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너무 열이 받아서...
부부 일이라 제 얼굴에 침 뱉기인거 알지만
여기에 하소연 좀 해 봅니다.
글이 길고 구질구질하니 패스하실 분은 넘기세요....
남편과 저는 한 가게에서 일을 합니다. 아직 아이는 없고, 출퇴근은 같은 시각에 함께 합니다.
미혼인 남편 친구가 참돔, 우럭 잡았다고, 저희 집에서 회 먹자고 제게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승낙하고 집에서 먹게 되었습니다. (같은 상황이 전에도 2번 있었고,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저는 가게가 한가해지자, 퇴근하고 집에 가서 오롯이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마트에서 마늘, 고추를 사 와서 썰고 (남편이 마늘, 고추, 채소를 많이 먹습니다.) 과일도 씻어 미리 준비 했습니다.
친구가 가게로 왔는데 이번에는 횟감 양이 좀 적을 것 같아서 매운탕거리로 대가리와 뼈대를 가져왔다 했습니
다. 저는 매운탕 끓여 본 적이 없기에, 매운탕 끓이려면 뭐가 필요하냐 남편에게 물으니
미나리, 콩나물 등이 필요하다 합니다. 그리고 남편은 회 먹다가 양이 적으면 밖에 나와서 2차 하면 된다고
매운탕 끓이지 않아도 된다고 말 했습니다.
남편 친구는 매운탕이 먹고 싶은 듯, 남편의 2번 반복된 매운탕 안 끓여도 괜찮아의 말에는 대꾸하지 않으나
제가 매운탕 재료에 대해 얘기하면 신나게 대꾸하는 모양새가 안쓰러워서
일단, 미나리를 구입할 수 있으면 매운탕 끓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한다고 말 했습니다.
집에 가는 동안 저는 보이는 마트마다 들러서 미나리를 구입하려 했으나 사지 못 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미나리가 있는지 확인하면서 술을 사 간다며
남편과 친구는 집에 먼저 들어가라 했습니다.
남편은 집에 들어와서 거실에다 큰 상을 꺼내 닦고, 쌈채소를 씻고 친구는 회를 뜨고 있었습니다.
저는 집 앞 마트에서 미나리를 구했기에 매운탕을 끓이겠다 했습니다.
제가 기본적으로 음식을 못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처음하는 매운탕이고 또 전라도식 독특한 맛을 원하는 남편이기에
고추장은 어느정도 넣을까? 된장은 어느정도 넣는까? 물어 보며 장준비하고, 매운탕 육수 내고 밥하고...
회를 먹고 있는 중에도 저는 매운탕 육수 내는 것 확인한다며 왔다갔다 했습니다.
저는 술을 잘 마시고 좋아하지만 그날은 술도 회도 얼마 먹지 마시지 못 했습니다. 이것저것 뒤치다꺼리 하느라...
회를 다 먹을 무렵 제가 남편에게 매운탕 육수 간을 봐달라 했습니다.
남편은 귀찮은 듯 “비린내는 안나고, 짜지도 않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채소들(콩나물 미나리 파..)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라 모르겠다”라고 퉁명스레 대답했습니다.
그 표정 행동을 보면서 ‘내가 저꼴을 보려고 이런 수고를 했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완성된 매운탕을 국그릇에 각각 내어 갔습니다.
남편 친구는 평상시에도 저희 부부와 자주 어울려 술 마고, 저랑도 친하게 지냅니다. 남편 친구의 썸타는 분과도 종종 같이 만나구요.
남편 친구가 매운탕 맛을 보고 농담조로 “MSG 없어? 다시다가 나쁜 건 아니야~ 괜찮은데 너무 오래 끓였어~”
이런 식의 말을 했습니다. 저는 남편의 입맛에는 어떤지 궁금해서 남편 얼굴을 쳐다봤는데....
남편은 자기 입에 안 맞으면 나오는 무의식적인 짜증 표정을 짓는데,....
정나미가 떨어질라는 찰나 “채소는 아삭하니 괜찮아. 그런데 한 마디 하자면-” 하며 말하는데,
얼마나 기분이 나쁘던지.......
저는 남편의 말을 끓으며 “됐어. 아무말도 하지마.”라고 했고
그러면서 술자리 분위기가 싸-해 졌습니다.
남편이 기분이 상해서 술을 몇 잔 들이 마셨고, 매운탕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호들갑을 떨며 저에게 “처음 끓인 매운탕인데 비린내도 하나도 안나고 맛있다.
여기에 라면도 끓여 먹어도 되겠다” 는 둥 주저리주저리 비위 맞추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 남편 친구 때문에 제가 화를 누그려뜨리고
남편에게 “내가 오빠 때문에 뭐가 기분 나빴냐면-‘ 이라고 부드럽게 말을 꺼내려는데,
남편이 이번에는 재 말을 막으며 ”말 하지 마“라고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남편 친구는 분위기를 풀려 농담이니 뭐니 주저리주저리 말을 계속하기에
저도 분위기 풀려 농담에 대꾸하고 같이 얘기나눴습니다.
