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빵집의 노부부...

갱스브르 조회수 : 3,265
작성일 : 2014-09-24 10:53:12

사실 결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아주 단편적이고 듣기 좋은 음악의 멜로디에  빠지듯이

온 세상이 그렇게 살아질 수도 있겠단 잠시 잠깐의 인상적인 장면 때문에...

이쁜 아기, 부부의 다정한 언어, 마주 앉아 밥 먹기

집안에서 풍기는 독립적인 여유나 시시콜콜 오고가는 전화 통화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는 손길..등등

이벤트나 티나는 사랑보다 아주 일상적인 공유를 볼 때 마음이 스산해지고 그렇다

한창  수다 떠는 와중에 걸려오는 친구 신랑의 "어디야"?라는 묵뚝뚝함까지...

정작 본인은 피곤하고 감시당하는 기분이라며 불쾌해하지만...

그렇게 싸하게 마음 흔들어놓는 또 한 가지는 노부부의 교감이다

풍파 다 지나고 서로의 주름을 껴안는 모습을 보면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무슨 영화처럼 석양을 등지고 오붓하게 손 붙잡고 걷는 모습도 멋지지만

마주 보지 않아도 두분이 앉아 조용조용 대화하고 심드렁하게 웃는 얼굴...

오늘 빵집에서 너무 따뜻한 풍경을 봤다

구석 테이블에서 할머니께 빵을 챙겨주시는 할아버지

저절로 미소가 났다

부부는 닯는다고 맑고 깨끗한 인상에 소심한 말투하며 빵 봉투를 벗기는 할아버지의 손이 무척 느리다

그 과정을 말 잘 듣는 아이처럼 가만히 보고 계시는 할머니의 느긋함

꽃가라 스카프를 목에 두른 할머니는 소녀같으시다...

다혈질에 하루에도 수십 번 롤러코스터 타는 성질머리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이런 조근조근한 분위기에 약하다

한참을 힐끗힐끗 봤다

노부부의 평화가 어디 처음부터 이겠나마는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너무 씩씩한 엄마

그 밑에서 거두고 살아야했던... 놓아버린 갖가지 감정들이 이렇게

가끔 너무나 쌩뚱맞은 장면에서 팝업창처럼 뜬다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 건 아무튼 굉장하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긍정보다는

오랜 시간 누군가를 알고 있다는 존재감이 부럽기만 하다

변덕스런 나에겐 너무나 불가능한 항로다

IP : 115.161.xxx.209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한잔의 커피..
    '14.9.24 11:06 AM (119.203.xxx.172)

    그순간 한 찰나를 놓치지 않고 발견하고 글로 잘 옮겨 놓는 님 또한 누군가의 부러움의 존재가 될듯합니다.

    정신없는 직장생활 순간순간 님의 글에 마음 한번 잔잔하게 커피 한잔 마신 효과 누리고 갑니다.

    저 역시 40을 넘어서니 남편에게 뜨거운 사랑이라기보다 묘한 동지애와 든든함이 조금씩 쌓여가는 것 같습니다.

  • 2. 솔로
    '14.9.24 11:06 AM (49.1.xxx.103)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공감해요.
    저랑 성격도 비슷하신듯 ^^

    '사랑으로 만나 눈물과 미움을 먹고 가장 친한 사이가 된다는건 아무튼 굉장하다'

    ---- 이 삶은 가진다는거 한 생애에서 가장 축복 받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 3. 김수진
    '14.9.24 11:27 AM (115.21.xxx.194)

    글이 너무 좋아 답글 남김니다

  • 4. ㅇㅇ
    '14.9.24 12:10 PM (39.119.xxx.125)

    저는 늘 갱스브르님의 팬입니다 ㅎ
    다른 어떤 고정닉보다 반가운 이름이라
    늘 놓치지않고 읽기도하지만
    읽다가 어라! 이건 갱스브르님? 하고
    다시 글쓴이 닉을 보는 경우도 있네요
    낙관이 찍힌것같은 글. 감성.
    늘 공감하며 읽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0133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4 gkfk 2014/10/29 969
430132 레깅스에 신을 신발 추천해주세요 3 ㅇㅇ 2014/10/29 1,548
430131 혈압이 계속 높게 나와요. 6 운동부족이 .. 2014/10/29 2,337
430130 단통법 옹호론자들의 궤변 3 아얄 2014/10/29 457
430129 신해철 무릎팍 도사 영상입니다 7 불로불사 2014/10/29 2,997
430128 방에 라디오소리 아래층에 전달되나요? 10 복수를꿈꾸다.. 2014/10/29 2,070
430127 통뼈는 몸무게가 많이 나가도 뚱뚱하게 보이지 않나요? 7 통뼈 2014/10/29 10,656
430126 사주보면 명이 언제 다할지도.. 10 ㅡ.. 2014/10/29 10,471
430125 오전에 올라왔던 신해철의 음악도시 마지막 멘트가 음악도시 .. 2014/10/29 840
430124 같이 늙어가는 꿈-엠엘비파크에서 읽은 글처럼 dream .. 2014/10/29 884
430123 신해철씨..너무너무 우울하네요.. 10 허망... 2014/10/29 2,255
430122 미용실에서 서비스도 못 받고 돈만 뜯겼어요 ㅠ 54 섬하나 2014/10/29 13,033
430121 초5학년 교육 어려워요 5 초등 공부 2014/10/29 1,661
430120 폐렴 완치가 안 된건가여? 3 6학년 2014/10/29 3,126
430119 라이어게임 이상윤 콧대세운거 맞죠? 4 .. 2014/10/29 3,936
430118 가을철 건강관리에 가장 좋은 오과차(五果茶) 스윗길 2014/10/29 704
430117 아이 피부가 모기물린거마냥 붉은반점이 4 생기는데 왜.. 2014/10/28 1,791
430116 왜 이렇게 따돌림이 많은가 했더니.... 23 음.. 2014/10/28 10,531
430115 광물자원공사 해외사업비, 식대비가 500억원,운영비 20배 증가.. ... 2014/10/28 445
430114 제발 영면하시라고 하지 말아 주세요. 17 제발 2014/10/28 17,325
430113 내가, 아마 당신이 슬픈이유 3 영면하세요... 2014/10/28 966
430112 미인은 박명인가 봅니다 4 django.. 2014/10/28 3,244
430111 이불 새로 샀는데 너무 좋아요.. 1 2014/10/28 3,771
430110 여행일정 3 북유럽 2014/10/28 752
430109 일산..고양 덕양구청. 유가족 간담회 참석해주세요.! 2 bluebe.. 2014/10/28 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