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빵집의 노부부...

갱스브르 조회수 : 3,489
작성일 : 2014-09-24 10:53:12

사실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아주 단편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의 멜로디에  빠지듯이

온 세상이 그렇게 살아질 수도 있겠단 잠시 잠깐의 인상적인 장면 때문에...

이쁜 아기, 부부의 다정한 언어, 마주 앉아 밥 먹기

집안에서 풍기는 독립적인 여유나 시시콜콜 오고가는 전화 통화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손길..등등

이벤트나 티나는 사랑보다 아주 일상적인 공유를 볼 때 마음이 스산해지고 그렇다

한창  수다 떠는 와중에 걸려오는 친구 신랑의 "어디야"?라는 묵뚝뚝함까지...

정작 본인은 피곤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며 불쾌해하지만...

그렇게 싸하게 마음 흔들어놓는 또 한 가지는 노부부의 교감이다

풍파 다 지나고 서로의 주름을 껴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영화처럼 석양을 등지고 오붓하게 손 붙잡고 걷는 모습도 멋지지만

마주 보지 않아도 두분이 앉아 조용조용 대화하고 심드렁하게 웃는 얼굴...

오늘 빵집에서 너무 따뜻한 풍경을 봤다

구석 테이블에서 할머니께 빵을 챙겨주시는 할아버지

저절로 미소가 났다

부부는 닯는다고 맑고 깨끗한 인상에 소심한 말투하며 빵 봉투를 벗기는 할아버지의 손이 무척 느리다

그 과정을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보고 계시는 할머니의 느긋함

꽃가라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할머니는 소녀같으시다...

다혈질에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 타는 성질머리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이런 조근조근한 분위기에 약하다

한참을 힐끗힐끗 봤다

노부부의 평화가 어디 처음부터 이겠나마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너무 씩씩한 엄마

그 밑에서 거두고 살아야했던... 놓아버린 갖가지 감정들이 이렇게

가끔 너무나 쌩뚱맞은 장면에서 팝업창처럼 뜬다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건 아무튼 굉장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긍정보다는

오랜 시간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존재감이 부럽기만 하다

변덕스런 나에겐 너무나 불가능한 항로다

IP : 115.161.xxx.2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잔의 커피..
    '14.9.24 11:06 AM (119.203.xxx.172)

    그순간 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글로 잘 옮겨 놓는 님 또한 누군가의 부러움의 존재가 될듯합니다.

    정신없는 직장생활 순간순간 님의 글에 마음 한번 잔잔하게 커피 한잔 마신 효과 누리고 갑니다.

    저 역시 40을 넘어서니 남편에게 뜨거운 사랑이라기보다 묘한 동지애와 든든함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 2. 솔로
    '14.9.24 11:06 AM (49.1.xxx.103)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공감해요.
    저랑 성격도 비슷하신듯 ^^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건 아무튼 굉장하다'

    ---- 이 삶은 가진다는거 한 생애에서 가장 축복 받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3. 김수진
    '14.9.24 11:27 AM (115.21.xxx.194)

    글이 너무 좋아 답글 남김니다

  • 4. ㅇㅇ
    '14.9.24 12:10 PM (39.119.xxx.125)

    저는 늘 갱스브르님의 팬입니다 ㅎ
    다른 어떤 고정닉보다 반가운 이름이라
    늘 놓치지않고 읽기도하지만
    읽다가 어라! 이건 갱스브르님? 하고
    다시 글쓴이 닉을 보는 경우도 있네요
    낙관이 찍힌것같은 글. 감성.
    늘 공감하며 읽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2494 남편이 이혼을 안해줘요... 시댁과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19 아ㅜ 2014/11/04 9,284
432493 아마존 직구 배대지 추천 좀 부탁드릴께요^^ .. 2014/11/04 797
432492 강뭐시기는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 건지... 2 ㅅㅇㅋㅍㅅ 2014/11/04 1,344
432491 미국인 룸메때문에 미치겠어요 51 ... 2014/11/04 11,833
432490 음주운전하는 남편 미치겠어요 7 음주운전 2014/11/04 1,807
432489 위밴드수술 충격적이네요 2 2014/11/04 3,073
432488 근데 도대체 위밴드를 애초에 왜한건가요. 21 ........ 2014/11/04 5,416
432487 국과수가 밝힌 것 vs 밝힐 것..故신해철이 남긴 단서 9 디스패치 2014/11/04 2,419
432486 저기 길냥이들..붙잡아다가 .. 5 코디 2014/11/04 1,187
432485 단독으로 이사왔는데 음식물쓰레기 통에는 비닐봉지 안되나요? 8 음식쓰레기 2014/11/04 12,098
432484 크랜베리 차 6 June 2014/11/04 1,757
432483 가정폭력으로 112에 신고했습니다. 20 직장맘 2014/11/04 7,351
432482 바자회 감동 (초간단 버전 후기~) 6 건너 마을 .. 2014/11/04 1,699
432481 동영상 파일 복사 방지하는 방법 아시는분 계신가요?? qweras.. 2014/11/04 1,093
432480 도어록의 lock unlock이 뭔가요? 1 dma 2014/11/04 1,581
432479 "우리가 얼마나 착한 백성인가 박 대통령 각하, 고이 .. 샬랄라 2014/11/04 677
432478 히트레시피 불고기를 재웠는데 쓴맛이나요 (초보 입니다ㅠㅠ) 12 .. 2014/11/04 3,174
432477 요즘 다들 패딩 입고 다니시나요? 8 심플라이프 2014/11/04 2,564
432476 회식 후 집에서 쫓겨났다 이제 들어왔네요 58 .. 2014/11/04 12,637
432475 경제에 대해서 안다고 떠드는 비전문가들에 속지 마세요 9 parsia.. 2014/11/04 1,881
432474 카페에서공부하는스승과제자들 7 스터디 2014/11/04 1,731
432473 주부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지 추천해주세요 12 위로 2014/11/04 2,691
432472 손연재 뽀송뽀송 정말 이쁘네요^^ 12 어쩜 2014/11/04 2,670
432471 술 취한 사람이 하는말들 믿으세요? 1 2014/11/04 593
432470 우리나라 성형열풍을 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18 ddd 2014/11/03 2,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