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 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연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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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시절 취미가 시외우기였어요. 국어공부는 안하고
시외우기 작가약력외우기.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찾아보기를 하면서 놀았죠.^^
그때 외웠던 시 중에 유치환의 행복이란 시가 있었네요.
대학 가서는 어둡고 날카로운 시를 외웠지만
청소년기 감수성에 유치환의 행복은 너무나 예쁜 시였네요.
나중에 유치환 시인이 실제로 애인이었던 여류시인에게 보낸 편지가 시로 발표되었다는걸 알고 더욱 이 시를 좋아하게 되었구요.
하지만 더 나중에 알게 된건
유치환 시인이 유부남이었다는...
그걸 알고나니 이 시의 분위기가 확 깨지더군요.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가을하늘 보다가 유치환의 행복
제인에어 조회수 : 2,306
작성일 : 2014-10-09 22:34:15
IP : 119.195.xxx.23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정말
'14.10.9 10:37 PM (175.182.xxx.24) - 삭제된댓글시인의 아내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지옥으로 떨어지는 시였을거예요.
행복은 얼어죽을....
내막을 알고는 행복해 질 수 없죠.2. 가을 우체국 앞에서 -윤도현
'14.10.9 10:41 PM (211.207.xxx.143)3. 가을되면
'14.10.9 10:53 PM (182.231.xxx.93)늘 찾아듣는 노래인데
윗님 덕분에 한번 더 들어요
고등때 이백원짜리 연습장 표지가 시 가 많았는데
시 를 외우던 그 시절이 그립네요.4. 고등학교때
'14.10.9 11:29 PM (223.62.xxx.103)국어선생님이 정신적인 사랑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시면서 배운 시였고, 한참 토론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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