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0월 1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597
작성일 : 2014-10-15 06:39:02

_:*:_:*:_:*:_:*:_:*:_:*:_:*:_:*:_:*:_:*:_:*:_:*:_:*:_:*:_:*:_:*:_:*:_:*:_:*:_:*:_:*:_:*:_:*:_

세상에서 가장 낡은 한 문장은 아직 나를 기다린다.

손을 씻을 때마다 오래전 죽은 이의 음성이 들린다. 그들은 서로 웅얼거리며 내가 놓친 구절을 암시하는 것 같은데 손끝으로 따라가며 책을 읽을 때면 글자들은 어느새 종이를 떠나 지문의 얕은 틈을 메우고 이제 글자를 씻어낸 손가락은 부력을 느끼는 듯. 가볍다. 마개를 막아놓고 세면대 위를 부유하는 글자들을 짚어본다. 놀랍게도 그것은 물속에서 젤리처럼 유연하다. 그리고 오늘은 글자들이 춤을 추는 밤 어순과 문법에서 풀어져 서로 뭉쳤다 흩어지곤 하는. 도서관 세면기에는 매일 새로운 책이 써지고 있다.

마개를 열어 놓으며 나는 방금 씻어낸 글자들이 닿고 있을 생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햇빛을 피해 구석으로 몰린 내 잠 속에는 오랫동안 매몰된 광부가 있어 수맥을 받아먹다 지칠 때면 그는 곡괭이를 들고 좀 더 깊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가 캐내온 이제는 쓸모없는 유언들을 촛농을 떨어뜨리며 하나씩 읽어본다. 어딘가 엔 이것이 책을 녹여 한 세상을 이루는 연금술이라고 쓰여 있을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세상에서 오래도록 낡아갈 하나의 문장이다. 언젠가 당신이 나를 읽을 때까지 목소리를 감추고 시간을 밀어내는 정확한 뜻이다.


                 - 이강산, ≪연금술사의 수업시대≫ -

* 서울신문 2007년 신춘문예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0월 15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10월 15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10월 1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9826.html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아이고~ 의미 없다~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

”민주주의 제도에서 유권자 한 사람의 무지는 모든 사람의 불행을 가져온다.”

              - J. F. 케네디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2379 올케가 저희랑 같이 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거절했어요 29 휴가 2015/08/11 18,271
    472378 한달에 400정도 저축하려고 하는데 어디에? 3 이런고민할줄.. 2015/08/11 2,683
    472377 정말 개념없는 인간들때문에 수명이 단축될것 같아요 60 ... 2015/08/11 6,428
    472376 식기세척기있다가 10 ^^~ 2015/08/11 1,686
    472375 대구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소멸시효 만료라니! 그래서 무죄라니.. 3 ... 2015/08/11 1,398
    472374 아줌마부대인지,엄마부대인지 챙피합니다. 3 그저 돈이라.. 2015/08/11 1,814
    472373 요새 강남집값 아직도 상승기인가요?? 3 관심 2015/08/11 2,083
    472372 영어 유치원...더 오래 못 다닌게 아쉬운데.. 9 엄마는노력중.. 2015/08/11 2,397
    472371 아이큐 검사랑 집중력검사는 어디서하나요? 5 알려주세요 2015/08/11 2,068
    472370 아파트 시세보다 2천 싸다고 연락이 왔는데...... 14 햇빛 2015/08/11 3,592
    472369 시집가면 시댁에 뭘 해야 되는 건가요.. 7 ... 2015/08/11 2,185
    472368 안보가 뚫리면 지지율이 올라가요. 2 이상해요2 2015/08/11 876
    472367 이번에 롯데 불매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18 롯데불매 2015/08/11 1,960
    472366 우등생 서민자녀의 올바른 진로지도 9 진로선택 2015/08/11 2,615
    472365 관광통역가이드가 비전이 있나요? 3 DMA 2015/08/11 1,281
    472364 사춘기때 더 안먹는 아이들 2 2015/08/11 1,054
    472363 지뢰 매설 징후 포착하고도 못 막아…감시 ‘구멍’ 外 4 세우실 2015/08/11 1,237
    472362 나이들수록 복음이 깊이 이해되네요 8 hh 2015/08/11 1,800
    472361 비정상회담 맴버 교체 후 12 .... 2015/08/11 4,785
    472360 이런 범죄자가 무죄라니 1 에휴 2015/08/11 805
    472359 산후 1년 6개월 다이어트가 시급한데 좋은 방법 추천해주세요. 5 고민 2015/08/11 1,137
    472358 수박이 쉰맛이 날때 어떻게 처리 해야 하나요? 6 천사 2015/08/11 1,956
    472357 아파트 저층 사시는 분들 12 G 2015/08/11 5,998
    472356 김 부각 튀기려는데 쉽게 잘 하는법 2 ㅇㅇ 2015/08/11 1,128
    472355 자식을 먼저보낸다는건 10 ㅁㅁ 2015/08/11 3,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