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이에요.
먼저 지난주말에 저희 아파트 동에서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애랑 같은 놀이학교 다니는 집이라, 아침마다 버스 태우면서 얼굴 알고 지내는 (그런데, 그 엄마가 항상 바쁜듯해보여 자주 만나거나,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어요) 집이었는데
그 엄마가 외도를 했는지 ㅠㅠ 상대쪽 부인, 그리고 그쪽 친정 사람들로 생각되는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난리를 치고 갔었어요.
아주 여기서 못살게 할 생각으로, 대놓고 망신을 줄 생각으로 온것 같았는데
자세히 적기는 그렇고.
하여간 소문은 거의 다 나버린... 상황이에요.
전 그 엄마와 가깝게 지내지도 않았지만, 매일 아침 얼굴을 보고 지낸터라
월요일날, 은근히 제가 괜히 조심스러웠는데
그 아이가 월 화 수 3일을 등원하지 않았어요.
그만두고 진짜 이사하려나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에 그 아이가 혼자 나와있는거예요.
7살이라, 혼자 나와서 버스 타고 가는건, 솔직히 가능한일이죠.
그래도 혹시 의기소침해할까봐, 혼자 나와서 의젓하게 등원한다고 기특하다고 막 칭찬해줬었어요.
그런데 오늘 저녁을 먹는중에
갑자기 저희 아이가, 오늘 ㅇㅇ가 점심시간에 도시락통 꺼냈는데 난리가 났다고 ...
도시락통에 곰팡이 나서 선생님이 치워버리고, 그냥 접시에다가 먹었어 ! 이러는거예요 ...
세상에 ...
다행히 지금이 한여름이 아니라 망정이지
금요일날 썼던 도시락통을 , 토일월화수 씻지않고 그대로 가방에 두었다가
그 아이는 그냥 오늘 평상시처럼 그 가방을 들고 온거겠죠.
그 엄마가 온전한 정신으로 지금 버틸수는 없겠지만, 그 아이는 무슨죄예요. ㅠㅠ
제가 괜히 속상하더라구요
도시락통 하나 못씼는데, 아이밥은 제대로 챙겨먹일수 있겠나요 ㅠㅠ
일곱살, 세살 남매인데, 세살 여자아이는 더 챙길일이 많을텐데, 하나부터 열까지 갑자기 막 걱정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 밥 다 먹이고
학습지 잠깐 시키고 잠깐 내려가봤어요
밥 안먹었음 데리고 와서 먹여야되나, 별별 생각을 해가며 내려갔는데
아이가 문을 열어줘서 들어가보니, 아우... 집안은 난리난리, 세살 아가는 티비 보고있고
우리아이 친구가 엄마가 있는방에 들어가서 누구엄마 왔다고 얘기하는거 같은데
그 엄마는 인기척도 없고 나와보지도 않아요 ㅠㅠ
제가 뭘 하러갔는지도 모르겠고, 순간 멍! 해져서, 밥 먹었냐고 물어보니 안먹었데요
그러면서, 우리엄마도 안먹어서, 같이 먹어야된다는거에요.
그 엄마가 밥 차려서 같이 먹을 상황은 절대 아닌거같기에
동생 배고프니까 같이 올라가서 밥 먹고올래? 하니까 싫다고해요.
전 정말 그 상황이 너무 낯설어서, 그냥 와야되나... 하고 있었는데
제가 그냥 나갈것 같은 느낌이 있었는지, 엄마한테 물어보고 오겠다고 하더니, 들어가서 뭐라뭐라 혼자 말하고 나와서는
동생한테 , 아줌마네 가서 밥 먹고오자. 하더라구요.
그때까지도 그 엄마는 전혀 기척도 없구요 ㅠㅠ
저야 밖에있어서 못들은거고, 그 아이한테는 고개라도 끄덕여줬을까요? 그랬겠죠 ???
내려가기전에 어느정도 예상은 했던거라,
아이들 밥, 반찬은 대충 남겨놓고 갔었기에, 올라오자마자 밥 차려줬고,
세살 아이는 낯을 가리는데, 그래도 배가 고팠는지 제가 입에 넣어주면 다 잘 받아먹었어요.
그때 저희 신랑이 퇴근해서 왔고
어리둥절 ㅎㅎㅎ 내색은 안했지만 이게뭔가 ... 하는 ... ㅎㅎㅎ
남편한테는 애들 밥먹고 잠깐 놀때, 대충 상황 설명해주고
애들 데려다 주러 다시 그집에 갔는데
이번에도 그 엄마는 흔적도 못보고 (방에 있긴 있는거???)
내일 보자고 하고 나오다가
갑자기 도시락통 얘기 생각이 나서, 도시락통 씻어주고 간다니까, 정말 쏜살같이 가서 가져오더라구요
생각같아선, 집에 가지고 와서 락스 희석해서 좀 씻어주고 싶었는데
아이가 보고있어서, 그 역한 냄새를 참고 ㅠㅠ 세제로 빡빡 . 그리고 끓는물 부어서 소독 시키고 왔어요.
엄마가 기운이 없어서 깜빡 하신것 같다고, 오늘 속상했겠지만 , 이런일도 있을수는 있다고 웃어가면서 농담처럼 둘이 막 얘기하고 ...
그때 그엄마가 나왔는데요
저도 뭐 그 엄마랑 이런저런 얘기를 할 생각도 아니었고, 그냥 인사만 하고 후다닥 나오려고 했는데
ㅠㅠ 그 엄마, 정말 귀신처럼 저한테 목만 살짝 숙이고 화장실로 들어가서는 볼일보고, 다시 방으로 ...
?????
이 상황, 이거 뭐지요 ???
전 올라오면서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멍 ~~~
남편은 니가 언제부터 이렇게 오지랖이 넓었냐 ㅋ 너 지금 되게 어색하다고 ㅋㅋㅋ
그냥 놔두라고 하는데
저는 오늘 하루 애들 밥먹인거밖에 없는데, 괜히 그 애들이 자꾸 신경쓰이네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엄마, 정상생활 돌아올때까지 밥이라도 챙겨줘야 되는지 ㅠㅠ
그런데 기약없이 또 언제까지 그럴수는 없고
그래도 그 엄마도 엄마인데, 자기애들 나몰라라 하진 않겠죠 ?
제가 별 걱정을 정말 사서 하는걸까요?
그런데 도시락통 그냥 들고와서 애들한테 냄새단다는 소리듣고, 무방비상태에서 당해버려 스스로 너무 당황했을 그 아이 생각하니, 오늘은 정말 안챙겨줄수가 없었어요.
신랑은 니가 그 도시락통 오늘 안씼어줬어도
그 집에서 알아서 해결했을거라며
애들이 마냥 어린것 같아도, 내일도 그냥 씻지않은 도시락통을 갖고가지는 않았을거라네요
지 엄마를 정신차리게 해서든
정 안되면 지가 설거지를 해서든
제가 없어도 됐다며,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말라고합니다.
이사람은 원래 아주 냉혈인간이긴 해요 ... 이럴땐 ... ㅎㅎㅎ 일부러 더 냉정하게 말하기도 하구요
아우, 전 자꾸 잠도 안오고, 별별 생각이 다 드네요
어떻게 하는게 좋은걸까요?
아, 참고로
월화수 일은 외할머니 집에 있었는데
거기서도 안좋은 얘기가 나왔는지
할머니가, 엄마 정신차리게 니들이 가서 엄마 챙기라고 했다는데
손주한테 이런말씀 하셨다는것도 전 좀 ... 안타깝더라구요
애들이 무슨 죄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