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 당황스럽네요. 아니 마음이 아파요.
길냥이 밥을 주게 된지는 한달이 채 안되었네요.
우연히 집에 오는 중에 옆동 아파트 옆쪽에 자전거 보관소가 있고 바로 뒷쪽으로 좀 우거진 나무들이 있는데
후다닥 지나가는 고양이가 보여서 가봤는데요 가지 않고 끝쪽 벽에 붙어서서 저를 보고 있는거예요.
여차하면 도망갈 표정으로 또는 뭥미? 하는 표정? 암튼 인사 몇 번 하고 급한대로 집에 와서 저희 강아지들 사료를 챙겨서
물과 함께 갖다놓고 왔습니다.(저는 강아지 두마리 키웁니다. 82에서 많이 배웠지요..)
얼마만큼 주어야되는지 몰랐지만 강아지보다는 많이 주어야 될 것 같아서 대접으로 가득 주었구요.
다음날 가보니 거의 다 먹어서 놀랐구요. 몇일간 강아지 사료 주다가 코스트코에가서 고양이 사료 한포대
사와서 주고 있는데요 지난 주엔가는 사료통 본죽 그릇이 없어지고 물그릇은 엎어져있고 해서 가슴이 철렁@@
했구요, 그 그릇은 바람에 날라갔을까 생각해봅니다.
사람이 그런 것 같지는 않아서요. 그 뒤로는 괜찮았으니까요.
고양이는 저녁때쯤 밥주러가다가 두번 마주쳤는데요 도망은 안가고 좀 떨어져 앉아서
하늘 한번 저 한번 쳐다보고 빨리 가라는 듯한 표정에 인사만 하고 왔지요.
이렇게 비오는 날은 어디에 주어야 할까요. 아님 우산이라도 펴고 그 아래에 놓아볼까요.
아 또 사료양은 얼마나 주어야 될까요.
매일 퇴근하고 밥하고 물 가져다 놓고 지방에 갈때는 좀 많이 갖다 놓아요.
그런데 오늘 오면서 보니 사료가 3분의 1정도 남았는데 빗물에 젖어서 버리고 다시 갖다 놓을려는데
내일 비가 또 온다니 어찌 할까 고민입니다.
저는 우여곡절 끝에 강아지 두마리 키우지만 힘들게 키우고 있습니다.
고양이까지 돌아볼 여력은 없지만 제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일인데 이렇게 매일 밥 준다는게 책임도
못질거면서 잘 하는건지, 나중에 이사라도 가게 되면 고양이는 어찌될까, 어느 날 고양이가 안보이면 또 그 가슴앓이는
어찌 감당해야되나.. 많은 생각들이 그냥 먹이자는 단순함을 치고 올라와 힘들게 하네요.
이 세상 동물들 다 어찌하지도 못할거면서 오지랍만 땅을 덮네요ㅠㅠ
강아지 4년 가까이 키우면서 배운거는 저의 무력함이었네요.
나름 영리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 고양이외 많은 동물들이 즐거움도 주지만 같이 주는 사랑의 고통도
아프더라구요.
이젠 '그냥, 좀 무디게 내 형편되는대로 같이만 더불어 살자'입니다;;
쓰고 보니 영양가?없는 글 부끄럽네요.
고양이 밥주시는 답변 주실 분들 미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