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보에게

최대한 아름답게 조회수 : 1,055
작성일 : 2014-10-06 10:13:46

여보에게,

이제 자기도 편하게 살아.

얼굴만 봐도 진저리가 날 정도로 애증이 넘치게 되었지만

애시당초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빨리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만난지 얼마 안되서 어디가서 잠시 인사만하고 온다며

주차장 차 안에 나를 놔두고 한시간반이 넘도록 전화한통도 없이

그냥 방치했던 당신.

그 때  알았어야 했어. 그 때 자리를 박차고 당신과의 관계를 끊었어야 했어.

온 세상의 중심이 자기이고 서로가 살면서 따뜻한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유전자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당신이 당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둬야 했어.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울고 투닥투닥도 결국 그렇게라도 하면 알아줄까 라는 기대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닐까?

당신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보다 정말 별로인 사람이구나라는 느끼게 해줘.

 

그렇지만 내가 모자라서 당신이 날 그렇게 대했다고는 생각 안할거야.

당신은 누굴 만나서 살아도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고 생각할거야.

 

이해하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만 했네.

세월이 지나면 함께 웃었던 일도 생각이 나긴 하겠지.

 

레고도 버전이 있는데 우린 같은 레고라는 사실만으로 버전도 안맞는데 맞추어 보려고 삽질만 한 것 같아.

이제 공동양육자로서 아이에 대해 집중하자.

아이의 충격, 상처 이런 거에 집중하자.

어차피 서로는 안되는 거 아니깐 지금와서 니나 어쨌고 내가 어쨌고 그런 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당신도 당신입장에선 할만큼 한 거고 나도 내 입장에서 할 만큼 한 거 아닐까.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있겠지만 그거 꺼내서 나누지 말자.

더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자.

나도 아이의 아빠가 행복한 사람이길 원해.

최대한 아름답게 헤어지자.

 

 

-------------------------------------------------------------------------------------------------

 

이렇게 편질 써서 보내려고 하는데요. 잡는 걸로 오해할까봐 망설여지네요. 저는 정말 이제는 끝을 맞이하려고 하거든요.

IP : 112.152.xxx.18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10.6 10:44 AM (112.167.xxx.247)

    저랑 비슷하신거 같은데...
    이제와 저런게 무슨 소용일까요.
    저는 정말 감정이고 뭐고 없어요.
    애아빠의 행복..이런것도 제겐 사치.
    그냥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나..이런게 고민이죠.

    저라면
    그냥 원하는 것만 깔끔하게 쓸거같아요.
    애한테 잘하기 위해 어떤식으로 생활할지..구체적으로.(예를 들어..월1회, 주1회..이렇게)

    그래도 그댁 남편이 애한테는 잘하려고 하나봅니다.
    경제적인문제도 별로 없고..

  • 2. 원글
    '14.10.6 10:49 AM (112.152.xxx.18)

    경제적인 문제 많구요. 아이에게는 잘해요. 객관적으로 나쁜 사람은 아닌데 저랑 너무 안맞죠.

  • 3. 원글
    '14.10.6 10:57 AM (112.152.xxx.18)

    잘 헤어지는 거에 집중하기로 합의는 봤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62671 82쿡하다가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됬어요. 7 바이러스 2015/07/09 2,227
462670 헹켈 칼 갈이 좋은가요? 2 쌍둥이 2015/07/09 2,188
462669 점쟁이식 예언을 하는 게 훌륭한 정치인은 5 아니죠? 2015/07/09 990
462668 슈스케 1 심사위원 2015/07/09 824
462667 내장까지 먹는 오징어통찜 먹고 싶은데요 6 오징어 2015/07/09 7,803
462666 제대로 살림하면 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11 왜때문에 2015/07/09 2,683
462665 40대초 전업주부 아침잠 많으시다고 쓰신글 삭제됬나요? 4 다시시작하기.. 2015/07/09 2,719
462664 여성회관에서 한복, 헤어등 교육 받아보신분~ 1 궁금 2015/07/09 655
462663 애랑 너무 싸우네요 28 애랑 2015/07/09 4,283
462662 요거베리.....치즈 어때요? 8 생치즈 2015/07/09 1,201
462661 시장에서 산 양파 잘못산듯 마트는비싸 2015/07/09 653
462660 연세대나 고려대 취업자들이 다니는 야간 대학원도 똑같은 석사 학.. 3 바보 2015/07/09 13,155
462659 집은 팔고 사는게 진리인가요? 7 .. 2015/07/09 3,019
462658 증여세는 10년동안 5천 이상부터 나오는건가요? 2 증여. 2015/07/09 2,616
462657 지금 매실 있을까요?? 4 ?? 2015/07/09 862
462656 동시통번역기..언어공부 필요할까요? 아아아아 2015/07/09 979
462655 초등2학년 가을풍경 꾸미기 준비물 문의드립니다 1 배고파 2015/07/09 3,937
462654 컴 새로 샀는데 워드나 엑셀 하나도 안깔아주네요; 11 ... 2015/07/09 2,406
462653 이인제는 고향이 어디래요? 6 진짜 웃기는.. 2015/07/09 1,238
462652 식품 기부 할만한 곳 알려주세요 1 서울 2015/07/09 689
462651 LA 중학생 자매끼리 여행. 질문이요 3 LA 2015/07/09 982
462650 정말 힘들어도 위로는, 3 천천히 2015/07/09 1,023
462649 보험 .. 8 ... 2015/07/09 1,031
462648 이상호기자 승소판결 내린 판사님... 5 걱정되요 2015/07/09 1,824
462647 마음공부중인데 조언부탁드립니다.ㅠㅠ 12 ........ 2015/07/09 2,9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