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둘이 살아요.
다른 소유욕은 거의 없는데
저희 부부가 먹는 욕심이 많아요.
많이 먹는 건 아닌데 맛있는거, 새로운거, 고칼로리 좋아하다보니
외식비도 많이 들고 식비도 많이 들어요.
몇 년 동안 82 게시판을 꾸준히 지켜본 결과 남들이 놀랄 정도로 과한 식비를 쓰는 건 아니지만
저희 경제수준에서는 분명히 과소비가 맞습니다.
식비에 대대적인 칼질을 하려고 하는데 참... 고민이 많네요.
일단 금요일 저녁부터 외식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남편이 극심한 업무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고 싶어해요.
또한 한 번도 주는대로 먹는 일이 없어요.
퇴근길에 늘 오늘은 뭐 먹어? 라고 묻죠.
그건 입에 짝짝 붙는 뭔가를 사 먹고 싶다는 얘기예요.
금요일 저녁에 한 끼, 토요일에 한 끼, 일요일에 한 끼. 해서 일주일에 총 3번 정도 외식을 합니다.
싸게 먹으면 1~2만원 사이, 비싸게 먹으면 4~6만원 사이예요. (더 비싼거는 아주 가끔이니 예외로 치고요)
아침은 커피나 사과 먹고 점심, 저녁은 보통 밖에서 먹고 들어오는데도 평범한 집밥을 먹기 싫어해요.
제가 음식 솜씨가 나쁘지 않습니다.
똑같은 밑반찬 내내 내놓는 스타일도 아니구요.
하지만 그냥 외식메뉴가 좋은거예요. 이건 집안 내력이구요 -.-;;
어쩌다 집에서 밥을 먹어도 고기 메뉴가 있어야 합니다. 아니면 기름지고 배가 든든한 더운 음식.
한 달에 2번 정도는 파스타를 먹고요. (해먹어요. 알리오 올리오나 바질페스토 파스타)
밑반찬에 국에 김치나 나물로 구성된 한식은 거의 한 달에 1번 먹나봐요.
어쩌다 먹고 싶을 때도 있지만 거의 안 먹고 싶대요. 회사에서 먹기도 하고요.
친정어머니가 음식 솜씨가 좋으시고 다양한 반찬 깔아서 한식메뉴로 차려주시는데
친정에서 온갖 정성 들인 저녁 먹고 나오면 속이 헛헛하다고 햄버거 먹어요. (그렇다고 풀떼기만 있는것도 아닌데)
대신 시어머니집에서 김치에 장아찌만 놓고 고기 구워먹고 온 날은 배 두들기며 흐뭇해하고요.
식비도 과하고 살도 찌고 너무 고민이 많아요.
제 잘못도 있습니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얼마 전부터 일단 외식을 줄이기 시작했어요.
이게 시작이라 생각하고 꿋꿋하게 한 달 목표로 집밥 프로젝트 들어갔습니다.
우리 이렇게 살다간 집은 커녕 아파도 병원도 못 간다고 몇 번을 말해도 그게 안 된대요.
얼마 전에는 자기는 먹는 타령 하는 버릇 아무래도 못 고칠 것 같다고 진지하게 얘기까지 ㅠ.ㅠ
어제도 외식 타령하는 걸 어르고 달래서 겨우 해먹었는데 그래도 삼겹살...
외식처럼 해주려고 물김치 국물 살얼음 끼게 얼려뒀다가 김치말이국수도 후식으로 줬네요.
제 뜻이 강경하면 결국 따르겠지만 매번 식사메뉴로 실랑이하고
먹고 싶은 거 못 먹게 하면 삐져서 입 내미는것 보는것도 너무 스트레스예요.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자다가도 생각이 난대요.
회사에서 우울한 채로 왔다가도 좋아하는 거 사주거나 해주면 진심으로 위로받더라구요.
그러니 마냥 못 먹게 할수도 없고...
이러니 집밥을 남들 먹는대로 아무리 해줘도 별 소용 없어요.
흔히들 먹는 찌개, 국, 이런저런 손 많이 가는 반찬들, 한 입 먹고 땡이거든요. 좋아하지도 않고.
다행히 입에 맞는 음식 한 두가지만 있으면 그냥 먹어요. 여러가지 안해도 되고요.
나물을 싫어해서 그렇지 신선한 샐러드나 생채소는 좋아하고요.
싱겁게 먹지는 않지만 국이나 찌개, 김치, 젓갈, 장아찌 같이 염분이 높은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요.
고기랑 튀김 좋아하지만 신선한 샐러드랑 다양한 요리가 깔린 세븐 스프링스 음식이 자기는 딱 좋대요.
제가 오죽하면 지중해 요리(이탈리아, 스페인)도 배워볼까 했다니까요.
근데요, 아무리 채소 위주라 해도 외국 음식은 기본 양념이나 재료 단가가 있어서 부담돼요.
저희 남편 좋아하는 채소는 구운 가지, 올리브 절임, 죽순, 아티초크 뭐 이딴거예요. 젠장
그렇게 먹고 싶으면 돈을 많이 벌어오든가.
이런 사람 위한 집밥 메뉴 한 가지씩만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키친토크도 보고 이런저런 블로그 보면서 최대한 수집하고 따라하고 있지만
진짜 한계네요.
이제 알뜰하고 건강하게 살아볼 결심 단단히 했으니까 너무 흉보지 마시고
저 좀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