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에게,
이제 자기도 편하게 살아.
얼굴만 봐도 진저리가 날 정도로 애증이 넘치게 되었지만
애시당초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빨리 헤어졌더라면 어땠을까 싶어.
만난지 얼마 안되서 어디가서 잠시 인사만하고 온다며
주차장 차 안에 나를 놔두고 한시간반이 넘도록 전화한통도 없이
그냥 방치했던 당신.
그 때 알았어야 했어. 그 때 자리를 박차고 당신과의 관계를 끊었어야 했어.
온 세상의 중심이 자기이고 서로가 살면서 따뜻한 배려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유전자 자체가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당신이 당신의 길을 가도록 내버려둬야 했어.
소리를 지르고 싸우고 울고 투닥투닥도 결국 그렇게라도 하면 알아줄까 라는 기대가 있을 때 하는 게 아닐까?
당신은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각보다 정말 별로인 사람이구나라는 느끼게 해줘.
그렇지만 내가 모자라서 당신이 날 그렇게 대했다고는 생각 안할거야.
당신은 누굴 만나서 살아도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고 생각할거야.
이해하고 싶었고 이해받고 싶었고 사랑하고 싶었던 시간들이 너무 빨리 지나가기만 했네.
세월이 지나면 함께 웃었던 일도 생각이 나긴 하겠지.
레고도 버전이 있는데 우린 같은 레고라는 사실만으로 버전도 안맞는데 맞추어 보려고 삽질만 한 것 같아.
이제 공동양육자로서 아이에 대해 집중하자.
아이의 충격, 상처 이런 거에 집중하자.
어차피 서로는 안되는 거 아니깐 지금와서 니나 어쨌고 내가 어쨌고 그런 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당신도 당신입장에선 할만큼 한 거고 나도 내 입장에서 할 만큼 한 거 아닐까.
서로에 대한 증오심이 있겠지만 그거 꺼내서 나누지 말자.
더 행복해지는 거에 집중하자.
나도 아이의 아빠가 행복한 사람이길 원해.
최대한 아름답게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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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편질 써서 보내려고 하는데요. 잡는 걸로 오해할까봐 망설여지네요. 저는 정말 이제는 끝을 맞이하려고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