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2014년 10월 15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474
작성일 : 2014-10-15 06:39:02

_:*:_:*:_:*:_:*:_:*:_:*:_:*:_:*:_:*:_:*:_:*:_:*:_:*:_:*:_:*:_:*:_:*:_:*:_:*:_:*:_:*:_:*:_:*:_

세상에서 가장 낡은 한 문장은 아직 나를 기다린다.

손을 씻을 때마다 오래전 죽은 이의 음성이 들린다. 그들은 서로 웅얼거리며 내가 놓친 구절을 암시하는 것 같은데 손끝으로 따라가며 책을 읽을 때면 글자들은 어느새 종이를 떠나 지문의 얕은 틈을 메우고 이제 글자를 씻어낸 손가락은 부력을 느끼는 듯. 가볍다. 마개를 막아놓고 세면대 위를 부유하는 글자들을 짚어본다. 놀랍게도 그것은 물속에서 젤리처럼 유연하다. 그리고 오늘은 글자들이 춤을 추는 밤 어순과 문법에서 풀어져 서로 뭉쳤다 흩어지곤 하는. 도서관 세면기에는 매일 새로운 책이 써지고 있다.

마개를 열어 놓으며 나는 방금 씻어낸 글자들이 닿고 있을 생의 한 구절을 생각한다. 햇빛을 피해 구석으로 몰린 내 잠 속에는 오랫동안 매몰된 광부가 있어 수맥을 받아먹다 지칠 때면 그는 곡괭이를 들고 좀 더 깊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그가 캐내온 이제는 쓸모없는 유언들을 촛농을 떨어뜨리며 하나씩 읽어본다. 어딘가 엔 이것이 책을 녹여 한 세상을 이루는 연금술이라고 쓰여 있을 것처럼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세상에서 오래도록 낡아갈 하나의 문장이다. 언젠가 당신이 나를 읽을 때까지 목소리를 감추고 시간을 밀어내는 정확한 뜻이다.


                 - 이강산, ≪연금술사의 수업시대≫ -

* 서울신문 2007년 신춘문예 당선작

_:*:_:*:_:*:_:*:_:*:_:*:_:*:_:*:_:*:_:*:_:*:_:*:_:*:_:*:_:*:_:*:_:*:_:*:_:*:_:*:_:*:_:*:_:*:_

 


 

 

2014년 10월 15일 경향그림마당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1

2014년 10월 15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10월 15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9826.html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아이고~ 의미 없다~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또~하~♬

 

 


 
―――――――――――――――――――――――――――――――――――――――――――――――――――――――――――――――――――――――――――――――――――――

”민주주의 제도에서 유권자 한 사람의 무지는 모든 사람의 불행을 가져온다.”

              - J. F. 케네디 -

―――――――――――――――――――――――――――――――――――――――――――――――――――――――――――――――――――――――――――――――――――――

IP : 202.76.xxx.5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1309 입꼬리 수술 10 ㅇㅇㅇㅇ 2014/12/03 4,969
    441308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많은 의문에 휩싸입니다. 3 많을 것들 2014/12/03 3,144
    441307 타블로 스탠포드 학력위조 재수사 중 96 용산 2014/12/03 30,179
    441306 얼굴 생김새보다 더 중요한 건 표정인 거 같아요 7 표정 2014/12/03 2,641
    441305 쉬운수능은 남얘기 18 안녕 2014/12/03 3,469
    441304 대출이 1억5천이면 해외안가아겠죠? 34 인내 2014/12/03 4,488
    441303 아나운서 박은영 닮았다는데.. 9 ... 2014/12/03 1,900
    441302 중1 여아랑 함께 볼만한 미드 좀 추천해주세요 5 . 2014/12/03 719
    441301 돈걱정이 없는 사람들은 무슨걱정을 하고 살까요..?? 45 ... 2014/12/03 16,632
    441300 튼튼영어 영어테이프 필요하신분 계실까요 2 혹시 2014/12/03 770
    441299 자녀 이름 부모님이 지어주시라는 글... 실수로 원글을 날려버렸.. 3 df 2014/12/03 872
    441298 방풍 조언 좀 주세요... 5 저도요 2014/12/03 1,206
    441297 미국 연봉-생활수준관련해서 여쭤봅니다 5 알려주세요 2014/12/03 2,659
    441296 목주름 없애는게 소원이에요 12 주름 2014/12/03 4,440
    441295 미스 미얀마 '성접대 강요'는 사실이었다.. 1 ... 2014/12/03 1,541
    441294 서울, 집에서 입김이 납니다 ㅜㅜ 추워서 못살겠어요. 39 추워 2014/12/03 8,321
    441293 양현석 서태지와 불화? 햇반을 어디서 싸게 7 공통관심사 2014/12/03 4,074
    441292 피로한 남편..무슨 영양제를 먹일까요.. 7 창공 2014/12/03 2,022
    441291 햇살 좋은 날 부른 가수 죠앤이 사망했대요ㅜㅜ 17 놀래라 2014/12/03 8,863
    441290 막스마라 패딩 따뜻한가요? 15 어부바 2014/12/03 6,383
    441289 핸펀에서 인터넷이 중지되었습니다가 뜨는데 블루넷 2014/12/03 2,017
    441288 예비신랑 지갑속 콘돔이 없어졌어요 16 속상해요 2014/12/03 9,580
    441287 지금 생각하면 신혼때 시어머니가 그랬던게 이해는 안가도 짐작은 .. 8 2014/12/03 2,379
    441286 "유신헌법은 독재다" 발언으로 징역형…42년만.. 2 세우실 2014/12/03 484
    441285 돼지고기 좋아하는 저. 이 글 못보겠어요. 6 인간이 제일.. 2014/12/03 1,5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