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머라이어 캐리 공연을 보고 멋진 후기를 쓰고 싶었다
그녀가 마이크를 잡고 십여 분 후...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직감이 왔다
화려한 조명과 퍼포먼스는 그녀의 초라한 가창을 더 부각시킬 뿐
관객들의 귀를 분산시키지는 못했다
더더욱 그녀의 상태에 쫑긋하게 만들 뿐...
돈이 아깝다는 생각 이전에 강제로 졸라 데리고 간 친구의 표정과 앞뒤에서 수근대는
절망적인 감탄사가 더 견디기 힘들었다
오랜 팬인 나로서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슬펐다
언론엔 태도 또한 불손했다고 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본 내 느낌은 그녀 자신이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왕년의 자존심과 전설이라는 수식어에 스스로 갇힌 듯 보였다
여유 부리며 흥얼거리는 애드립 사이로 초조한 몸짓이나 불안정한 손...
그럴수록 더 엄숙하고 비장해지는 표정...
애는 쓰고 기를 쓰는데..안되는 것...
고음 부분에서 좌절하는 듯한 액션에서는 나도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을 만큼...
몇 년 전 휘트니 휴스턴도 그랬다
약에 망가진 몸과 마음은 일찌감치 노래를 떠났다
터질 듯한 공명으로 공간을 채우고 관객의 마음을 부숴버렸던 기세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때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함이 비난보다는 애처로움으로 남았었다
얼마 후 휘트니 휴스턴은 더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됐다...
대중은 변하면서도 변함이 없기를 원한다
어쨌든 비용을 지불하고 그들의 재능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
당연히 관리 소홀은 본인의 직무 유기나 다름 없다
단지 동시대에 태어나 세월의 물을 먹고 사는 동지적? 입장에서의 이해가 있다
그 화려하고 빛나던 전성기를 봤고
끝없이 추락하는 몰골도 봤고
재기하려 사투하는 모습도 봤다
그렇게 포효하다가 쓰러져 말 그대로 별이 된 이도 있다
마이클 잭슨이 마지막 공연을 준비한 나이는 52...
끝까지 자신의 리즈 시절이던 그때의 춤과 가창력을 고집했단다
우린 그들의 완벽함에 열광하지만
그 뒤엔 죽음도 담보할 만큼의 처절한 싸움이 있다
난 머라이어캐리의 고음보단 행복하게 노래 부르는 모습을 원했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에 급급했다
공연이 끝나고 부리나케 톼장한다
우아한 걸음걸이였지만 스스로도 빨리 커튼 뒤로 숨고 싶었을 거다
관객들의 소심한 앵콜 요청...
손가락질보다 더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