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번역 에세이] 시작과 시작함에 관하여 / 뤼디거 사프란스키. (1)

새벽의길 조회수 : 909
작성일 : 2014-09-27 19:50:12

누가 이런 시작함의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새로운 사랑, 새로운 일자리, 새해, 새로운 시간. 역사 속에서는 이런 새로운 시작이 ‘혁명’ 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비록 그 이름값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새로 시작하게 하는 것처럼 활활 불타오르게 하던 (혁명의) 순간만큼은 여전히 신화로 남아 있다. 바스띠유 감옥의 습격, 겨울 궁전에 몰아닥친 폭풍. 장벽의 열림. 이러한 순간들은 영점 상황의 파토스와, 우리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머금고 있다.


너무 큰 시작들이 있다. 하나의 사랑 이야기는 거기에서 더 이상 자랄 수 있는 것이 없는 시작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그 이야기들은 마치 시작의 힘 속에 그것이 다 포함된 것처럼 길게 지속되어, 결과적으로 불가피하게 시작의 끝이 끝의 시작이 되고 말것이다.

다른 시작들은 더 일상적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책 읽기를 시작한다. 그 독자에게는 지금껏 읽어왔던 어떤 내용 연관성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읽었던 부분을 다시 뒤적일 필요가 아직은 없다. 모든 것들이 여전히 문장들 앞에 놓여 있으며,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두루마기처럼 펼쳐질 것이다.


모든 진정한 시작 안에는 변화의 기회가 숨겨져 있다. 왜 새로 시작하는 것들이 유혹적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사람들은 뒤에서 자신을 묶고 있던 귀찮은 것들을 기꺼이 떨쳐내고 싶어한다- 그가 연루된 수천가지의 것들, 그의 이야기와, 전통들 말이다. 시작의 즐거움은 어떤 감정에 대한 반응이다: 사람들은 사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시작은 어렵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타당하다. 그 어떤 것도 새로운 시작만큼 북돋아주고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새로운 시작은 자유의 본질에 속한다. “모든 새로운 시작에는 마법사, 우리를 보호해주며 우리를 살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사가 내재되어 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시 “계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문학은 특히 시작함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문학은 삶의 첨예함이라는 연관 관계하에서 하나의 잠재적인 행동이자, 시험적인 행동이다. 작가는 다른 사람 혹은 자기 자신의 인생 편력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삶의 다른 여정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미 이런 상상적인 행위를 통해서 그는 관습적인 삶의 상황과 삶의 그렇고 그런 추후 행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험해 본다. 이렇게 이해된 문학은 그 테마가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시작의 표현이다. 그러나 문학은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요구를 기꺼이 자신의 테마로 삼는다.


시작함에 관한 유명한 저서가 바로 카프카의 소설 “성” 이다. 스스로 “내 삶은 태어남의 순간에서의 망설임” 이라고 말했던 카프카는 그의 소설의 주인공인 토지측정기사 K 로 하여금 새로운 시작을 시험해 보게 한다. 과거 이력도,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려지지 않은 채, K 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성 밑의 어떤 마을에 발길을 들여 놓는다. K 는 아직 (그곳의) 친숙함, 습관, 혹은 문화적 자명성에서 기인하는 인지적인 무뎌짐의 법칙에 놓여 있지 않다. K는 여전히 익숙한 세계의 끔찍함을 그 세계에 속하지 않는 자의 관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가 그 세계 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시초적인 시선은 카프카적 글쓰기의 매력, - 독자인 우리들 뿐만 아니라 작가 스스로도 매혹되는 - 매력을 만들어 낸다. 카프카는 글쓰기 속에서 행복감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시작할 수 있음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계속)   


IP : 95.91.xxx.6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글
    '14.9.27 8:32 PM (216.58.xxx.45)

    감사합니다.
    직접 번역히셨나요?
    멋진 재능기부이네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70375 자영업 하는 남편 5 ~~ 2015/08/04 2,761
470374 겅희대자연사박물관 가보신 분이요 5 교통 2015/08/04 1,167
470373 세살 딸들 엄마 힘들다 3 아이고 2015/08/04 1,560
470372 산업은행이 그런 구조인줄이야.. 2 방송에서 나.. 2015/08/04 3,253
470371 독일에서 한달 살기 질문 8 dd 2015/08/04 4,670
470370 재외국민 12년 특례는 조건만 갖추면 대입이 쉬운가요? 9 .. 2015/08/04 4,290
470369 신동빈-신동주, '일본국적' 앞세워 병역-세금 면제 5 일본롯데 2015/08/04 2,497
470368 싱크대 상판 관리법이요 .. 2015/08/04 2,311
470367 서울이나 근교에서 10명(아이포함)이 숙박 포함 모일 수 있는곳.. 4 고민 2015/08/04 991
470366 초등 저학년 둔 직장맘의 방학걱정... 5 ㅠㅠ 2015/08/04 2,420
470365 치아파절 실비보험되나요? 14 ... 2015/08/04 12,987
470364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광화문 근처 맛집 알려주세요 8 .... 2015/08/04 2,523
470363 결혼해서 불행할거라 말하는 사람들은.. 3 바요 2015/08/04 1,567
470362 지하철 노인분들 왜그럴까요 6 뚜벅이 2015/08/04 2,270
470361 행복이 뭐 별거 있나요? 11 ㄴㄴ 2015/08/04 3,001
470360 여러분, 글 수정 잘 됩니다~ 2 알고 계셨어.. 2015/08/04 843
470359 아이허브 들어가 지나요? 4 아이허브 2015/08/04 984
470358 박진영 뮤직비디오에 엉덩이 그게 큰건가요?? 9 둥ㄷㄷ 2015/08/04 3,947
470357 들을 때마다 감정이 아련해지는 노래 있으세요? 29 ** 2015/08/04 3,528
470356 결혼 생활이 행복하다는 분들은 어떠 ㄴ점이 행복하다는 건가요??.. 32 rrr 2015/08/04 6,187
470355 원룸에서냄새가나요 1 자취 2015/08/04 1,285
470354 해외구매 잘 아시는분 도와주세요 샤퍼 2015/08/04 660
470353 혁오가 정형돈에게 준 첫번째곡요. 비슷한 풍 추천좀 해주세요 5 무도 2015/08/04 1,954
470352 유산상속 포기에 대한 상담 7 사망보험금 2015/08/04 3,443
470351 스스로를 비판하는 스탈이세요?합리화하는 스탈이세요? 2 자존감 2015/08/04 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