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보에게

최대한 아름답게 조회수 : 1,133
작성일 : 2014-10-06 10:13:46

여보에게,

이제 자기도 편하게 살아.

얼굴만 봐도 진저리가 날 정도로 애증이 넘치게 되었지만

애시당초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빨리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만난지 얼마 안되서 어디가서 잠시 인사만하고 온다며

주차장 차 안에 나를 놔두고 한시간반이 넘도록 전화한통도 없이

그냥 방치했던 당신.

그 때  알았어야 했어. 그 때 자리를 박차고 당신과의 관계를 끊었어야 했어.

온 세상의 중심이 자기이고 서로가 살면서 따뜻한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유전자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당신이 당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둬야 했어.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울고 투닥투닥도 결국 그렇게라도 하면 알아줄까 라는 기대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닐까?

당신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보다 정말 별로인 사람이구나라는 느끼게 해줘.

 

그렇지만 내가 모자라서 당신이 날 그렇게 대했다고는 생각 안할거야.

당신은 누굴 만나서 살아도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고 생각할거야.

 

이해하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만 했네.

세월이 지나면 함께 웃었던 일도 생각이 나긴 하겠지.

 

레고도 버전이 있는데 우린 같은 레고라는 사실만으로 버전도 안맞는데 맞추어 보려고 삽질만 한 것 같아.

이제 공동양육자로서 아이에 대해 집중하자.

아이의 충격, 상처 이런 거에 집중하자.

어차피 서로는 안되는 거 아니깐 지금와서 니나 어쨌고 내가 어쨌고 그런 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당신도 당신입장에선 할만큼 한 거고 나도 내 입장에서 할 만큼 한 거 아닐까.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있겠지만 그거 꺼내서 나누지 말자.

더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자.

나도 아이의 아빠가 행복한 사람이길 원해.

최대한 아름답게 헤어지자.

 

 

-------------------------------------------------------------------------------------------------

 

이렇게 편질 써서 보내려고 하는데요. 잡는 걸로 오해할까봐 망설여지네요. 저는 정말 이제는 끝을 맞이하려고 하거든요.

IP : 112.152.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6 10:44 AM (112.167.xxx.247)

    저랑 비슷하신거 같은데...
    이제와 저런게 무슨 소용일까요.
    저는 정말 감정이고 뭐고 없어요.
    애아빠의 행복..이런것도 제겐 사치.
    그냥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나..이런게 고민이죠.

    저라면
    그냥 원하는 것만 깔끔하게 쓸거같아요.
    애한테 잘하기 위해 어떤식으로 생활할지..구체적으로.(예를 들어..월1회, 주1회..이렇게)

    그래도 그댁 남편이 애한테는 잘하려고 하나봅니다.
    경제적인문제도 별로 없고..

  • 2. 원글
    '14.10.6 10:49 AM (112.152.xxx.18)

    경제적인 문제 많구요. 아이에게는 잘해요.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저랑 너무 안맞죠.

  • 3. 원글
    '14.10.6 10:57 AM (112.152.xxx.18)

    잘 헤어지는 거에 집중하기로 합의는 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5497 태몽이요 ㅎㅎ 3 ... 2014/10/07 955
425496 참교육학부모회는 어떤곳인가요? 학부모 2014/10/07 501
425495 볕에 말린 느타리버서물색이 이상한데요... .. 2014/10/07 650
425494 귀여워요.. 주인도 다람쥐도 5 에고 2014/10/07 1,677
425493 30대 후반 체중관리방법 공유해요 33 빡세 2014/10/07 6,769
425492 왼쪽에 차승원글들로 도배네요.. 부인은 왜이리 욕먹나요? 25 이러나저러나.. 2014/10/07 6,774
425491 헤어에센스 추천좀 해주세요. 실크테라피만 사용해봤어요. 8 soss 2014/10/07 5,286
425490 보일러 교체 때문에 더운물을 덥혀서 써야 하는데... 3 고달프다 2014/10/07 774
425489 집은 전 재산의 몇 % 정도가 합리적일까요? 2 ..... 2014/10/07 1,667
425488 남성복 가을 2014/10/07 550
425487 앞으로 은행 대출금리 오를까요? 더 내릴까요? 3 ... 2014/10/07 2,473
425486 '장어요리'를 긴급뉴스로 만든 한심한 한국의 '자유언론' 2 샬랄라 2014/10/07 1,061
425485 찹쌀의 성질이 찬가요? 더운가요? 5 튼튼맘 2014/10/07 3,920
425484 전국 시·도교육감 ”내년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 전액 편성 안한다.. 6 세우실 2014/10/07 1,394
425483 친구도 없는데 골프 같은거나 시작해 볼까요? 8 취미활동 2014/10/07 2,593
425482 서울 잘 아시는 분께 1 부탁드립니다.. 2014/10/07 674
425481 우리시어머니 이런점이 좋다 있으신가요? 44 며느리 2014/10/07 3,599
425480 어디 의논할곳도 없고 ...남친 12 ... 2014/10/07 2,883
425479 아기를 낳으니 자꾸 눈물이 나요 4 나무처럼 2014/10/07 2,109
425478 '자사고 지정취소'가 결국 법적 공방으로 갔군요. 14 자사고 2014/10/07 1,524
425477 가정용 혈압계, 오므론 제품을 사야 할까요? 1 혈압계 2014/10/07 1,846
425476 세월호 이분들 보상은 도대체 언제 받나요? 3 미치겠다 2014/10/07 936
425475 기타 1달 배운 초보 연주곡 4 추천해주세요.. 2014/10/07 1,480
425474 숙주나물에 물이 생겼는데 왜그런건가요? .... 2014/10/07 1,806
425473 갯벌장어와 민물장어 맛이 어떤 차이가 있나요? 1 장어 2014/10/07 2,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