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글에 올라 있는 백화점에서 봉변 당한 글을 읽고 있자니, 제가 몇달 전에 용인에 있는 모 콘도의 키즈클럽에서 당했던 봉변이 생각나네요.
6월에 지인 가족(부부+5세 남아)과 저희 가족(저+6세,5세 여아)이 콘도에 놀러 갔다가 체크 아웃 후 잠시 콘도에 있는 키즈클럽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고 있었어요(콘도로 저희 가족을 데리러 오기로 한 남편을 기다리는 중이었네요.) 아주 작은 규모의 키즈클럽이었는데, 저희 일행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조금 후에 한 가족이 들어왔어요. 초등1~2학년으로 짐작되는 여자아이, 그리고 6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 그리고 돌 안되어 보이는 남자아이 이렇게 세 아이와 부부였어요.
워낙 작은 키즈클럽이고, 저와 제 지인 부부는 아이들 노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 노는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었어요. 새로 온 아이들의 아빠는 들어오자 마자 키즈클럽 한쪽에 드러누워 자고 있었고, 엄마는 어린 남자아이를 안고 자기 딸들 노는 걸 보고 있는 중이었고요.
제 딸들과 지인의 아들이 미끄럼틀에서 위에서 놀고 있었는데, 새로온 아이 중 초등학교 1~2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미끄럼틀에서 내려 와 자기 엄마한테 가더니 막 울면서 뭐라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왜 울지' 하고서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아이들끼리 부딪히거나 한 일은 전혀 없었어요), 갑자기 아이 엄마가 막 흥분을 하더니 자기 딸을 큰소리로 야단치는 거예요.
"아니 넌 왜 그런 말을 듣고 아무 말도 못해? 너 바보야? 너만 돈 낸 거 아니야. 나도 돈 내고 여기 들어 왔으니 여기서 놀 권리가 있어 하고 큰소리로 얘기했어야지."
제가 깜짝 놀라서 "아니 무슨 일이세요?"라고 물었더니, 그 엄마가 부들부들 떨면서 얘기하더라고요.
"저 아이(제 지인의 5세 아들. 12월생인데다 성장 퍼센타일이 1% 안에 들 만큼 작은 아이라 다들 4세인 압니다)가 글쎄 자기들끼리 놀 거라고 말했다잖아요!"
저희는 바로 아이들 앞에 앉아있었고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제 지인의 아이가 그집 딸에게 뭐라고 직접 말을 하진 않았고, 친구인 제 둘째 딸에게 무언가 얘기하는 것만 봤어요. 그 상황이 무척 황당했지만, 제 지인의 아들이 제 에게 "우리끼리 놀자" 뭐 이런 말을 하는 것을 그집 딸이 듣고 많이 속상했나 보다 생각하고, 저희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사이 좋게 같이 놀아야 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누워있던 그집 아빠가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딸에게 "야, 때려버려!"하고 소리를 지르는 거예요. 저희가 깜짝 놀라 쳐다 봤는데, 그집 아빠는 무척 흥분해서는 "괜찮아, 아빠 있으니까 때려버려!" 하더군요.
무척 놀라서 지금 무슨 소리 하시냐고 대꾸 할까 하다가, 저희나 저희 아이들에게 직접 말한 것도 아니고 자기 딸에게 말한 건데 괜시리 싸움에 휘말릴 듯 해서 저희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밖에 나가서 놀자 했더니, 저희 큰딸이 여기서 더 놀겠다고, 저쪽 가서 기차를 타고 싶다고 버티더군요(한명씩 앉아서 타는 작은 기차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알겠다며, 아이들을 기차에 태웠습니다.
근데 조금 후 그집 아빠가 자기 딸들에게 "너네도 저기 가서 기차 타고 놀아" 하더군요. 저는 바로 기차 앞으로 가서, 혹시라도 저희 아이들이 또 무슨 꼬투리 잡힐 말을 하는 건 아닌가 지켜봤구요(키즈클럽에 있던 젊은 남자 직원 하나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기차를 주시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그집 아이들과 아무말 없이 기차를 탔고, 다들 기차에서 내렸는데, 또 그집 딸이 아빠한테 달려가서 뭐라뭐라 하더니 울더군요.
아 이거 뭐지, 하고 있는데, 그 집 아빠는 "괜찮다니까, 아빠 있으니까 때려버려. 세게 때려." 하더군요. 부인은 아무말도 없고요.
키즈클럽 직원까지 어른 여섯명이 동시에 아이들이 기차 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건 그 집 부모들도 알았을 거예요. 이쯤에서 저는 그 아저씨가 사이코라고 결론을 내리고 여기 더 있다가는 정말 싸움 나겠다 싶어서, 애들에게 나가자고 하고 짐을 챙기고 있었어요.
그런데 반대편에서 그집 아저씨가 큰 딸을 붙잡고 저희 쪽을 쳐다보더니 뭐라뭐라 애기를 하더라고요. 그리고 곧바로 그집 딸이 저희 작은 딸에게 큰소리로 "야" 하며 말 그대로 돌진 하더니 바로 코 앞에서 멈춰 서서 "와악"하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작을 딸이 놀라서 울 듯 한 표정으로 "엄마"하고 불렀고, 저도 놀라서 딸아이한테 갔지요. 그러자 그집 딸은 자기 아빠에게 달려가서 안겼고, 그 아저씨는 저를 보더니 히죽 웃으며 "우리 딸은 아무 짓도 안했어요. 아무 짓도 안했다고요" 하더군요.
기가 막혔고, 또 한편으로 무척 화가 났지만, 일단 놀란 아이들을 진정시켜야겠다 싶어서 제가 조금 큰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습니다. "땡땡아, 저 언니가 땡땡이랑 같이 놀고 싶어서 그랬나 보다. 그런데, 땡땡이는 다른 사람이랑 같이 놀고 싶을 땐 그렇게 놀래키지 말고 가서 같이 놀자,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좋겠어. 알지?"
그 아저씨가 더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 보며 무슨 말을 하는 게 느껴졌는데, 저는 뒤도 안돌아 보고 제 지인과 함께 아이들을 챙겨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범상치 않게 생긴 그 아저씨(뭐 깡패까지는 모르겠고, 건달 정도로는 보였습니다)와 싸움에 휘말려 아이들한테 못볼 꼴 보이겠다 싶어서요.
그러고 나왔는데, 어찌나 심장이 벌렁대던지.. 그날 이후 며칠 동안 순간순간 그 일 생각이 나서 기분이 아주 안좋아지더군요. 그 아저씨한테 뭐라고 한마디 쏘아줄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백화점 봉변 글 읽다보니, 문득 그 때 생각이 나서요. 세상은 참 넓고, 미친 놈들도 정말 많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