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울증과 빵...

갱스브르 조회수 : 2,122
작성일 : 2014-10-21 11:25:34

한 번 맘이 곤두박질치면  그 충격에서라도

다시 원상복구하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내 마음 나도 모른다지만 대충의 데이터는 나온다

그쯤이겠지..이쯤이구나..하는 가늠으로

마음의 블랙홀에서 잘 빠져나왔는데

이번엔 좀 길게 갈 모양이다

게다가 너도나도 외롭고 휑한 주파수를 가지고 있는 탓에

심심한 넋두리로 공감을 얻는 것도 나쁘진 않다

문제는 맥없이 줄줄 흘러나오는 말에는 파워가 없다

지치고 더 갈증이 난다

차라리 아무 말 없는 벽을 보고 시간 떼우는 게 생산적일 때도 있다

우울증이 무서워 성급히 밖으로 도는 건 도리어

더 확실한 울증의 깊이를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볕이 좋은 날에도 귀찮아 외출을 안 하는데

어제, 오늘 비가 잘 온다

우산 쓰고 동네 한 바퀴 돌다가

카페에 혼자 앉아 있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자리는 텅텅 비어있는 그 큰 카페

여자는 창가쪽에 앉아 밖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다

대번에 전파가 온다

외로움과 커피

점원 한 명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전경이 정물화 같다

한 블록 더 내려가다 보니 매장 물건을 정리하는 이쁜 언니가

발을 삐끗하며 뒤로 발라당하는 찰나 나는 비켜갔다

그러니까 그 다음 장면은 꽈당 아니면 주변의 무엇을 잡고 십년감수했을 거다...

근데 하필 그 타이밍이 너무 기가막히다

그 언니의 당황스런 표정..0.01초에 일어날 법한 액션이 포착되는 순간

우린 눈도 마주쳤다

우산으로 내가 왜 민망해 얼굴을 가렸는지 원...

한 바퀴 그리 휘휘 돌고

파리바게트에 들어가 얼마 전부터 눈독만 들이고 참았던

순수 우유 케익을 샀다

아무 데코레이션 없는 100% 우유 케익

크림 레이스도 과일도 초코렛 표지판도 없는 얼핏 보면

케익이 만들어지는 과정 3쯤에 해당되는 그런 모양...

정말 우유가 빵으로 둔갑했다

누군 스트레스 받으면 양푼에 고추장 넣고 쓱쓱 비벼 입이 찢어질세라 먹는다지만

난 아주아주 느끼하고 따뜻하며 다정한 음식이 땡긴다

낙서 가득한 맘의 벽에 이 우유케익으로 도배를 한다

엄청난 열량을 먹었으니 적어도 스쿼트 300개는 해야 한다

걱정이 밀려오자 생기가 난다

참 ...인간의 맘이란

...

IP : 115.161.xxx.20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직딩아짐
    '14.10.21 11:36 AM (59.1.xxx.104)

    우울한 직딩 아짐은 님이 좀 부럽습니다.......
    그닥 할일은 없는데 꼼짝 않고 앉아서 견뎌야하는....ㅠㅠ
    그래도 님이 말씀하신 풍경을 그려보니 위로됩니다.

  • 2. girlspirit
    '14.10.21 11:43 AM (182.227.xxx.121)

    문학적으로 글을 멋스럽게 잘 적어내셨네요. 감수성이 풍부하셔서 그런 거 같아요.. 저도 비가 와서 그런지 기분이 싱숭~생숭 합니다.. ^^;;

  • 3. ..
    '14.10.21 11:56 AM (1.225.xxx.163)

    그 케익 맛있어요..신제품 초코맛도 나왔던데;

  • 4. 가을
    '14.10.21 12:53 PM (1.246.xxx.85) - 삭제된댓글

    글이 참 깔끔하고 담백해요...저도 님처럼 좀처럼 헤어나오지못하고있네요 그래도님은 우산들고 나가셨네요 와우...전 아직도 수면바지에 노트북 껴앉고 이러고있네요ㅠ

