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아주 단편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의 멜로디에 빠지듯이
온 세상이 그렇게 살아질 수도 있겠단 잠시 잠깐의 인상적인 장면 때문에...
이쁜 아기, 부부의 다정한 언어, 마주 앉아 밥 먹기
집안에서 풍기는 독립적인 여유나 시시콜콜 오고가는 전화 통화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손길..등등
이벤트나 티나는 사랑보다 아주 일상적인 공유를 볼 때 마음이 스산해지고 그렇다
한창 수다 떠는 와중에 걸려오는 친구 신랑의 "어디야"?라는 묵뚝뚝함까지...
정작 본인은 피곤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며 불쾌해하지만...
그렇게 싸하게 마음 흔들어놓는 또 한 가지는 노부부의 교감이다
풍파 다 지나고 서로의 주름을 껴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영화처럼 석양을 등지고 오붓하게 손 붙잡고 걷는 모습도 멋지지만
마주 보지 않아도 두분이 앉아 조용조용 대화하고 심드렁하게 웃는 얼굴...
오늘 빵집에서 너무 따뜻한 풍경을 봤다
구석 테이블에서 할머니께 빵을 챙겨주시는 할아버지
저절로 미소가 났다
부부는 닯는다고 맑고 깨끗한 인상에 소심한 말투하며 빵 봉투를 벗기는 할아버지의 손이 무척 느리다
그 과정을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보고 계시는 할머니의 느긋함
꽃가라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할머니는 소녀같으시다...
다혈질에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 타는 성질머리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이런 조근조근한 분위기에 약하다
한참을 힐끗힐끗 봤다
노부부의 평화가 어디 처음부터 이겠나마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너무 씩씩한 엄마
그 밑에서 거두고 살아야했던... 놓아버린 갖가지 감정들이 이렇게
가끔 너무나 쌩뚱맞은 장면에서 팝업창처럼 뜬다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건 아무튼 굉장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긍정보다는
오랜 시간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존재감이 부럽기만 하다
변덕스런 나에겐 너무나 불가능한 항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