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번역] 시작과 시작함에 관하여 3/ 뤼디거 사프란스키

새벽의길 조회수 : 489
작성일 : 2014-10-06 05:56:17
 '사프란스키'로 검색해 보시면 이전 번역글들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3)

사람들이 슈베르테/슈나이더의 경우를 도덕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와관계없이, 그의 사례는 사람들이 실제로 자신의 삶의 이력 자체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매우 크고 유혹적인 판타지에 속하기 때문에, 슈베르테/슈나이더 사례는 장차 우리에게 새로운 “슈틸러” 소설의 한 예로 제시될 수 있다. “나는 또다른 타자다” 1870년에 랭보는 시적 아방가르드 프로그램을 한 문장으로 이렇게 말했다. 하나의생생히 살아 있는 인격은 그 인격이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을 통해 정의될 수 있다. 그 인격은 지속적으로상상계 속으로 달아난다. 시짓기(Dichtung)는 인간을도대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기 (dicht) 때문에 존재한다. 부단히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성격은 천재성의 한 특징이다. 랭보는 스스로도 갑자기 시짓는 것을 그만두었으며, 파리의 보헤미안들의 소굴에 자주 들락나락 거렸다. 그는 북아프리카의아덴으로 갔으며, 거기서 무기와 노예상으로 살았다. 그는(절필 이후) 오래된 우정의 끈을 찢어버릴 수 있는 그 어떤단 한 편의 시도 쓰지 않았다. 그는 새롭게 시작했으며, 자신의그 문장을 실현시켰다: “나는 또다른 타자다”

 

아르투어 랭보나 슈틸러, 혹은 슈베르테/슈나이더와 같은 사람들은 환상들에 열중하였는데, 왜냐하면 사람은 기꺼이어떻게 한 사람이 담배를 사러 나가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지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그는그냥 그렇게 갔고, 너무 멀리 가벼려서 급기야 새로운 시작에 도달해 버렸다. 예를 들어 보자. 그냥 담배 사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도 어떻게 사람들은새로운 시작을 할까?

 

하나의 가능성은 – (그냥) 잊는것이다. 망각은 시작점이 본래는 아닌 곳에서 새롭게 시작을 할 수 있는 하나의 기술이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그 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거칠게 진행시켰다; (그는 파우스트 안에서) 슬픔과 기쁨을 체험했으며, 무엇보다도 몇 가지의 재앙을 불러 일으켰다. 일이 나중에 어떻게진행될지는 아무도 미리 가늠할 수 없었다. 그것은 (작가인) 괴테 역시도 몰랐고, 지금껏 해온 이야기에 스스로 질려 버린 그는그의 파우스트를 그렇게 잠들게 했다. 그 잠은 파우스트 해석자들에게서 잠을 빼앗아 가버린 망각의 잠이었다.

 

잠이 달아나 버린 사람은 그들 뿐 아니다: 우리에게 망각을 곧이 곧대로허용하지 않으려는 정신분석가 단체도 그렇다. 그들은 망각을 ‘억압’ 이라고 명명하고 우리가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가설적인 전(前) 유아기의근원적 장면으로 우리를 보내 버린다. (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망각을(그렇게) 철저하게 요리하고 소화하는 것이 우리를 망각의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는 주장이 있긴 하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더 자주하는 경험은 우리의관심사 속으로 포획된 망각은 곧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프로이트가 사람들에게 ‘나’ 라는 주권의 한조각을 돌려주려고 했다는 것. 즉 그것을 더 현실적이고 더 현재적인 것으로 돌려 놓으려고 했다는 것을 안다.그것은 그럼으로써 (우리가) 이해 불가하고 극복될수 없는 과거로부터 지배되는 것을 멈출 수 있어야 했다. 오래된 트라우마로부터 유래하는 반복되는 강박은단절 되어야만 했다. (정신 분석의) 목표는 (이렇게) 확실히 현재와 미래에-열려있음이었다. 그 목표에 따르면 사람은 다시금 현재와 미래의 요구들에 스스로를 대면시킬 수 있어야 한다. – 즉 다시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안다: 사람이 한 번 과거 속으로, 즉 자신의 과거에 관한사적인 신화 속으로 한 번 말려들게 되면 그 스스로 다시 현재로 후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사적인숙명 속에서 그것은 이미 충분히 어려운 일이나,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이 집단적인 병리학이 될 때이다. 바로 독일의 과거로 인한 고통 같은 예에서 말이다.     

 

우리는 나찌 이후 하나의 개인이 아니라 집단-주체로 하나의 의심(Verdacht)을 사고 있다. “모든 죽어버린 세대들의 전통이 마치알프스 산맥처럼 산 자들의 뇌를 짖누르고 있는 것처럼 (칼 맑스)” 독일에서는또다른 곳에서 고유한 국민 교육 프로그램이 나찌의 과거를 결코 사라지지 않을 지경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는이 땅에서 나찌의 과거가 아직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서로에게 덧씌우면서 스스로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그것은 점점 더 억압되고 있으며, 급기야는 이러한 “억압된것의 귀환” 이 위협이 되고 있다. 선의의 여론에 의해 키워진이러한 의심 – 그리고 이 여론은 이 (나찌의 과거가 아직완전히 청산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표출하는 사람에게 도덕적인 부가가치를 더 매겨주었는데 – 은 거짓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이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바로 그 금기를 범하는 것, 그리고 소위 말하는 “탈선을 하는 것”을 제대로 부추기고 있다. “역사학자 논쟁” 이 있었던 80년대 말에 나찌의 범죄가 정말로 그렇게 유일무이한것이었고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는가라는 가벼운 회의는 이미 (그런 회의를 하는 사람들이나찌의 과거를) 가볍게 만들려고 한다는 (Verharmlosung) 라는의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베를린의 홀로코스트 계고(戒告)비가 미학적인 실패작이라고 했을 때 그 사람들은 책임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는비난을 감수 해야만 했다.

