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중반의 여자입니다. 오랜 연인과 결혼해서 살고 있고 아직 아이는 없어요.
양가 도움 없이 시작한 결혼이라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나름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저를 괴롭히는 게 있어요.
아빠이신대요.
겉에서 보기엔 굉장히 화목한 가정입니다. 아버지는 저를 굉장히 사랑하시고, 예뻐하세요. 우리 딸이 최고다. 제일 예쁘다. 아깝다. 늘 말씀하시고 제가 집에 가면 안아도 주시고 뽀뽀도 해달라 하십니다. 말수도 별로 없으시고요. 소심한 성격이세요.
그런데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한 몇 가지 실수들이 절 끊임없이 괴롭혀요. 아버지는 지금 60대이신데, 그 당시에 대학도 나오셨고 대기업을 다니시다가 IMF 이후에 퇴직하시고 사업 조금, 친구 회사 조금, 이런식으로 일하셨어요. 시골에서는 개천용이라 남들은 저희 아버지가 굉장히 잘나가는줄 알지만 사실 엄마의 덕으로 (남들 눈에) 그나마 풍족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즉, 지난 20년 가까이 아버지는 경제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행히 엄마도 직장이 있으셔서 저희 남매 대학 등록금까지는 엄마가 책임지셨죠.
지금도 아버지는 무직. 엄마는 회사를 다니십니다. 그리고 중간에 아버지가 사업한다고 받은 대출금도 엄마께서 갚으십니다.
이런 이유로 아버지에 대한 기본적인 존경심이 없는데, 술을 드시면 실수를 하신 게 몇 번 잇어요.
1. 저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을 며칠 앞두고 술 드시고 오셔서 뭐가 화나셨는지 제 방문을 발로 찼고 컴퓨터를 발로차서 컴퓨터가 넘어졌고, 그 뒤에 제가 깔린 적이 있어요.
2. 대학생 때 옆에서 술을 먹던 분과 시비가 붙었고 아빠가 술병으로 그분을 때려서 그분 머리가 조금 찢어지는 일이 생겨서 밤 12시 넘어서 저희 식구가 파출소로 불려갔어요. 다행히 별다른 전과(?)가 없고 엄마 지인 중에 경찰서 관련된 분이 있어서 바로 훈방되었고요. 물론 합의금은...수백 들었고요. 이떄 정말 많이 놀랐고 많이 울었어요. 너무 화가 나서 경찰서에서 합의하지 말자고 엄마를 설득할 정도였고요.
3. 저 직장 다닐 때 아빠가 새벽에 술 드시고 오셔서 엄마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셨고, 엄마가 라면을 끓여주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니 엄마에게 계속 뭐라고 투덜거리셨어요. 그래서 제가 자다가 일어나서 소리를 빽 질렀어요. 조용히 좀 하라고요. 그 길로 아빠가 방에 들어오셔서 제 뺨을 때리셨고, 저도 달려들어서 그야말로 개차반이 됐습니다. 서로 엉켜서 치고받고 했어요. 얼굴에 멍이 들어서 그 다음날 회사에 연차내고 남자친구네 집으로 피신갔어요. 집에는 3일 동안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엄마 동의하에요. (그 남친이 지금 남편입니다. 남편은 그때까지 아빠가 저를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떻게 딸에게 손을 댈 수 있냐, 아무리 술을 먹었어도 이해할 수 없다. 했습니다. 표현은 안하지만 그 일 이후로 저희 아빠를 내심 이중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 외에도 자잘하게 술 먹고 집에 오는 길에 택시 기사랑 시비가 붙어서 파출소에서 전화온 일(시비가 붙었다 뿐이지 몸싸움은 붙지 않아서 그냥 통화만 했대요.), 겨울철에 술 마시고 넘어져서 무릎 깨지는 일은 다반사.....
최소 5년, 최대 20년 가까이 지난 일이지만 이런 기억이 저를 괴롭혀요. 그래서 남편이 술 마시고 빨간눈(취한 눈...풀린 눈..)으로 들어오면 정말 싫고 소름끼쳐요. 다행히 남편은 주사 없이 바로 잠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빨간눈 되는 거 싫어하는 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그만큼 마시려고 하지 않고요.
저도 이제 아이를 가지려고 하는 중인데 자꾸 이런 기억이 저를 괴롭힙니다. 아버지는 제가 이런 일로 상처를 받았다는 걸 잘 모르시는 거 같아요. 그래서 불안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에게 이런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ㅠㅠ
아빠에게 이런 이야기를 편지로 써볼까.... 아예 친정에 가지 않고 살아볼까..... 심리 상담가를 한번 만나볼까.... 이런저런 생각 중입니다.
친정 일이라서 남편과는 상의하고 싶지 않아요. ㅠㅠ
이런 미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저 좀 도와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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