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보기엔 남편 쪽 문제가 훨씬 큽니다.
아들 아이 착한 편이에요. 나이 보다 성숙하고요.
까칠할 때는 있어도 중2병은 정도는 아니에요.
남편도 객관적으로 좋은 아빠죠. 근데 문제는 어쩌면 너무 좋은 아빠라는 거예요.
아이와 합의 하에 수학학원에 보내는 대신
아빠가 주중 밤에 2번 정도, 주말 이틀간...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정말 남편은 책임감, 성실성 빼면 시체구요.
퇴근 후, 주말 까지 집안일이며, 애들 공부며 ...휴~
정말 그 정신력과 체력에 항상 감탄해요.
그런 남편에 못미치는 건 항상 저와 아이들이에요. (아들만 둘이에요. 둘째는 초4)
남편은 정도 많고 유쾌하고 따뜻한 사람인데요.
문제는 강박증이 있나 싶을 정도로 지나치게 성실해서... 옆의 사람 피곤하고 불안하게 할 정도라는 거구요.
감정도 기복이 심하구요. 아이들에 대한 기대수준이 너무 높아요.
(다행인 건... 저한테는 그렇게 큰 요구를 안한다는 게 또 신기할 뿐이죠. )
그런데 문제는 중2 큰애가 아무리 착하다 한들... 얘도 중 2인데... 너무 큰 걸 바라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를테면... 하루종일 공부했다는 애한테.. 더해라.. 그 정도는 많이 한 거 아니다... 이런 식이고
(설사 그게 사실이어도 좀 구슬러 가면서 하든지)
애가 단 요만큼도 불만이나 짜증을 표현하는 걸 못 참아해요. 아빠에 대한 도전이라고 받아들이는 거죠.
남편이 시골에서 태어나 자란 장장 8남매 중 막내인데요. 그래서 정도 많은 대신 정말 보수적인 거 같아요. 이런 면에선...
정말 이해가 안가는 게...
그래 아빠가 감정적이었다... 일관성이 없었다... 그래도 너는 아들이니까 아빠한테 불손하게 대하면 안된다...
이런다는 거죠.
이게 전통적인 사고방식이고, 전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저도 찬성하는 쪽이지만...
표정이나 말투나 뭐 하나도 감정을 섞으면 안된다면
이게 중2가 이해가 될까요?
어른인 내가 감정적일 때도(물론 안좋은 거지만), 아직 애인 너는 항상 이성적이어야만 한다(불만 표출을 이성적으로 하라는)...
이게 가능한 건가요?
나중에 이런 얘길 하면 남편도 자기가 지나쳤다고 후회하면서도...
그래도 아이에게 어른을 대하는 바른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며...
가르칠 거면 이성적으로 타이르고 설득하든가...
감정적으로 짜증내고 화내고 소리치고... 때론 닥치는 대로 패기까지 ㅠㅠ
에구... 패기까지 한다는 대목에서는 정말 막장의 스멜이죠?.. 아마 딸만 두신 분들은 이해 못하실 거예요.
그렇다고 오해는 마세요. 아이들은 간혹 때려도 저까지 때린다거나... 상습적 폭력... 이런 거와는 거리가 멀어요.
다만, 아들 아이와 감정의 골이 깊어져...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멀어지면 어쩌나.. 걱정이에요.
남편 본인도 걱정하며.. 본인도 개선하고 싶어하는데.. 잘 안된다네요.
조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