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하기 전 남편의 장단점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며 결혼을 결심했었습니다.
다정하고 공감 능력 뛰어나고, 제법 영리한 구석이 있어서 뭐든 빨리 익히는 편이고,
행동도 굉장히 빠르고 대인관계도 좋은 편이라는 것은 장점이었어요.
반면에 우유부단하고,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변화를 별로 바라지 않는다는 점은 단점이었고요.
그런데 결혼생활 하면서 (2년차 신혼부부입니다.) 여러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어요.
특히 직장문제. 결혼 당시 다니고 있던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어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결혼 후 몇 달 뒤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그 직장은 정말이지...본인 적성에도 맞지 않고, 사람을 쥐어짜는 직장이었어요.
여기서는 반년 다니고 권고사직으로 관두게 되었고요.
그 때부터 정말 힘든 상황이 시작되더라구요.
회사에서 맡겨진 일은 효율적으로 잘 하지만, 딱히 자기계발이라고는 만 7년 남짓한 직장생활 동안
그저 직장생활 열심히 한 것 외에는 없었어요.
남편 필드에서는 영어를 잘 하면 메리트가 분명 있는데, 무직인 상태일 동안 영어공부를 권했으나
본인이 마음도 불안정하고 해서 그런지 뭔가 시작할 엄두를 못 내더군요.
하여간 그 불안한 시기를 거치고 5개월 만에 어떤 직장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여기는 겉보기엔 그럴싸해보이지만 실제 회사 실속은 하나도 없는 곳이라 들어가면서부터
구직을 계속 해야 하는 곳이었어요.
계속 이력서도 다듬고 관련 업무에 관한 교육도 받으며 스펙을 갖추다 보니
헤드헌터들한테서 이곳저곳 연락은 꽤 많이 받고 있고,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어딘가 된 곳은 없으나 그래도 예전을 생각하면 꽤 상황은 많이 나아졌어요.
그런데 현재 재직중인 회사에서 계약한 기간이 올해 연말까지라(계약직은 아닙니다.)
지금 회사에서 상사들이 돈 되는 일을 하라고 하는 것에 매우 많이 스트레스를 받아 합니다.
매일매일이 면접 같다고 해요.
그리고 본인은 칭찬받으며 자기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하며 일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니 너무 힘들다구요.
그러면서 나만 이렇게 힘든거 같다고 하며 약한 모습을 몇달 째 보고 있어요.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을 들어보니 회사가 체계라는 것이 거의 없긴 하더라구요.
뭔가 목표가 정해지고 how to에 대한 고민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냥 윗 사람들이 이제 너도 과장인데 스스로 알아서 일을 만들어 해와. 라고 윽박지르고 있는 상황...
그래서 저는 이렇게 조언을 했어요.
잘하는 일만 손에 쥐어주며 칭찬해가며 일을 시키는 상사는 없다.
직장생활에서 중간관리자가 되어가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하라고.
그리고 회사에서 너무 감정소모 하지 말고 일단은 시키는 대로 하는 척이라도 하면서
이직할 곳을 좀 더 열심히 찾아보자구요.
(뭘 모른다고 하실까봐 적는데 저도 직장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얘기하면 여기서 맨날 서로 감정이 상하기 시작해요.
남편은 그런 조언 말고 나를 좀 두둔해주는 얘기를 하면 안되냐고 불만이고,
저는 그냥 듣기 좋은 말은 문제해결에 조언이 안되니 도움되는 얘기를 하는게 더 낫지 않냐고 하면서요.
솔직히 남편은 여자같은 면이 있고, 저는 남자같은 면이 있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저는 수리공 모자를 쓰고, 남편은 자기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길 바라고요.
저는 어떻게든 인생의 동반자로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얘기를 하는데
남편이 그런 반응을 보이면 마치 떼 쓰는 아이를 받아주는 엄마가 되어버린 것 같아 저도 지칩니다.
해결이 될 기미가 보일랑 말랑 하는 남편의 이직문제도 그렇고
남편과 이런 얘기를 할 때마다 다투는 것도 싫고
연말로 갈수록 옮기는 것도 힘들어지고, 계약한 기간은 끝나가고...
세상에 힘든 사람이 나만 있는게 아니건만 1년 가까이 너무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