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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9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세우실 조회수 : 912
작성일 : 2014-09-29 07:3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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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꾼 꿈이 지워진 거예요 마음이 시끄럽네요 쮸릿, 쮸릿, 칫, 칫 물이 끓고 있나요?

머릿속을 지우개로 박박 지웠더니 보글보글 구름이 생겼어요 요리에 앞서 별표 3개라는 걸 잊지 마세요 너무 많이 문지르면 검게 비구름이 된다는 걸 알아야 해요 그럼 한쪽으로 쓸어버려야 하죠 쓸려나간 구름은 어디선가는 필요로 하거든요 아픈 배 문지르던 엄마의 손길로 잘못 디딘 첫발을 지워봐요 뒷걸음질치며 구름이 송골송골 피어날 테니까요

일단은 지나가는 뜬구름 낚아채 통째로 집어넣어야만 해요 낚아챌 때는 빠른 감각, 두꺼비 혀의 본능이 중요해요 토끼 기린 강아지 오빠 엄마 물고기 할머니 얼굴로 수시로 변하거든요 강아지가 싫으면 절대로 피해야 하니까요 오빠와 엄마를 요리하고 싶으면 적절할 때 낚아서 납득시킬만한 꺼리가 필요해요 잘못하면 당신이 설득 당할 테니까요 할머니에겐 안개구름 한 소반 선물해 봐요 그럼 그 속에 감춰진 추억을 하나하나 따내며 끄덕끄덕 하시겠죠 그리고는 겹겹이 포개진 뭉게구름 동강동강 썰어야 해요 구름의 남쪽, 비늘구름 잡아 당겨 살점만 떠 넣고요 다시 제 위치에 걸어놓아야 해요 요리는 늘어놓고 하면 곤란해요 제 살점을 잃은 구름은 몇 초 지나지 않아 다른 형상으로 변해 떠나가버려요하악, 그새 악어가 입 딱 벌리고 급 하강하는 줄 알았어요! 간이 철렁했죠 긴 꼬리를 끌며 지나간 뒤에 간을 보니 싱거워요 소금을 좀 더 넣어야겠네요

요리를 하다 보면 알게 되죠 구름을 절대 새총으로 쏘아 잡으면 안 돼요 조리법에 어긋나는 일이죠 빗맞기라도 하면 냄비에 구멍이 나요 조루처럼 빵빵 뚫린 구멍으로 빗줄기가 쏟아질테니까요 조리법에 의하면 그 총탄자국은 밤에만 보인다지요 그것은 인간들이 쏘아댄 빗나간 꿈이에요, 별들의 실체라고도 해요요리가 다 됐나요? 새털구름이 하늘 가득 웃자라 피었어요 여러 빛깔로 아롱진 꽃구름이 피었어요 배추흰나비가 노루귀 꽃잎에 앉았어요 지나가던 바람 배추흰나비 날개깃에 머무네요

요리는 다 되었나요, 꽃구름?


                 - 심명수,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 -

* 부산일보 2010년 신춘문예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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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29일 경향그림마당
※ 김용민 화백 해외출장으로 ‘그림마당’은 당분간 쉽니다

2014년 9월 29일 경향장도리
http://news.khan.co.kr/kh_cartoon/khan_index.html?code=361102

2014년 9월 29일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artoon/hanicartoon/657261.html


 

 

다시 보고 또 봐도 그저 불쌍하고 또한 안쓰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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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이 난무할 때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혁명이다.”

              - 조지 오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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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02.76.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세우실님!
    '14.9.29 9:43 AM (59.14.xxx.9)

    반가워요!
    바쁜 일은 한 숨 돌리셨나요?
    매일 아침마다 올려주신 시와 만평 편하게 잘 봐 왔는데~~
    안 오시는 동안 새삼 그 수고스러움이 고맙고 미안했네요.

  • 2. 세우실
    '14.9.29 10:42 AM (202.76.xxx.5)

    옙! 사람 미치도록 혹사시키던 프로젝트도 끝났고, 당직 근무도 끝났고, 여름 휴가도 끝났고, 새 팀으로 오면서 인수인계 문제도 끝났고... ^^;;; 한꺼번에 몰려왔던 바빴던 일들이 다 잘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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