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외로움은 가장 따뜻한 순간에 온다...

갱스브르 조회수 : 2,039
작성일 : 2014-09-27 16:36:56

20대 때의 외로움은 옆구리가 시려 그렇다고 생각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끊긴 필름처럼 그 시절의 모습이 사진처럼 남아있는 시기를 지나

완전한 영상으로 재생 가능한 5~6 살 무렵의 나도 외로웠더랬다

미처 기억할 수 없는 태생 초기의 블랙박스는 살아봐야 드러난다

어른들은 혼자 잘 노는 아이를 칭찬하지만

지금은 안다 , 그것이 얼마나 애쓰고 난 뒤의 포기인지를...

본래 사람은 빛을 따르고 온기를 좋아한다

내성적이고 말 잘 듣는 아이가 손가락을 꼬물락거릴 때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우리 부모 모두는 사랑으로 키운다지만 결과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랑이 넘치는 건 모자란 것과 같은 결과를 준다

이상하게도 온 가족의 사랑이 빵빵한 풍성처럼 둥둥거릴 때 베란다에 혼자 서있는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드러나는 의문은 불친절하고 당황스럽게 온다

전혀 앞뒤 연관성 없는 무작위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족한 데이트를 하고 오는 길도 그랬다

친구와 온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고 난 뒤에도 동굴의 찬바람이 불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꿈을 이루고 난 뒤의 외로움이었다

오매불망...몇 년을 기다리고 치이고 다시 오르고

너덜너덜해지기 일보직전 환희의 찬가를 불렀지만 심한 울증이 찾아와 나를 또 놀래켰다

가장 행복하게 느끼고 즐겨도 모자랄 시간을 잠이 다 가져갔다

내가 모르는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든다

아마 평생을 그 허함을 메우려 사는 것 같다

공부가 일이 사람이 정신적 유희가 가끔 그 역할을 했지만

어느 한폭  공간은 줄지 않음을 확인시켜주고 간다

아무리 좋은 가을 볕이라 해도 집에서는 빛을 들이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내려 자연 채광을 막았다

그런데 그 구석탱이 좁은 틈으로 실오라기 같은 조명이 든다

풀어야 할 삶의 그림자는 기다린다

빛이 들어야 자신을 증명해 보일 수 있으니까...

마음을 헤집고 들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IP : 115.161.xxx.2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9.27 6:16 PM (110.14.xxx.185)

    사랑이 넘치는 건 모자란 것과 같은 결과를 준다
    내가 모르는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든다아마 평생을 그 허함을 메우려 사는 것 같다



    꼭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쓴 글 같네요

  • 2. ㅠㅠ
    '14.9.27 10:50 PM (203.226.xxx.28)

    외로움은 가장 따뜻한 순간에 온다...
    가슴을 두드리는 글 잘 봤어요ㅠㅠ

  • 3. 멋진글
    '14.9.27 10:58 PM (183.100.xxx.107)

    고마워요..
    전부 동감하긴 어려웠지만요..
    외로움..

  • 4. 글을
    '15.12.1 8:15 PM (117.111.xxx.32) - 삭제된댓글

    참 잘 쓰시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2864 신혼여행 다녀오는 시누이를 위해 밥상한번 차려보려는데 도와주세요.. 8 에이스 2014/10/01 2,217
422863 친구사이에 아이의 거짓말을 알게되었어요. 5 내딸 2014/10/01 1,520
422862 주위에 똑똑하고 좋은 여자분이 이상한 남자 만나는 경우 24 2014/10/01 9,092
422861 김희애 이런 메이크업은.. 7 @@ 2014/10/01 3,767
422860 살찌고 체력 좋아시진 분 계신가요? 16 2014/10/01 3,033
422859 조미료보다 더 괴로운 단맛 10 외식 2014/10/01 2,546
422858 베르너 채칼 5 ..... 2014/10/01 2,361
422857 탁구냐? 헬스냐 ? 이것이 문제로다... 3 늦은 운동바.. 2014/10/01 1,623
422856 내일 ebs 인생수업에 환희가 나오네요. 2 .... 2014/10/01 1,523
422855 망고 원피스는 오프라인에서 어디서 살 수 있어요? 3 ..... 2014/10/01 1,258
422854 우리 딸이 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엄마는.. 1 .. 2014/10/01 848
422853 부모님이 이혼접수를 했는데요.. 8 ㅂㅂ 2014/10/01 2,738
422852 남편이 저보고 못생겼다고 자꾸 그러는데 정떨어지는거 정상이죠??.. 8 ㅠㅠ 2014/10/01 3,171
422851 페이지마다 감탄이 나오는 요리책 2 Deepfo.. 2014/10/01 2,126
422850 단통법 요약 만화입니다. 호갱님~~~ 3 칼퇴근 2014/10/01 1,623
422849 김장에 젓갈안넣는 집 있나요? 3 김장 2014/10/01 1,704
422848 "공안당국, '3천명 카톡 대화' 들여다봤다".. 샬랄라 2014/10/01 619
422847 대1 아들에 대한 이야기 ㅠㅠㅠ 1 ㅠㅠㅠㅠ 2014/10/01 1,805
422846 중2. 아이가맞고왔어요 22 2014/10/01 3,388
422845 공중화장실 관리인 실명표시 없앤다 세우실 2014/10/01 656
422844 인공관절 .. 2014/10/01 557
422843 중3 조카가 공업고등학교를 간다고 하는데요.. 10 이모 2014/10/01 2,009
422842 이국주 염색약 무슨색인가요 3 지젤 2014/10/01 1,826
422841 배우자 불륜적발되면 간통고소 ...가능한거에요? 6 궁금증 2014/10/01 2,068
422840 축산물·공공요금 등 다 올랐는데 '저물가' 참맛 2014/10/01 6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