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의 외로움은 옆구리가 시려 그렇다고 생각했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아주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끊긴 필름처럼 그 시절의 모습이 사진처럼 남아있는 시기를 지나
완전한 영상으로 재생 가능한 5~6 살 무렵의 나도 외로웠더랬다
미처 기억할 수 없는 태생 초기의 블랙박스는 살아봐야 드러난다
어른들은 혼자 잘 노는 아이를 칭찬하지만
지금은 안다 , 그것이 얼마나 애쓰고 난 뒤의 포기인지를...
본래 사람은 빛을 따르고 온기를 좋아한다
내성적이고 말 잘 듣는 아이가 손가락을 꼬물락거릴 때 안쓰러운 느낌이 든다
우리 부모 모두는 사랑으로 키운다지만 결과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랑이 넘치는 건 모자란 것과 같은 결과를 준다
이상하게도 온 가족의 사랑이 빵빵한 풍성처럼 둥둥거릴 때 베란다에 혼자 서있는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드러나는 의문은 불친절하고 당황스럽게 온다
전혀 앞뒤 연관성 없는 무작위로...
사랑하는 사람과 만족한 데이트를 하고 오는 길도 그랬다
친구와 온 마음으로 우정을 나누고 난 뒤에도 동굴의 찬바람이 불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은 꿈을 이루고 난 뒤의 외로움이었다
오매불망...몇 년을 기다리고 치이고 다시 오르고
너덜너덜해지기 일보직전 환희의 찬가를 불렀지만 심한 울증이 찾아와 나를 또 놀래켰다
가장 행복하게 느끼고 즐겨도 모자랄 시간을 잠이 다 가져갔다
내가 모르는 구멍으로 바람이 드나든다
아마 평생을 그 허함을 메우려 사는 것 같다
공부가 일이 사람이 정신적 유희가 가끔 그 역할을 했지만
어느 한폭 공간은 줄지 않음을 확인시켜주고 간다
아무리 좋은 가을 볕이라 해도 집에서는 빛을 들이지 않는다
블라인드를 내려 자연 채광을 막았다
그런데 그 구석탱이 좁은 틈으로 실오라기 같은 조명이 든다
풀어야 할 삶의 그림자는 기다린다
빛이 들어야 자신을 증명해 보일 수 있으니까...
마음을 헤집고 들어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