  • 5. . .
    '14.10.21 3:45 PM (59.10.xxx.59)

    저도 우산쓰고 크게 한바퀴 돌다왔어요.
    근데 집으로 오는 길에
    뭘 먹을까란 생각으로 ^ ^;;;
    집에 들어오자 마자 꼬리치는 강아지 본척도 않고
    냉동실 깊숙히 숨겨뒀던 국물떡볶이 꺼내
    오뎅 크게 썰고 남편이 또 책장 위에 숨겨놨던 짜파게피까지 찾아내
    함께 먹었어요.
    배가 부르다 못해 아프네요.
    저 다시 나가야겠어요. 두바퀴 돌아야해요 ^ ^

  • 6. ...
    '14.10.21 5:15 PM (59.14.xxx.217)

    싱글 때 마음 울적하면 파리 바게뜨 가서 부드러운 빵 사먹으면서 맘 달랬던 거 생각나네요.
    덕분에 살 많이 쪘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애 키우면서 직장 다니는 거 너무 힘들어 우울감 느낄 시간조차 없는 것 같아요.
    바빠서 그런지 요즘은 우울하다고 빵 먹지는 않는 것 같아요.

  • 7. 글이 너무 재밌어요
    '14.10.21 5:41 PM (125.132.xxx.243) - 삭제된댓글

    작가이신가요?
    오늘 딱 제맘과 같은 이 글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3260 앞으로 대한항공은 안녕~ 6 조용히 2014/12/09 1,099
443259 오늘 롯데월드 가는데.. 10 덜덜 2014/12/09 2,251
443258 퍼스트트린트먼트에센스 추천해주세용 2 화장품 2014/12/09 684
443257 번역일이 힘들다는데... 21 age 2014/12/09 3,190
443256 15년 직장생활/직장내 호칭 혼란스럽네요. 11 연장자 2014/12/09 2,090
443255 잡채당면요 의외로모르시는분이많아서 13 잡채당면요 .. 2014/12/09 7,257
443254 현직 기장 ”땅콩 리턴, 대통령도 못하는 일” 外 9 세우실 2014/12/09 5,222
443253 장한나 사라장같은 재능이면 3 ㅁㄶ 2014/12/09 1,769
443252 [감동]차별에 대처하는 미국인들 3 블루바드 2014/12/09 1,039
443251 회사생활 오래 하신 분들 이럴경우 어찌 처신 해야 할까요? 2 lll 2014/12/09 868
443250 유럽에도 블랙프라이데이 같은 행사?가 있나요? 1 직구 2014/12/09 1,870
443249 입주청소 vs 도우미 청소...... 어떤게 나을까요? 5 이사청소 2014/12/09 3,615
443248 포도주 거른 찌꺼기 음식물 쓰레기 맞나요? ㅎㅎ 2014/12/09 446
443247 에피큐리언 도마 논슬립 위생적일까요? 3 도마 2014/12/09 2,146
443246 맛있는 밥을 만드는 냄비는 어떤건가요? 2014/12/09 390
443245 오리털 패딩은 한철밖에 못입나요 13 2014/12/09 3,370
443244 오토비스 무게감 ㅠ 2 아휴 2014/12/09 1,062
443243 화이트벽지하신분들..어떤거 하셨나요?추천부탁요, 2 너무많아 2014/12/09 729
443242 며칠 고민 했는데 해결했네요 2 타이밍 2014/12/09 859
443241 항공기 사무장의 역할 3 마일리지 2014/12/09 4,902
443240 동생이 이번에 수능쳐는데... 2 레드블루 2014/12/09 1,401
443239 땅콩사건은 제보한건가요? 어떻게 세상에 알려진건가요? 1 궁금~ 2014/12/09 3,450
443238 청담 에이프릴 방학특강 2 청담 2014/12/09 1,843
443237 어린사람이 저를 여자로 호칭한다면 3 2014/12/09 769
443236 도마의 갑은 뭘까요? 1 세트? 2014/12/09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