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후기...

갱스브르 조회수 : 1,087
작성일 : 2014-10-10 13:27:48

사실 머라이어 캐리 공연을 보고 멋진 후기를 쓰고 싶었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고 십여 분 후...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직감이 왔다

화려한 조명과 퍼포먼스는 그녀의 초라한 가창을 더 부각시킬 뿐

관객들의 귀를 분산시키지는 못했다

더더욱 그녀의 상태에 쫑긋하게 만들 뿐...

돈이 아깝다는 생각 이전에 강제로 졸라 데리고 간 친구의 표정과 앞뒤에서 수근대는

절망적인 감탄사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

오랜 팬인 나로서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슬펐다

언론엔 태도 또한 불손했다고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본 내 느낌은 그녀 자신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왕년의 자존심과 전설이라는 수식어에 스스로 갇힌 듯 보였다

여유 부리며 흥얼거리는 애드립 사이로 초조한 몸짓이나 불안정한 손...

그럴수록 더 엄숙하고 비장해지는 표정...

애는 쓰고 기를 쓰는데..안되는 것...

고음 부분에서 좌절하는 듯한 액션에서는 나도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을 만큼...

몇 년 전 휘트니 휴스턴도 그랬다

약에 망가진 몸과 마음은 일찌감치 노래를 떠났다

터질 듯한 공명으로 공간을 채우고 관객의 마음을 부숴버렸던 기세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때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함이 비난보다는 애처로움으로 남았었다

얼마 후 휘트니 휴스턴은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됐다...

대중은 변하면서도 변함이 없기를 원한다

어쨌든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의 재능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

당연히 관리 소홀은 본인의 직무 유기나 다름 없다

단지 동시대에 태어나  세월의 물을 먹고 사는 동지적? 입장에서의 이해가 있다

그 화려하고 빛나던 전성기를 봤고

끝없이 추락하는 몰골도 봤고

재기하려 사투하는 모습도 봤다

그렇게 포효하다가 쓰러져 말 그대로 별이 된 이도 있다

마이클 잭슨이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 나이는 52...

끝까지 자신의 리즈 시절이던 그때의 춤과 가창력을 고집했단다

우린 그들의 완벽함에 열광하지만

그 뒤엔 죽음도 담보할 만큼의 처절한 싸움이 있다

난 머라이어캐리의 고음보단 행복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원했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공연이 끝나고 부리나케 톼장한다

우아한 걸음걸이였지만 스스로도 빨리 커튼 뒤로 숨고 싶었을 거다

관객들의 소심한 앵콜 요청...

손가락질보다 더 씁쓸했다

 

 

 

 

IP : 115.161.xxx.20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죠....
    '14.10.10 1:39 PM (211.219.xxx.151)

    잘 늙어가는 것도 능력.이다 싶어요. 실수, 잘못을 우아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능력이라잖아요. 그래서 구글을 학교 성적 엘리트들을 안 뽑는다고...입사해서 업무 성적이 안 좋았대요. 지 고집만 부리고...물론 구글 본사 얘기입니다.

  • 2. 갱스브르
    '14.10.10 1:45 PM (115.161.xxx.209)

    네..가끔 선배들이 잘 나가던 시절 얘기를 하면 왜 듣기가 싫었는지 이제야 알겠더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5258 세월이 흐르면.. 2 ... 2014/10/11 480
425257 어제 티비ᆞ인터넷도 Sk로 바꿨는데요 3 못난리모컨 2014/10/11 956
425256 중년 여배우 과거사진 3 ... 2014/10/11 2,658
425255 한달 생활비 500 주는 남편.. 46 선택 2014/10/11 26,479
425254 탈북자들이 무슨돈으로 삐라를 뿌렸을까요? 7 뒷돈은누가 2014/10/11 1,613
425253 너무 행복하면 살기 싫어질 수 있나요?.. 3 .... 2014/10/11 1,209
425252 남편이 일주일에 하루이틀빼고는 술이예요 8 2014/10/11 1,586
425251 아이 안낳는건 정말 후회할일일까요? 42 레드와인 2014/10/11 6,905
425250 010 번호 안붙이고 전화걸어도 걸리네요..오늘에서야 알게됨; 6 왠일 2014/10/11 2,570
425249 받아쓰기 연속 10번 백점 6 최진영2 2014/10/11 1,676
425248 홍합 손질... 해감해야하나요? 4 colla 2014/10/11 4,722
425247 택시에 휴대전화 두고 내렸어요. 2 으악 2014/10/11 938
425246 지금 밤12시40분인데...애들 시끄럽네요. 장미 2014/10/11 505
425245 아이폰5c랑 그랜드2 중에 어떤게 더 3 복잡 2014/10/11 552
425244 이은성 참 예쁘게 생겼네요 8 2014/10/11 5,349
425243 얘들커가는거 진짜 너무 아쉬워요ㅠㅠ 5 ㅠㅠ 2014/10/11 1,427
425242 돌잔치는 수금하려고 하는건가요? 목적이뭐에요? 34 유감 2014/10/11 5,494
425241 권상동이 흠모한 티파니 정말 이쁘네요. 2 닥시러 2014/10/11 2,251
425240 일기나 간단글쓰기....너무 형식적이고 작위적인 문장밖에 생각이.. 4 글 잘쓰는법.. 2014/10/11 1,006
425239 제가 본 자존감 높은 사람 10 ㅅㅅ 2014/10/11 7,401
425238 12일 제주에서 김포가는 비행기 결항될까요? 1 ... 2014/10/11 721
425237 음악들으면서 82하는거에 대한 질문요 7 질문 2014/10/11 676
425236 딸이 둘이나 되는데도 갈수록 외롭네요. 43 ㅠㅠ 2014/10/11 11,202
425235 하와이에서 코나 커피 많이 사오라고 할까요? 10 하와이출장 2014/10/10 4,127
425234 음 궁금한게 있어요 육아 6 파란하늘보기.. 2014/10/10 7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