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 (서울 압구정 A아파트 경비원 )
지난주 화요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A 씨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일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이 경비원 A 씨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지금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동료 경비원들 증언에 의하면 이 A 씨는 평소에 한 입주민으로부터 모욕적인 말과 지시를 자주 들었고 "그분 때66문에 너무 힘이 든다"는 말을 해왔다는 겁니다. 그리고 분신하기 직전에도 입주민으로부터 심하게 모욕을 당하고 있는 걸 봤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같은 아파트의 동료 경비원 한 분을 직접 연결해서 사건 정황을 들어보죠. 나와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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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 도대체 왜 분신을 택한 것인가. 그게 집안일 때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개인적인 일로 인해서 자살을 택한 걸 수도 있는데…동료나 가족들은 그게 아니라고 지금 확신하신다고요?
◆ ○○○> 지금 부인 되시는 분의 진술로는요. 그쪽 동으로 옮겨가기 전에는 참 성격이 활발하고 좋았다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쪽 동으로 옮겨갔더니 입주민들이…그런 입주민이 한 분이 아니고 두 세 분 정도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분들의 많은 꾸지람과 질타가 동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어떤 일들을 당해 온 겁니까?
◆ ○○○> 예를 들어서, 매주 일주일에 이틀 동안은 분리수거작업을 합니다. 그런데 이 입주민이 꼬챙이 같은 걸 갖고 다니면서 일일이 확인을 한답니다. 그래서 플라스틱만 모으는 데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 있으면, 경비를 불러서 막 모욕적인 얘기를 해 가면서 '왜 분리수거를 이 모양으로 하냐' 그러니까 좀 성격이 유별난 분이죠.
◇ 김현정> 뭐라고 모욕적으로 말을 합니까?
◆ ○○○> 손가락질을 하면서 "경비, 너는 뭐하고 있길래 이런 것도 못하냐"면서 자존심이 상하게끔, 언성을 높여가면서 아마 그렇게 질타를 받은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 일도 있고…또 어떤 사례들이 있나요?
◆ ○○○> 또 그분이 5층에 사신다고 그러더라고요. 그 5층에서 "경비, 경비"하고 불러서 "이거 받아먹어" 그러면서 먹을 것을 5층에서 던진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러니까 5층에서 먹을 것을 1층으로 던진다고요?
◆ ○○○> 네. 그러니까 오라고 해서 그쪽으로 가면 먹으라고 던진답니다.
◇ 김현정> 이거는 무슨 정(情)의 표시도 아니고 무슨 의미입니까?
◆ ○○○> 그 의미는 그분만이 아는 것이겠지요. 일단 지금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분들의 진술은 그렇습니다. 지금 현재 근무하고 있는 분도 그 입주민만 보면 심장이 뛰고 그래서 우황청심환까지 복용해 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분리수거 얘기하셨고 또 물건을 던지듯이 마치 동물한테 이거 모이 주는 것도 아니고 굉장히 기분 나쁜 이런 행동들. 분신을 하던 그날에도 입주민으로부터 심하게 모욕을 당하셨다고요?
◆ ○○○> 목격자는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에요. 그 날 그쪽으로 가다가 보니까 자살기도 한 A 씨하고 입주민하고 손가락질 해가면서 진짜 심하게…그 일이 있고 조금 후에 자살소동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그 입주민이 또다시 손가락질을 하면서 뭔가 심하게 혼을 내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을 목격하신 분이 계시군요. 그럼 유서도 혹시 있습니까?
◆ ○○○> 유서는 긴 게 아닙니다. 그냥 집에다 '여보 사랑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그런 거 외에는 특이하게 유서에는 뭐가 나쁘다, 어떻다고 한 것은 없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분신을 한 이 분에게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많은 요즘 다른 경비원분들도 유사한 경험들을 겪곤 하신다고요?
◆ ○○○> 전에 한번 보도가 난 게 있어요. 압구정동 매 맞는 경비원 한 분이 나온 적 있어요.
◇ 김현정> 그게 뭔가요?
◆ ○○○> 그게 뭐냐 하면, 왔다 갔다 할 때 자기 눈에 거슬리거나 하면 그냥 심한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야구 방망이를 들고 와서 경비실을 부숴가면서…
◇ 김현정> 매 맞는 경비원까지 있다. 그런데 그럴 때, '도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시느냐' 하면서 항의를 하면 안 됩니까, 충분히 항의할 수 있는 상황 같은데요.
◆ ○○○> 그런데 항의를 하게 되면 입주민들이 관리사무실에 가서 얘기를 합니다. "저 사람이 이렇게 불쾌감을 주고 있는데 이게 되겠냐"고, 그러면 관리실에서는 관리하는 분들을 불러다가 "왜 입주민한테 좋게 대해지 못하고 이런 식으로 여기까지 와서 입주민이 항의를 하게 하느냐. 그건 당신이 잘못한 거다"하고 사유서 같은 걸 쓰게 해요.
◇ 김현정> 오히려 항의를 한 경비원이 사유서를 써야 되는 상황?
◆ ○○○> 네. 그렇게 되면 인사이동 때나 이럴 때 불이익을 받고 그러니까요.
◇ 김현정> 가족들도 만나보셨어요?
◆ ○○○> 만나봤습니다. 부인도 다 만나봤습니다.
◇ 김현정> 가족들은 뭐라고 하세요?
◆ ○○○> 가족들은 어이가 없죠. 아이들은 다 고등학생이고 대학생이다 보니까 그냥 우울해하고만 있고요. 부인은 저희가 가면 항상 치료비 얘기나, 남편의 상태가 대화도 못 나누는 상태고 이러니까 저희만 보면 울고만 있습니다.
◇ 김현정> 울고 있고. 아이들도 아빠 생각하면서 울음뿐이고…
◆ ○○○> 네, 지금 현재 대화도 안 되고 어떻게 해서 자살을 시도했는지도 잘 모르고 있는 입장이니까…그래서 이런 근거들로 인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고요…
◇ 김현정> 내가 존중받고 싶으면 딱 그만큼 남을 존중하라는 이런 옛말도 있는데 이런 부끄러운 사건이 왜 자꾸 벌어지는 건지 정말 씁쓸합니다. 선생님, 힘내시고요. 오늘 용기 내서 귀한 증언 해 주신 것 고맙습니다. 이 사건 어떻게 마무리 되는지 저희도 관심 갖고 지켜보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분신한 경비원 A 씨의 동료분 증언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