처음끓인 매운탕인데 맛있다 어쩐다하며 라면도 먹고 싶다기에 매운탕라면도 끓여줬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혼자서 계속 술만 마시고 있기에 “계속 이럴 거야~ 오빠가 먼저 내 기분을 나쁘게 했잖아~ 그냥 좀 먹지~”
하니 조금 먹더군요. 포도도 내 주니 다 먹습니다.
남편은 친구에게 다 먹었으니 2차하자고 나가자 합니다.
저는 상을 치우고 그릇들을 개수대에 넣고 음식물쓰레기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이미 나가 버렸고,
남편친구와 남편 들으라고 크게 “왜 나는 빼고 가? 가자고 말도 안 해?“ 하니 남편 친구는 당황한 듯 함께 가자고
대꾸했으나, 저는 남편에게 음식물쓰레기를 주고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남편이 제가 해 준 음식에 썩표 짓는 것도 기분 나빴고, 타인 앞에서 제 음식 평가하려는 것도 이미 기분이 상했는데.
뒷정리마저 하나도 안하고 그냥 나가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맞벌이 부부이고 평상시 제가 식사준비하면 남편이 설거지 합니다. 정말 딱 설거지만.
그것도 안 할 때가 반이지만... 다른때라면 집에 있는 제가 뒷정리하고 설거지했겠지만
그 날은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간단히 2차하고 들어와서는 곧바로 잤습니다.
다음 날 거실엔, 어제 꺼낸 손님상 위에 술병이 그대로 상도 닦지 않은 채 있고,
설거지통에는 전날 회 먹었던 설거지가 그대로입니다.
서로 냉랭한 기운에 밥도 안 먹고 출근해서, 가게에서는 서로 말도 안하고 일만 했습니다.
일 마치고 나서 제가 먼저 퇴근하고 들어왔고, 집 안 꼴을 보니 남편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한 의문이 생겨습니다.
한숨도 나오고, 오기도 생겼습니다.
남편이 바로 퇴근하지 않은 걸보니 술 마시러 나간 것 같은 생각에
저는 저녁 삼아 치킨을 시켜서 소주랑 마시고 있었습니다. 제 몫을 다 먹어가는데, 남편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더니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서 그 치킨이랑 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제 몫은 다 먹어 배가 불러서 제 술잔, 병 치우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나중에 나와보니, 남편은 맥주잔은 개수대에, 치킨은 2조각 남겨서 포장 그대로 상위에, 치킨 무도 남긴채
그것들을 그냥 상 위에 둔채 소파에 누워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휴일엔 남편이 아침 일찍 공치러 나갑니다. 평상시엔 제가 차려주거나, 혼자 챙겨먹거나 알아서 나갑니다.
남편은 혼자 밥 챙겨 먹고, 설거지 쌓아두고 나갔습니다. 저도 외출했습니다.
오후 10시쯤 들어오니 남편은 땀내나는 운동복 세탁바구니에 넣고 자고 있었습니다.
물론, 설거지 및 정리는 되지 않은 그대로 이구요.
계속 따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침밥 챙겨 먹고 설거지 쌓아두고 저는 빵,커피 마시고 그것만 설거지하고.
화장실 청소르를 하다....... 문득 ‘그냥 확 설거지 해 버려?’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싸워도 화장실 청소할 때 되니 화장실 청소하는데 남편은 화장실 청소를 언제 했던가....? (분기에 한번??)
이러니 확 열이 뻗쳐서, 회 먹었던 날 뒷정리는 안 했습니다.
씽크대 개수대에서는 제가 계속 물을 사용하니까 설거지거리에서 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상 위에 치킨은 미라화 돼 가고 치킨무도 무말랭이 돼 가네요.
다행(?)인지 날씨가 하도 건조해서 부패되는 냄새는 없네요. 정말 이런 집안 꼴이라니................... 휴-
저는 안방에서만 생활하고 거실에 나오지 않고 있고, 남편은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고 있습니다.
일주일째 가게에서도 서로 일 적인 말 이외에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제 늦게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니
남편이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공치러 가야하니 옷이 필요한 거겠지요.
꼴을 보니 제가 가르쳐 준대로 세제 사용량, 헹굼 횟수를 하지 않았네요.
하긴 1달에 한번 정도 빨래 널거나 개는 정도나 하는 정도이니 기억이 날 리가 없겠지요.
그리고 본인 옷만 세탁기 돌렸네요. 제 옷은 차치하고, 수건도 안 돌리고요.
‘어쩔 수 없이 내가(남편) 세탁기 돌리지만 반항한다1’ 인가요?
저희는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 분리 수거 굉장히 철저히 하는데
남편이 거실 상 치우며 치킨2조각+종이 포장지, 치킨무+플라스틱을 거실 쓰레기통에 쑤셔 놓은 걸 발견했네요.
‘어쩔 수 없이 내가(남편) 청소하지만 반항한다2’ 인가요?
어제까지 근 일주일은 너무 빡쳐서 부들부들했지요.
예전에 82에서, 아직 불평등한 우리 사회에서 맞벌이는 남존여비라는 글이 생각나네요.
저는 여전히 가게에서도 집에서도 남편보다 더 많이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