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숙한 덫

갱스브르 조회수 : 540
작성일 : 2014-09-23 12:10:27

가을은 기다리기도 전에 이미 왔다

아침엔 가벼운 머플러라도 있어야 한기가 가신다

날씨도 어중간하고 생활도 그에 따르다 보니 미처 옷장 정리를 못한 상황

피곤하기도 하고 잘 보일 사람? 도 없고 하니

매일 그 옷이 그 옷이다

계절에 맞춰 새옷을 사는 것도 발품 파는 신경전이 예전 만큼 재밌지가 않다

나이 들면 편한 게 왜 최고가 되는지 절실히 느낀다

충격은 항상 그렇다

편하고 애매하게 물들어갈 때 내치기 한판으로 끝난다

막 입은 티가 나는 때가 있다

정성스럽고 세련된 누군가의 모습에 반사 되는 때라던지

의기소침한 마음이 옷보다 한꺼풀 나와 초라하게 바꿔버린다

괜찮은 옷이 없는 것도 아니다

쇼핑이라고 하긴 하는데 골라 집에 와 놓고 보면

익숙한 취향의 것들

분명 다르다 생각하고 신중히 고른 것임에도

어디선가 변형된 디자인에 지나지 않은 예전의  그런 조합들

톤 다운된 파스텔과 무채색의 만남은 너무 고요하고 준엄해서 답답하다

젊은 혈기가 장식이 되고 홍조가 빛이 돼 그런 우중중한 색감도

따뜻한 분위기로 소화하던 때는 지났다

친구도, 옷도, 신도...

늘 친숙한 것만 취한다

갈수록 더한다

옷에도 입었던 온기가 없으니 박제된 꽃같고

보기만 할 뿐 에이 나중에 라며 손이 안 간다

큰맘 먹고 외출하기 전 옷장 쑤셔가며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결국엔 시간에 쫓겨 익숙한 나를 입었다

가끔 급할 때 기발한 센스가 나오기도 한다

무심한 룩이라는 게 자다 깬 부수스한 자연스런 머리가

파리하지만 매끈한 민낯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다 주워담지 못한 미어터지는 옷장을 보니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지 싶다

옷장에 쳐박혀 몇 년을 빛도 못 보고 색이 바래져 가는 건 내가 빈곤해지는 일이다

정류장 앞에 주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있다

지금 이 거리에서 상당히 튄다

근데 이쁘긴 이쁘다

 

 

 

 

 

 

IP : 115.161.xxx.20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9.23 12:21 PM (180.228.xxx.78)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3262 다시 태어나면 결혼은 절대 안하고 싶어요 7 가을비 2014/10/02 3,383
423261 아기 낯가림 ㅠㅠ도와주세요 2 찐빵하나 2014/10/02 1,550
423260 양장피 팔보채 유산슬중 뭐드시고싶으세요?? 15 잉..., 2014/10/02 5,081
423259 두피마사지 받으시는분 1 ㅣㅣ 2014/10/02 903
423258 실크머플러..같은 패션 소품이요.. 1 .. 2014/10/02 825
423257 고3 수시상담 좀 해주세요 8 핑크녀 2014/10/02 2,384
423256 캐나다 교민 시위를 졸졸 따라다니며 방해하던 트럭의 정체 트럭의정체 2014/10/02 1,301
423255 템포쓸때 소변누면 7 무식한질문 2014/10/02 13,654
423254 일본에서 관세내고 골프채 사오는 것 괜찮을까요? 골프 2014/10/02 1,425
423253 10살어린 직원 이모라고 부르네요 27 40초반 2014/10/02 4,321
423252 얼굴 경락해보신분 계세요? 10 rr 2014/10/02 5,740
423251 아이폰 4 쓰시는 분들 어때요? 17 뚜비뚜바 2014/10/02 1,831
423250 딸아이 사랑니 시티까지 찍었네요 5 사랑니 2014/10/02 1,960
423249 임신8개월 절친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39 가야할지말지.. 2014/10/02 4,459
423248 임신기간 왜이리힘들죠.. 1 .. 2014/10/02 765
423247 성격이 긍정적이고 느긋한 사람 보셨나요? 9 ........ 2014/10/02 6,687
423246 펑합니다. 댓글감사해요. 35 이혼이 답?.. 2014/10/02 13,257
423245 드라이브 ... 2014/10/02 631
423244 서태지 음악...진짜..... 39 ㅎㅎ 2014/10/02 12,485
423243 고3 학교 정해지면 안가도 되나요 ? 5 2014/10/02 2,483
423242 바자회때 저랑 같이 그릇 팔았던분 어디 계세요? 2 핑크블라우스.. 2014/10/02 1,457
423241 세입자인데...보일러 문의드려요. 3 초보자 2014/10/02 1,055
423240 저명한 이란 말이 어렵나요? 12 ㅇㅇ 2014/10/02 3,366
423239 아줌마 출근같은교육 3시간반받고왔는데... 2014/10/02 690
423238 시아버지 말씀이 기분 나빠요. 80 외며늘 2014/10/02 13,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