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구마 먹는 깡패고양이

..... 조회수 : 1,127
작성일 : 2014-10-05 13:13:15

어제 친구네 밭에 가서 고구마를 캐었어요. 저는 고구마가 수직으로 땅에 박혀 자라는 줄은 몰랐네요. 제 팔뚝만한 놈들이 깊이 박혀 있어서 호미와 삽으로 파냈지요. 친구 부모님이 한 박스씩 싸서 주셨어요. 지금 방바닥에서 잘 말리고 있습니다.

친구는 참 좋은 성격인데 부모님 뵈니 친구가 부모님 닮아 그렇게 여유있고 맘이 넓다는 걸 알았어요. 평소에 남을 잘 챙기는데 부모님이 딱 그러시더군요. 딸 왔다고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고 두리번거리시고, 딸이 차 댈 자리까지 봐주시네요. 저기 그늘에 차 넣으라고 하시고 본인들 차는 땡볕에 대셨어요. 친구도 응 아빠, 그러고 당연한 듯 차를 대는데 참 보기 좋았어요. 직장에선 서로 긴장하고 배려하려고 하느라 마음이 편치 않은데, 맘 턱 놓고 내키는대로 하는 친구를 보니 저까지 마음이 편해져요^^

부모님은 농작물을 바리바리 싸주시면서 이건 누구 주고, 이건 누구랑 나눠먹고, 시어머님한테 잘하고, 열심히 뭐뭐 하고, 하시면서 끊임없이 챙기시는데 그것도 참 우리 엄마 같고 좋았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 삶은 고구마를 깡패와 나눠먹었지요. 너무너무 잘 먹습니다. 더 내놓으라고 제 손을 휙휙 잡아채고 난리에요. 예전에는 사료 안 먹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고기도 주고 고구마도 주고 그럽니다. 뭐 처방사료에도 염분이 있다는데 고기나 고구마 먹고 탈이 나진 않겠지요. 어쩐지 돼지고기는 별로 안 좋아하고 쇠고기는 날 것도 너무 좋아합니다. 김이나 다시마도 먹는, 식성 좋은 고양이인데. 다시마 봉지는 깊이 감춰놨어요. 너무 짜서.

고구마가 많아서 한참 먹겠어요. 내일 구워서 깡패와 나눠먹고 직장에도 가져가야겠어요. 직장에서 뭔가 대단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작은 거라도 꾸준히 하려구요. 처음에 왜 이 일이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 그 동안 좀 잊어버렸었어요.

IP : 222.111.xxx.2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입가에
    '14.10.5 1:53 PM (101.115.xxx.54)

    미소가 지어지는 글입니다
    늘 행복하세요~^^

  • 2. ..
    '14.10.5 2:07 PM (218.209.xxx.105)

    요 맘때 시골가면 참 넉넉해집니다.
    여유로운 햇살도 좋고 이것저것 마음 나누기에도 괜찮죠.
    일주일 전엔 냥이가, 챙겨준다고 하는데도 변비 증상이 있어서 고구마를 일부러 사와서 냥이한테 줬는데 좀 먹더군요.
    병원에서 수의사가 누군 요거트도 줘보고, 고구마도 줘보라고 했다는데 이것저것 챙겨 먹일려니
    귀찮음이 밀려오네요.ㅎ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0708 나이 한참 많은 노처녀의 만남이야기 17 mabatt.. 2014/10/30 6,534
430707 영어 잘 하시는 분~~~~ 해석 좀 부탁드려요 1 문자메세지 2014/10/30 999
430706 학교선생님 결혼식 5 학교 2014/10/30 1,241
430705 배가 아파요...병원가긴 어중간하구요..ㅠㅠ 10 왜일까 2014/10/30 2,997
430704 가난에서 벗어난다는게 쉽지는 않네요 13 ... 2014/10/30 5,245
430703 지펠 스파클링 냉꽁이 2014/10/30 462
430702 82csi 여러분~노래 제목 좀~~ 도와줘요 2014/10/30 562
430701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이사하고 나서 18 인사하기 2014/10/30 5,098
430700 초1~2학년 아이 둔 어머님들 한달 사교육비 얼마정도 나가나요?.. 13 ... 2014/10/30 2,914
430699 롯데월드몰 작은 금속판 사고가 기사로 났어요 4 어제자게글 2014/10/30 2,012
430698 젠기모기채 편하네요 ㅎㅎㅎ 2014/10/30 466
430697 렌즈끼면 얼굴이 더 못 생겨보여요ㅠㅠ 9 .. 2014/10/30 13,425
430696 택배 보냈는데요...,. 2 ㅡㅡ 2014/10/30 596
430695 생협쌀 혼합쌀인건가요? 8 zz 2014/10/30 1,503
430694 천억정도면 미국이나 유럽서도 대단한 갑부 맞는거죠? 5 ㄹㄹ 2014/10/30 2,336
430693 구워먹다 남은 쇠고기로 미역국 끓여도 될까요 6 미역국 2014/10/30 2,278
430692 같은여자라도 진짜 다르구나.. 라는거 느껴본적있으신분? 7 꽈배기 2014/10/30 5,493
430691 미국양적완화종료하면 한국타격 더 심해지겠어요. 3 마음속별 2014/10/30 2,154
430690 밤새도록 윗집에서 두두두두 나는 소리는 뭘까요? 2 진심궁금 2014/10/30 1,618
430689 신해철씨 오늘밤이 지남 육신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9 정말마지막 2014/10/30 3,185
430688 할로윈 파티 참가 비용이 30만원? 41 ... 2014/10/30 4,640
430687 기뻐요~ 토요일에 비가 안오네요~~^^ (바자회) 6 ... 2014/10/30 2,024
430686 요새 카페베네 어떤가요? 5 한예슬 2014/10/30 1,446
430685 부산사시는분들 옷구입하러 어디들 가세요? 14 ,,, 2014/10/30 11,157
430684 혹시 실리콘 젤(silicone gel) 이라는 성분 아시는분 .. 1 .... 2014/10/30 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