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0년이 됐습니다.
결혼생활 동안 남은 건 빚 6000천만원과 아이 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정말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온 것 같은데 아직도 고민만 하고 있는 제가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남편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데 사랑으로 보듬어주면 괜찮아질 줄 알았습니다.
강박증이라고 하는데 정신과 상담은 잘 가지도 않고 겨우겨우 약만 챙겨먹고 있습니다.
남편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을 겁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혼 생활 내내 돈사고 수습한 기억밖에 없습니다.
시부모님께서 마련해주신 1억 넘는 집에서 출발했는데 남편의 빚을 청산하느라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빚만 1억 가까이 있으니 답답하고 한심할 노릇입니다.
남편은 개미처럼 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정신병의 영향으로 무슨 일이든 1년을 채 넘기지 못했습니다.
직장생활은 꿈도 못꾸고 주로 배달일을 해왔습니다.
일이 익숙해질 쯤이면 자꾸 다른 일을 시작하려 했습니다.
머리속에서 누가 다른 일을 해야한다고 자꾸 시킨다고 했습니다.
무시하고 넘어가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 새로운 일은 자본금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빚을 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빚을 채 갚기도 전에 또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또 시작하고...
생활비 못주는 달도 허다해서 카드빚으로 생활하고..
잠잠하게 몇 달 지나면 남편은 저 모르게 2금융, 3금융에서 높은 이자로 또 빚을 만들고..
그렇게 집을 잃고 전세금도 날리고 지금은 시집에 들어와서 살고 있습니다.
저도 일을 했어야 하는데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힘이 들었습니다.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찮았습니다.
시어머니도 정신병을 앓고 있으시고 친정어머니는 동생 아이들을 키워주시느라 말도 못꺼냈습니다.
저의 우유부단함과 힘든일을 회피하려는 성격 때문에 이 사태를 더 키운 것도 사실입니다.
전세금도 다 날리고 빈손으로 시집으로 들어올 때 다시는 저 모르게 빚내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또 빚이 1억 가까이 생겼습니다.
전세금 3000만원으로도 신랑빚이 해결이 안돼서 제 이름으로 카드론과 보험 약관 대출로 3000만원을 갚아주었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모르는 빚이 더 있었습니다.
남편이 번 돈은 이자만 갚고 있는 상태였고 생활비는 또 빚을 내서 저에게 매달 150만원씩 주고 있다는 걸 몇 달 전에야 알았습니다.
한바탕 난리를 치고 보니 36%나 되는 높은 이자를 내고 있어 같이 살아야겠기에 또 제 이름으로 대출을 3000만원 더 내어 남편빚을 갚아주었습니다.
그렇게 울고불고 죽자고 덤벼들고 했는데...
며칠전 신랑의 핸드폰을 보다 무서운 문자들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네.. 저에게 말한 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사채를 쓰고 있었는데 그 이자를 못내서 협박을 받고 있었습니다.
1000만원 빌렸는데 매달 이자를 100만원씩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건 그 사채를 자기가 아는 동생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썼다는 점입니다.
친하지도 않은 그저 같은 일에 종사하는 동생을 위해 사채를 썼답니다.
남편은 이자 내기도 힘겨워지자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보증 좀 서달라는 문자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보증인을 데리고 오면 돈을 더 빌려준다 했다면서.
이제는 남편이 너무 겁이 납니다.
아이들까지 빠져나올 수 없는 늪으로 던져버릴 것 같아 겁이 납니다.
아이들때문에 이혼만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일하느라 아이들과 놀아주지도 못하고 집에도 잘 들어오지 않는데 아이들은 아빠를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아빠를 제 자리에 두고 싶었습니다.
점점 더 심해지는 상황에 이제는 돌아서야 할 때라는 것을 느낍니다.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라는 것을 아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10년간 사회와 단절된 채 주부로만 살아와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은 제가 데리고 나오려고 하는데 갈 곳이 없습니다.
제 앞으로 된 빚도 갚을 길이 막막합니다.
기술도 없어 일을 구한다해도 100만원 남짓일텐데 아이들을 제가 잘 건사할 수 있을까요?
남편말로는 이혼하고 매달 100만원씩 보내준다하는데 자기 빚 갚기도 힘겨울걸 알기에 기대도 안합니다.
어머님께서는 지금 저희가 살고 있는 집 세놓는대로 1500만원 정도 주신다는데 그것도 믿을 순 없습니다.
친구는 남편말과 어머님 말을 서류화해서 받아놓으라는데 그렇게 하면 효력이 생길까요?
이혼하고 나와도 당장 갈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친정아버지께서는 아직도 매일 술 마시고 들어오셔서 동생아이들과 친정어머니를 힘들게 하십니다.
막말에 물건던지는 건 예사일입니다.
자폐가 심한 막내동생과 여동생의 두 아이도 아버지의 주사로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이런 친정에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가는 것은 피하고 싶은데 답이 없습니다.
이혼하기로 마음 먹긴했는데 무슨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제 앞으로 된 빚을 해결할 방법은 없겠지요?
저에게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