 

이러한 공개 심판 극장 (Tribunalisierungstherater) 에서그동안 사악한 과거와 관련을 맺고 있지 않은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모든 면에 걸쳐서 (나찌의) 희생자도 아니고 범죄자나 공모자도 아닌 어조로 말하고 있다. 모든시대의 대규모의 정치적 범죄의 맨 윗자리를 방어하는 것이 관건이 될 때 아우슈비츠와 나찌는 공공연하게 독일적인 자의식의 부정적인 신화가 되었다. 이런 식으로 미디어의 관심 속에 포획된 과거는 사라질래야 사라질 수가 없다.그것은 남는다. 그러나 담소의 한 분야라는 다른 형태로 말이다. 사람들은 연방 수상 슈뢰더가 자기는 사람들이 홀로코스트 계고비를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으면 한다고 말했을 때뭔가 부적절하다고 느꼈다. 그 이후 사람들은 오해의 소지가 없는 ‘당신들맘에도 들다시피’ 라는 원칙에 충실한, 나찌 시대에 관한영화 제작에서 더 이상 반감을 느낄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전율로 가득찬 역사는 멀리 밀려났고, 그것은 역사적으로 되었다. 그것은 부단히 작업되고 분석되었다. 그 역사에 들러붙어 있던 계고들과교훈들은 소비되어 버렸다. 이제는 (그 역사를) 언론이 활용하는 시간들이 부단히 그렇게 지나 가고 있다. 관심을끄는 호경기는 이렇게 해당 소재의 화제 적합성(Unterhaltungswert) 에 따라 규제된다. 멸망과 마지막 결투, 혹은 악마들이 자신의 주먹을 가지고 세상과맞짱 뜨는 자력구제의 순간들이 (역자주 – 히틀러와 나찌의행적을 소영웅화시키려는 심리를 이렇게 표현한 듯) 물어졌는데, 왜냐하면 <커다란 감정들이 있는 곳에 거대한 극장>도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역사는 즐길 수 있는 것이 되었으며마침내 흥미 진진하고 눈부실 정도로 화려한 사건으로 향유되었다. 뮤지컬 역시도 곧바로 이 소재를 받아들였다. 슈퍼스타 아돌프 히틀러. 이렇게도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을 발견할 수있다. (계속)                   

 

 

IP : 95.91.xxx.98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4416 코스트코쌀 추천해주세요 1 2014/10/09 915
    424415 중1아이 국어가 안되는데 학원보내야할지 12 갈등되요.... 2014/10/09 2,319
    424414 샷시할때 틀은 엘지베스트에 한국유리끼워도 괜찮을까요? 2 희자 2014/10/09 955
    424413 옷에 묻은 기름 지우는 법좀 알려주세요ㅜㅜ! 7 나븝 2014/10/09 1,614
    424412 사업도 돈이 많아야 할수있는듯.. 6 2014/10/09 2,553
    424411 애들때문에 웃네요 2 ㅎㅎ 2014/10/09 594
    424410 [정훈이 만화] [슬로우 비디오] 동체시력 능력자 샬랄라 2014/10/09 426
    424409 분당쪽에 숲속장어촌 가보신 분 계신가요? 4 장어 2014/10/09 1,039
    424408 전기압력밭솥 몇년마다 바꾸세요? 12 .. 2014/10/09 2,450
    424407 추석때 남은 동그랑땡 재료 얼려놓았었는데.. 2 .. 2014/10/09 724
    424406 수영 배우는 중인데 생리때는 어떻게 하나요? 21 dd 2014/10/09 18,288
    424405 그들만의 리그 2 타워팰리스 2014/10/09 1,314
    424404 코 재수술 6 조언 2014/10/09 1,769
    424403 이불 두개 덥고 자는 방법이 있을까요? 12 ... 2014/10/09 2,970
    424402 부천 타임 성형외과 가보신분 1 가을 2014/10/09 5,491
    424401 '우리는 무늬만 부부다'라고 생각하시는 분 계신가요? 7 부부 2014/10/09 2,575
    424400 강쥐 뜬끈한 열감이 하나없어요. 7 궁금이 2014/10/09 1,180
    424399 BBC, 세월호 재판 긴급 속보 기사 2 홍길순네 2014/10/09 1,134
    424398 유니클로 +J 질샌더 콜라보 패딩 따뜻한가요? 5 패딩고민 2014/10/09 4,546
    424397 치매환자는 어떤 정신상태 인가요? 3 ... 2014/10/09 2,051
    424396 손석희 손연재에게 광대 터지네요 ㅋㅋㅋ 42 검은거북 2014/10/09 12,036
    424395 직구 글보고 ....아이들 운동화 2 2014/10/09 1,232
    424394 손석희에 실망이라는 글과 10 흠흠 2014/10/09 1,666
    424393 사랑이 별거아니라면 .. 5 2014/10/09 1,290
    424392 아빠 흡연 여부랑 아이 건강이랑 연관성이 클까요? 10 새벽달 2014/10/09 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