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빵집의 노부부...

갱스브르 조회수 : 3,562
작성일 : 2014-09-24 10:53:12

사실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아주 단편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의 멜로디에  빠지듯이

온 세상이 그렇게 살아질 수도 있겠단 잠시 잠깐의 인상적인 장면 때문에...

이쁜 아기, 부부의 다정한 언어, 마주 앉아 밥 먹기

집안에서 풍기는 독립적인 여유나 시시콜콜 오고가는 전화 통화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손길..등등

이벤트나 티나는 사랑보다 아주 일상적인 공유를 볼 때 마음이 스산해지고 그렇다

한창  수다 떠는 와중에 걸려오는 친구 신랑의 "어디야"?라는 묵뚝뚝함까지...

정작 본인은 피곤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며 불쾌해하지만...

그렇게 싸하게 마음 흔들어놓는 또 한 가지는 노부부의 교감이다

풍파 다 지나고 서로의 주름을 껴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영화처럼 석양을 등지고 오붓하게 손 붙잡고 걷는 모습도 멋지지만

마주 보지 않아도 두분이 앉아 조용조용 대화하고 심드렁하게 웃는 얼굴...

오늘 빵집에서 너무 따뜻한 풍경을 봤다

구석 테이블에서 할머니께 빵을 챙겨주시는 할아버지

저절로 미소가 났다

부부는 닯는다고 맑고 깨끗한 인상에 소심한 말투하며 빵 봉투를 벗기는 할아버지의 손이 무척 느리다

그 과정을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보고 계시는 할머니의 느긋함

꽃가라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할머니는 소녀같으시다...

다혈질에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 타는 성질머리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이런 조근조근한 분위기에 약하다

한참을 힐끗힐끗 봤다

노부부의 평화가 어디 처음부터 이겠나마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너무 씩씩한 엄마

그 밑에서 거두고 살아야했던... 놓아버린 갖가지 감정들이 이렇게

가끔 너무나 쌩뚱맞은 장면에서 팝업창처럼 뜬다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건 아무튼 굉장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긍정보다는

오랜 시간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존재감이 부럽기만 하다

변덕스런 나에겐 너무나 불가능한 항로다

IP : 115.161.xxx.2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잔의 커피..
    '14.9.24 11:06 AM (119.203.xxx.172)

    그순간 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글로 잘 옮겨 놓는 님 또한 누군가의 부러움의 존재가 될듯합니다.

    정신없는 직장생활 순간순간 님의 글에 마음 한번 잔잔하게 커피 한잔 마신 효과 누리고 갑니다.

    저 역시 40을 넘어서니 남편에게 뜨거운 사랑이라기보다 묘한 동지애와 든든함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 2. 솔로
    '14.9.24 11:06 AM (49.1.xxx.103)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공감해요.
    저랑 성격도 비슷하신듯 ^^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건 아무튼 굉장하다'

    ---- 이 삶은 가진다는거 한 생애에서 가장 축복 받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3. 김수진
    '14.9.24 11:27 AM (115.21.xxx.194)

    글이 너무 좋아 답글 남김니다

  • 4. ㅇㅇ
    '14.9.24 12:10 PM (39.119.xxx.125)

    저는 늘 갱스브르님의 팬입니다 ㅎ
    다른 어떤 고정닉보다 반가운 이름이라
    늘 놓치지않고 읽기도하지만
    읽다가 어라! 이건 갱스브르님? 하고
    다시 글쓴이 닉을 보는 경우도 있네요
    낙관이 찍힌것같은 글. 감성.
    늘 공감하며 읽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56659 이제 정부도 집값올리는건 포기한건가요 7 영구임대? 2015/01/14 2,912
456658 님들요..만약 친하지 않은데 뜬금없이 생일 물어보면?? 7 가다가다 2015/01/14 1,494
456657 운동량좀 봐주세요 5 ;;;;;;.. 2015/01/14 1,026
456656 책 추천합니다 "그 남자와 결혼해" 1 .... 2015/01/14 1,658
456655 웂스~ 택시 탔는데 암내가.. 7 내음 2015/01/14 2,258
456654 그 보육교사가 정말 밉습니다. 6 나빠요 2015/01/14 1,526
456653 노래좀 찾아주세요ㅠ 어렴풋이 떠오르는 가사.. 4 첫날처럼 2015/01/14 987
456652 허삼관봤어요 3 영화 2015/01/14 3,702
456651 카드계산이라고 미리 말했는데 영수증 용지가 떨어졌다네요 2 치킨배달 2015/01/14 1,426
456650 압구정 백야 꿈은 아니겠죠 ㅡㅡ 3 bab 2015/01/14 2,627
456649 박원순은 박원순의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라! 1 꺾은붓 2015/01/14 878
456648 방금 JTBC 의사단체 입장보고 완전 빵 터졌어요 ㅎㅎㅎ 29 오홍이 2015/01/14 5,908
456647 주진우 기자 상황 심각하군요ㅠㅠ 10 걱정 2015/01/14 5,951
456646 상품을 보내줄테니 품평해달래요 11 // 2015/01/14 2,114
456645 인천 그년 정신이좀 이상한것 3 ss 2015/01/14 2,200
456644 오늘 백야 흡입력 정말 최고였어요 9 dd 2015/01/14 4,228
456643 백야 4 jtt811.. 2015/01/14 2,247
456642 집 볼 때 성사되지 않아도 중개인 사례하나요? 1 애매해 2015/01/14 1,544
456641 직장인인데 퇴근후 할일이 없어요 9 122122.. 2015/01/14 10,721
456640 역대 어린이집 폭행 사건 아가 2015/01/14 874
456639 60-70년대에도 정관수술이나 콘돔같은 피임법이 있었나요? 1 궁금 2015/01/14 1,745
456638 가계부 4 써니 2015/01/14 1,444
456637 나에게 주는 선물 8 choice.. 2015/01/14 2,264
456636 연근조림이 쓴맛이 나요 2 요리초보 2015/01/14 1,383
456635 한국이 다른나라보다 우월한 10가지 7 웃자고 쓴글.. 2015/01/14 2,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