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여러 곡들이 올라오네요. 다 좋은 곡들이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거기에 댓글로 올리기엔 좀 어색해서 따로 회상해봅니다.
20년을 함께한 사람이 갑자기 남이 되겠다고 했더랬습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저는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라... 그 사람이 없으면 세상도 없어지는 거였어요.
붙잡고 매달렸지만
실은 알고 있었어요. 이미 끝났다는 걸.
저는 그 사람에게가 아니라 이별 이후의 발가벗겨진 채 세상에 나가야 할 내 자신이 두려웠던 거에요.
자살 시도도 하고
폐인처럼 정말 폐인이 되어 지낸 반년? 일년? 잘 기억도 안 나네요.
어느 새벽 라디오에서 리스트의 전주곡이 흘러나왔습니다.
아, 눈물이 흘러내리고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온몸이 떨려왔어요.
그리고 또 시간이 얼마 지난 다음이던가...
산에 오르고 있었습니다. 가을이었는데. 단풍이 고왔던 기억이 나네요.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중 ' 황제';' 2악장...
눈물 대신, 아, 이제 이렇게 혼자 살아야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어요.
저는 원래 클래식을 듣던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어느날 우연히
내가 삶의 밑바닥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손 내밀 수 없을 때 나한테 온 게 그 두곡이었고
지금은 그냥 저냥 삽니다. 그냥 남들처럼 사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십년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들어온 클래식이 이제 카페에서 나오는 곡 정도는 맞추게 됐네요. ㅎ 주변 사람들은 제가 아주 클래식에 조예가 깊은 사람인 줄 압니다. (대부분 전혀 관심이 없으니까요 ㅎ)
클래식 듣는 분들은 클래식 정말 사랑하시죠.
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 아름다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집착과 불안이 있던 자리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꼭 클래식이 아니더라도-모든 음악은 다 아름다우니까요)
자리를 바꿔 들어와있습니다.
그런 게 음악의 힘이 아닌가, 인생의 중반이 훌쩍 넘은 요즘 새삼 깨달은 아름다움입니다.
*밤이라 좀 감상적이 됐네요. ㅎ(부끄러워지면 자삭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