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될 줄 알고 대한극장 예매까지 했는데...)
영화 자체가 스포라고 우습게 생각하면 오산 오산 큰 오산.
웬만한 스릴러 쯤은 우습게 찜쪄먹을 서스펜스로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보여줍니다.
이건 영화 자체로 성공적인 작품이구요.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겠더군요.
마이클 무어와 비교하기도 하던데
이상호감독은 마이클 무어처럼 개입하거나 흐름을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그나마 충격을 줄이고 지극히 냉정을 유지하는 걸 느꼈고
어떤 점에선 많이 봐 줬다 싶기도 했습니다.
다들 아는 얘기, 아니면 이젠 피곤해서 외면하고 싶은 얘기일지도 몰라요.
저는 세월호에 대한 건 정말 깨알도 다 수집해서 되씹는 인간입니다.
그만큼 누구보다 알만큼 아는 사람이라는 거죠.
이런 저를 보기좋게 뒷통수 빡 친 영화입니다.
어쩌면 세월호 전체의 아주 일부에 불과할 다이빙벨에
세월호의 본질과 진실이 다 담겨있다는 걸 치밀하게 보여줘요.
어떤 주장도 웅변도 없어요.
단지 사실의 재구성을 통해서 이 엄청난 사실을 우리 눈 앞에 들이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많은 것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무력하게 감춰지고 있지만,
그 맥락을 선명하게 확인하게 됩니다.
그들이 얼마나 천연덕스럽게 유가족들을 기만했는지
그 쌩얼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그런 기만조차 하지 않죠. 유가족을 마음대로 짓밟고 있으니까요.
어쩌면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일지도 몰라요.
지금은 비록 지는 것 같고, 희망이 없다고 좌절한다면
이 영화를 보고 다시한번 마음을 다잡으시길 바랍니다.
적어도 아무리 은폐하고 조작하고 족쇄를 물려도
절대 지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힘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치열하게 자기의 자리에서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뭘 해야할지, 뭘 할 수 있을지,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지
무기력해진 분들...
권력이 학살한 304명과 아직도 올라오지 못한 열 명과
그 유가족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굳게 결심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우린 절대 지지 않겠다고.
끝까지 잊지 않고 함께 하겠다고.
냉정하게 보던 저도 쓰러뜨린 마지막 장면.......
꼭 보세요.
이 영화를 못 보게 막은, 세월호의 범죄자들에게 복수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