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빵집의 노부부...

갱스브르 조회수 : 3,534
작성일 : 2014-09-24 10:53:12

사실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아주 단편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의 멜로디에  빠지듯이

온 세상이 그렇게 살아질 수도 있겠단 잠시 잠깐의 인상적인 장면 때문에...

이쁜 아기, 부부의 다정한 언어, 마주 앉아 밥 먹기

집안에서 풍기는 독립적인 여유나 시시콜콜 오고가는 전화 통화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손길..등등

이벤트나 티나는 사랑보다 아주 일상적인 공유를 볼 때 마음이 스산해지고 그렇다

한창  수다 떠는 와중에 걸려오는 친구 신랑의 "어디야"?라는 묵뚝뚝함까지...

정작 본인은 피곤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며 불쾌해하지만...

그렇게 싸하게 마음 흔들어놓는 또 한 가지는 노부부의 교감이다

풍파 다 지나고 서로의 주름을 껴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영화처럼 석양을 등지고 오붓하게 손 붙잡고 걷는 모습도 멋지지만

마주 보지 않아도 두분이 앉아 조용조용 대화하고 심드렁하게 웃는 얼굴...

오늘 빵집에서 너무 따뜻한 풍경을 봤다

구석 테이블에서 할머니께 빵을 챙겨주시는 할아버지

저절로 미소가 났다

부부는 닯는다고 맑고 깨끗한 인상에 소심한 말투하며 빵 봉투를 벗기는 할아버지의 손이 무척 느리다

그 과정을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보고 계시는 할머니의 느긋함

꽃가라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할머니는 소녀같으시다...

다혈질에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 타는 성질머리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이런 조근조근한 분위기에 약하다

한참을 힐끗힐끗 봤다

노부부의 평화가 어디 처음부터 이겠나마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너무 씩씩한 엄마

그 밑에서 거두고 살아야했던... 놓아버린 갖가지 감정들이 이렇게

가끔 너무나 쌩뚱맞은 장면에서 팝업창처럼 뜬다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건 아무튼 굉장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긍정보다는

오랜 시간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존재감이 부럽기만 하다

변덕스런 나에겐 너무나 불가능한 항로다

IP : 115.161.xxx.2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잔의 커피..
    '14.9.24 11:06 AM (119.203.xxx.172)

    그순간 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글로 잘 옮겨 놓는 님 또한 누군가의 부러움의 존재가 될듯합니다.

    정신없는 직장생활 순간순간 님의 글에 마음 한번 잔잔하게 커피 한잔 마신 효과 누리고 갑니다.

    저 역시 40을 넘어서니 남편에게 뜨거운 사랑이라기보다 묘한 동지애와 든든함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 2. 솔로
    '14.9.24 11:06 AM (49.1.xxx.103)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공감해요.
    저랑 성격도 비슷하신듯 ^^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건 아무튼 굉장하다'

    ---- 이 삶은 가진다는거 한 생애에서 가장 축복 받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3. 김수진
    '14.9.24 11:27 AM (115.21.xxx.194)

    글이 너무 좋아 답글 남김니다

  • 4. ㅇㅇ
    '14.9.24 12:10 PM (39.119.xxx.125)

    저는 늘 갱스브르님의 팬입니다 ㅎ
    다른 어떤 고정닉보다 반가운 이름이라
    늘 놓치지않고 읽기도하지만
    읽다가 어라! 이건 갱스브르님? 하고
    다시 글쓴이 닉을 보는 경우도 있네요
    낙관이 찍힌것같은 글. 감성.
    늘 공감하며 읽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42311 아파트 월세매물 인터넷지역카페 직거래에 내놓아 보신분 계신가요?.. 1 직거래 2014/12/04 724
442310 역삼이나 양재역부근 일식집 추천좀 부탁 드려요~ 일식 2014/12/04 1,247
442309 영어 한 문장만 좀 봐주세요 3 플리즈 2014/12/04 535
442308 장기려 박사나 이태석 신부같은 의사는 더이상 없는걸까요? 8 정말 2014/12/04 2,184
442307 텐바이텐같은 쇼핑몰 또 있나요? 8 인터넷 2014/12/04 4,069
442306 해외취업 하신 분들 조언부탁드려요 2 질문 2014/12/04 1,046
442305 포장이사 주의점 알려주세요. 27평 가격은? 2 ... 2014/12/04 1,282
442304 82글보다 결혼때 시댁 도움없이 결혼 준비했다는분 28 .. 2014/12/04 6,742
442303 부부는 서로 몸에서 나는 냄새 인식을 못하나요? 6 냄새.. 2014/12/04 3,392
442302 국문학 전공하신 분께 운문소설에 대해서 도움 청합니다. 1 지식 2014/12/04 732
442301 대기업 임원의 임기? 5 궁금 2014/12/04 2,029
442300 김장을 어제 했는데요..맛은 어느정도 들여서 냉장해얄까요? 9 웃어요모두 2014/12/04 1,281
442299 이대 관련하여 아주 중요한 얘기! 3 깍뚜기 2014/12/04 1,963
442298 우체국실비보험 별로인가요? 3 궁금 2014/12/04 3,386
442297 딸아이 말에 눈물이 핑~~~ 9 사랑사랑 2014/12/04 3,097
442296 부모님팔순 해외여행 추천해주세요. 간절 11 궁금 2014/12/04 7,634
442295 텔레마케터일이요. 점심시간도 없나요?? 8 ㄴㄴㄴ 2014/12/04 1,531
442294 교대출신, 장학사 진로에대해아시는분 11 ㅇㅇ 2014/12/04 4,833
442293 us2사이즈가 품절이면 0을 사야할까요 4를 사야할까요? 10 ... 2014/12/04 3,082
442292 역삼 프라임아파트 어떨까요? . . 2014/12/04 1,388
442291 아기 볼이....짱구같아요 5 4개월 2014/12/04 1,143
442290 대학줄세우기,훌리건, 아웃!!!!!!!!!!!!!!!!!!!!!.. 훌리건아웃 2014/12/04 457
442289 카톡 메세지 알림 기능 오프 로 해놓으면 상대방이 아나요? 4 혹시 2014/12/04 1,320
442288 중학여자 2 교복코트 2014/12/04 513
442287 예전 글 하나가 너무 찾고 싶은데요~~ 82님들 도와주세요!! 7 LoveJW.. 2014/12/04 8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