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두 아들이 식성이 딱 반대에요.
반찬해서 형이 잘 먹었다 싶으면 동생은 싫어하구요.
보다보니 저와 제 여동생 생각이 나더라구요.
저는 어릴때부터 친구따라 팬시점 가는게 나름 고역이었던 민숭맨숭한 스타일...
가서 열쇠고리 학용품 인형들 만지면서 이쁘다 어떻다 하면..그냥 가만있기 좀 그래서 따라서 관심있는척 하였지만 제 관심은 시장통 헌책방 뒤지기..뭐 그런거 있죠 ㅎ
제 이쁜 여동생이 소소한 악세서리나 파우치, 이런거 잘 챙겨줘요. 저는 돈주고 그런거 잘 안(못) 사는 스타일이고요.
어느날 예쁜 꽃술이 달린 파우치를 두개 사서 저 하나 주더군요.
저는 몇번 쓰다보니 그 꽃술이 덜렁덜렁 하는거에요.
아우 성가셔라.... 생각하며 계속 가방에 넣고다니다가
어느날 그게 똑 떨어진거에요.
어찌나 속시원하던지...
저희가 학교가 달라서 자주 못봤는데,
어느날 만나서 서로 파우치 꺼내는데, 제 동생은 단단히 잘 붙어있더라구요.
내꺼가 좀 불량이었나봐 했는데 알고보니 동생은 바느질해서 그 꽃술을 붙여놨더군요 ㅋㅋㅋ
정말 저와 제 동생의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였어요.
가끔 신촌이나 이대앞에 만나서 돌아다니다
동생에 악세서리 노점에서 서서 이거 어때 저거 어때 하고 물어보면
저는 하품참으며 어 이뻐 어 이뻐...하는데 동생은 제 영혼없는 대답을 듣고 피식 웃곤 했죠.
그러고 걷다가 제가 종종걸음치며 어디론가 빨려들어가는데
거기는 그당시 ... 폐업비디오점이 많아서 팔던 비디오테이프들...
얼마나 사댔던지..ㅠㅠ 지금 이렇게 파일로 돌아다니는게 많을줄 알았으면
춤추는 무뚜 이런걸 2만원 넘게 주고 안사는건데 말이지요 ㅠㅠㅠㅠㅠ
암튼...덕후스타일 언니와 이쁘니 여동생 이야기였습니다. ㅎㅎ
결혼해서 각각 엄마가 된 지금도
제 여동생은 제가 돈주고 안(못) 사는 여러 소소한 품목들을 제게 안겨주는 아주 고마운 동생이랍니다.
대신 저는 큰...걸로 해주고 싶어하지만 자주 못해주는 ...
여전히 인터넷 헌책방에서 어릴떄 보던 금성칼라 세계문학전집이나 뒤지는 아줌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