.
네, 우리는 행복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학벌, 잘만난부모, 좋은 직장, 잘난 배우자와 같은 단어밖에 대입시켜 볼 줄 모르는
천박한 20대입니다.
낭만을 잃은 대학가, 사랑을 잃은 결혼, 진심을 잃은 편지, 개성을 잃은 얼굴, 고민을 잃은 독서, 소명을 잃은 꿈.
두고보십시오.
알맹이를 품을 잠재력을 가진 이들조차 제대로 구원해 줄 부모도 스승도 부재한 사회,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니 그만이라면 비관적이지는 않을테지만
적어도 저의 시대는 파편적인 정보만이 넘쳐나 굵직한 역사는 잃은 재미없는 시대가 되고 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