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번역 에세이] 시작과 시작함에 관하여 / 뤼디거 사프란스키. (1)

새벽의길 조회수 : 698
작성일 : 2014-09-27 19:50:12

누가 이런 시작함의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새로운 사랑, 새로운 일자리, 새해, 새로운 시간. 역사 속에서는 이런 새로운 시작이 ‘혁명’ 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비록 그 이름값을 잃어버린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세상의 모든 사물들을 새로 시작하게 하는 것처럼 활활 불타오르게 하던 (혁명의) 순간만큼은 여전히 신화로 남아 있다. 바스띠유 감옥의 습격, 겨울 궁전에 몰아닥친 폭풍. 장벽의 열림. 이러한 순간들은 영점 상황의 파토스와, 우리가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새로운 놀이를 머금고 있다.


너무 큰 시작들이 있다. 하나의 사랑 이야기는 거기에서 더 이상 자랄 수 있는 것이 없는 시작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그 이야기들은 마치 시작의 힘 속에 그것이 다 포함된 것처럼 길게 지속되어, 결과적으로 불가피하게 시작의 끝이 끝의 시작이 되고 말것이다.

다른 시작들은 더 일상적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책 읽기를 시작한다. 그 독자에게는 지금껏 읽어왔던 어떤 내용 연관성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읽었던 부분을 다시 뒤적일 필요가 아직은 없다. 모든 것들이 여전히 문장들 앞에 놓여 있으며, 한 문장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두루마기처럼 펼쳐질 것이다.


모든 진정한 시작 안에는 변화의 기회가 숨겨져 있다. 왜 새로 시작하는 것들이 유혹적인지는 자명해 보인다: 사람들은 뒤에서 자신을 묶고 있던 귀찮은 것들을 기꺼이 떨쳐내고 싶어한다- 그가 연루된 수천가지의 것들, 그의 이야기와, 전통들 말이다. 시작의 즐거움은 어떤 감정에 대한 반응이다: 사람들은 사는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시작은 어렵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나 그 반대도 마찬가지로 타당하다. 그 어떤 것도 새로운 시작만큼 북돋아주고 사람을 자유롭게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새로운 시작은 자유의 본질에 속한다. “모든 새로운 시작에는 마법사, 우리를 보호해주며 우리를 살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사가 내재되어 있다.”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시 “계단”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으로 문학은 특히 시작함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문학은 삶의 첨예함이라는 연관 관계하에서 하나의 잠재적인 행동이자, 시험적인 행동이다. 작가는 다른 사람 혹은 자기 자신의 인생 편력를 가지고 실험을 하는 사람이다. 그는 삶의 다른 여정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이미 이런 상상적인 행위를 통해서 그는 관습적인 삶의 상황과 삶의 그렇고 그런 추후 행로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험해 본다. 이렇게 이해된 문학은 그 테마가 무엇이든 간에, 새로운 시작의 표현이다. 그러나 문학은 또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요구를 기꺼이 자신의 테마로 삼는다.


시작함에 관한 유명한 저서가 바로 카프카의 소설 “성” 이다. 스스로 “내 삶은 태어남의 순간에서의 망설임” 이라고 말했던 카프카는 그의 소설의 주인공인 토지측정기사 K 로 하여금 새로운 시작을 시험해 보게 한다. 과거 이력도,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려지지 않은 채, K 는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성 밑의 어떤 마을에 발길을 들여 놓는다. K 는 아직 (그곳의) 친숙함, 습관, 혹은 문화적 자명성에서 기인하는 인지적인 무뎌짐의 법칙에 놓여 있지 않다. K는 여전히 익숙한 세계의 끔찍함을 그 세계에 속하지 않는 자의 관점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가 그 세계 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계에 대한 시초적인 시선은 카프카적 글쓰기의 매력, - 독자인 우리들 뿐만 아니라 작가 스스로도 매혹되는 - 매력을 만들어 낸다. 카프카는 글쓰기 속에서 행복감을 느꼈는데, 왜냐하면 시작할 수 있음이 그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기 때문이다. (계속)   


IP : 95.91.xxx.6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글
    '14.9.27 8:32 PM (216.58.xxx.45)

    감사합니다.
    직접 번역히셨나요?
    멋진 재능기부이네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8800 대치동 청실아파트 언제 입주하나요? 2 살사 2014/12/24 1,794
448799 서귀포 성당 성탄 미사 시간 아시는분 데레사 2014/12/24 1,072
448798 삼성냉장고 괜찮을까요 5 냉장고 2014/12/24 1,043
448797 영화 abba the movie 공유 하겠다고 했는데 2 abba 2014/12/24 655
448796 65세 친정엄마 보험추천 좀 해주세요 15 ㅊㅊ 2014/12/24 1,040
448795 제주도 귤 직접 사고 싶어요. 36 ㅇㅇ 2014/12/24 4,250
448794 지마켓 가상계좌에 입금을 잘못했어요 ㅠ.ㅠ 3 환불 2014/12/24 2,653
448793 위내시경하다 위에 상처낸것 같아요ㅜㅜ 9 급...환자.. 2014/12/24 6,510
448792 대학원 성적 은 항의 못하나요? 3 , 2014/12/24 1,286
448791 무당의 신기 1 ---- 2014/12/24 2,049
448790 제빵기 날개가 또 닳았네요 ㅠㅠ 2 2014/12/24 1,523
448789 양모 이불커버를 사야하는데.. 1 이불커버 2014/12/24 1,877
448788 거리에 캐롤송이 나오면 2 그립다 2014/12/24 921
448787 '미생' 신드롬이 불편한 이유 levera.. 2014/12/24 1,612
448786 아이훈육 어떻게 7 아이 2014/12/24 1,450
448785 아주 짧은 소설 한번 써보았습니다. 8 고띠에르 2014/12/24 1,299
448784 집컴텨에 있는 결제카드를 usb에 옮길려면 1 ㅇㅇㅇ 2014/12/24 346
448783 삼성동에서 개랑 산책한다면 어디가 있나요?(공원이든 강변이든.... 7 ㅇㅇㅇ 2014/12/24 1,213
448782 산부인과 병원정보 알수 있을까요 약복용중에 임신됐어요 1 wisdom.. 2014/12/24 719
448781 동네 친구 둘째 아이 돌인데 뭘사줘야죠 ㅡㅜ 조언 좀 2 손님 2014/12/24 549
448780 사귀지도 않는데 닭살스러운 말,,,왜이럴까요? 2 ... 2014/12/24 1,033
448779 남편부재시 남편명의 집매매 어떻게 해야 하나요? 7 아파트매매 2014/12/24 3,579
448778 여군장교에대해서 1 점순이 2014/12/24 805
448777 영화 러브레터 좋아하시는 분 계신가요 10 달달 2014/12/24 1,719
448776 82쿡님들. 혼자 산다면 몇평이 적당한것 같으세요..?? 28 .. 2014/12/24 7,8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