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공화국 시절 일어난 부산지역 최대 공안사건이었던 ‘부림사건’ 피해자 5명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최종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5일 부림사건 피해자 고호석(58), 설동일(58), 노재열(56), 최준영(62), 이진걸(55) 씨 등 5명에 대한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검찰 상고 기각키로 일치된 의견 모아”
“유죄판결 파기하고, 무죄 선고한 것은 정당해”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심이 공소사실 중 유죄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일치된 의견을 모았다”고 판시했다. 특히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신문조서와 압수물의 증거능력, 반공법 국가보안법 위반죄에서의 이적표현물 판단 등에 대해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며 검찰의 상고 내용을 일축했다.
따라서 이번 확정 판결로 불법구금과 고문 등 ‘부림사건’의 조작성에 대한 재판부의 사법적 판단이 마무리됐다.
전두환 정권 초기 대표적 공안사건으로 불리는 부림사건은 1981년 공안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수십일 간 불법감금하고, 고문해 조작한 용공사건을 말한다.
피해자들은 이적서적을 소지하고, 반국가단체 등을 찬양·고무했다는 이유로 구속기소돼 각각 징역 1~7년 형을 선고받았고, 지난 1983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이 내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다룬 영화 ‘변호인’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부림사건이 1990년대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되면서 피해자들은 2012년 8월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해 개시 결정을 받았다. 이 결과 재심 재판부는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와 각종 압수물 등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피고인들의 반공법 및 국가보안법 위반, 계엄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은 이에 불복해 상고를 제기했으나, 결국 대법원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고호석 씨 등 재심 청구인 5명은 이날 오후 2시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이날 판결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 고 씨 등은 이번 판결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