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을 때,별로 어렵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을 때,
-주로 설거지.걷기.샤워 -중에 잊고 싶었던 일들이 떠올라 괴로운 적이 많았어요.
중요하지도 않은 일.그런 것까지 기억하고 있었나 스스로 놀랄만큼
사소하고 자잘한 일들이 ,막 기어나온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로
별 게 다 생각나서 그때의 감정까지 같이 떠올라 부끄럽고 창피하고 화나고 분하고 그렇더군요.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청소하시면서 혼자 계시면서 구시렁구시렁
누군가 욕을 하기도 하고 저주하기도 하고,그러시는 걸 본 기억이 있어요.
할머니가 되면 저렇게 되나보다 하고 말았는데
점점 나이들면서 제가 그러고 있고,주위 제 또래 -40대중반- 사람들도
설거지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욕을 하고 있더란 말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이게 늙어가는 모습인건가 그러고 말았는데요.
그래도 괴롭더라구요.벗어나고 싶고,이런 기억 이제 안떠올리고 싶은데
왜 혼자 있을때면 불쑥 침범할까 궁금하기도 했구요.
결혼해서 시집.남편.아이 순으로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클 갈등을 겪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향으로 마음수련을 많이 하다보니
이제 가족들과 화목하게 지내는 편이고,친분관계의 사람과도 무난하게 지내는 편이에요.
남을 탓하기보단 그럴수도 있는거지.완벽하길 바라면 나만 힘들지 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아이들은 특히 그냥 한번 더 안아주는 마음으로 갈등을 해소해왔는데요.
얼마전 걷기운동을 하다 또 나를 괴롭히는 불편한 기억들로 한바탕 속을 끓이다가
문득,나의 주위사람은 모두 이해해주려고 하고 안아주려고 하면서
왜 내가 했던 과거의 나의 찌질하고 창피하고 바보같았던 모습은 그리 못마땅해하는걸까..
란 의문이 들면서,그 기억들을 향해 괜찮아.어렸으니까 그랬지.라고 한번 중얼거렸어요.
신기하게도 기억이 슥 흩어지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샤워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이제 그 기억은 저를 안찾아오는 것 같아요.
대신 다른 기억들이 계속 계속 떠오릅니다.
어떨 땐 와~내가 이런것까지 기억하고 있구나 하고 놀라요.
30년 전 일도 기억하고,더 어릴때 일도 기억하고,
치매환자들이 현재의 일은 기억못하고 과거의 일만 기억한다더니.
사람의 기억이란 건,과거로 향할 수록 더 생생해지는 건가 봐요.
제가 얼마나 심했냐면 작년까지만 해도 설거지 하다보면
아이들이 엄마 왜? 누구보고 바보라고 하는거야? 물은 적이 많았는데요.
이젠 그러지 않네요.방금 운동하고 샤워하고 머리말리기까지
떠오르는 기억없이 ,그냥 이제 뭐하고 뭐해야겠다.그렇게 생각하고 일들 마치다가
아,이제 나를 괴롭히는 기억들에서 슬슬 벗어나고 있구나 ,
기쁜 마음에 글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