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숙한 덫

갱스브르 조회수 : 501
작성일 : 2014-09-23 12:10:27

가을은 기다리기도 전에 이미 왔다

아침엔 가벼운 머플러라도 있어야 한기가 가신다

날씨도 어중간하고 생활도 그에 따르다 보니 미처 옷장 정리를 못한 상황

피곤하기도 하고 잘 보일 사람? 도 없고 하니

매일 그 옷이 그 옷이다

계절에 맞춰 새옷을 사는 것도 발품 파는 신경전이 예전 만큼 재밌지가 않다

나이 들면 편한 게 왜 최고가 되는지 절실히 느낀다

충격은 항상 그렇다

편하고 애매하게 물들어갈 때 내치기 한판으로 끝난다

막 입은 티가 나는 때가 있다

정성스럽고 세련된 누군가의 모습에 반사 되는 때라던지

의기소침한 마음이 옷보다 한꺼풀 나와 초라하게 바꿔버린다

괜찮은 옷이 없는 것도 아니다

쇼핑이라고 하긴 하는데 골라 집에 와 놓고 보면

익숙한 취향의 것들

분명 다르다 생각하고 신중히 고른 것임에도

어디선가 변형된 디자인에 지나지 않은 예전의  그런 조합들

톤 다운된 파스텔과 무채색의 만남은 너무 고요하고 준엄해서 답답하다

젊은 혈기가 장식이 되고 홍조가 빛이 돼 그런 우중중한 색감도

따뜻한 분위기로 소화하던 때는 지났다

친구도, 옷도, 신도...

늘 친숙한 것만 취한다

갈수록 더한다

옷에도 입었던 온기가 없으니 박제된 꽃같고

보기만 할 뿐 에이 나중에 라며 손이 안 간다

큰맘 먹고 외출하기 전 옷장 쑤셔가며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결국엔 시간에 쫓겨 익숙한 나를 입었다

가끔 급할 때 기발한 센스가 나오기도 한다

무심한 룩이라는 게 자다 깬 부수스한 자연스런 머리가

파리하지만 매끈한 민낯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다 주워담지 못한 미어터지는 옷장을 보니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지 싶다

옷장에 쳐박혀 몇 년을 빛도 못 보고 색이 바래져 가는 건 내가 빈곤해지는 일이다

정류장 앞에 주홍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있다

지금 이 거리에서 상당히 튄다

근데 이쁘긴 이쁘다

 

 

 

 

 

 

IP : 115.161.xxx.209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9.23 12:21 PM (180.228.xxx.78)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30962 퇴거 앞둔 독거노인, '국밥값' 남기고 목숨 끊어 8 참맛 2014/10/31 1,945
430961 남편때문에 미치겠어요. 답이 있을까요........ 77 아무리 애써.. 2014/10/31 13,226
430960 신해철 씨 부인, 병원 상대 고소장 제출 17 .. 2014/10/31 4,033
430959 박근혜 ”나를 믿고 투자해달라” 12 세우실 2014/10/31 2,139
430958 마일리지로 업그레이드 되는 항공권이요... 4 .... 2014/10/31 944
430957 벌교꼬막 먹고싶은데, 택배주문하시는 분 계세요? 1 혹시 2014/10/31 1,950
430956 서울 자사고 6개교 최종 지정취소 13 루나레나10.. 2014/10/31 3,046
430955 신해철씨 이제껏 본 사진중 제일 슬픈 모습 22 넘맘아픔 2014/10/31 12,822
430954 초등학생 급식을 성적순으로..도 넘은 '학생 줄세우기' 9 샬랄라 2014/10/31 1,916
430953 어제부터 오줌을 누면 거품이 생겨요 2 고민 2014/10/31 2,132
430952 일베 욕할거없네요 여기 일부 아줌마들 연예인한테 배설하는 댓글다.. 30 i 2014/10/31 2,338
430951 신해철]며칠이라도 같이 있을수 있다는 것에 위로가 돼요 4 ... 2014/10/31 1,098
430950 못봤던 신해철씨 인터뷰 내용~ 3 1111 2014/10/31 1,763
430949 왜 훌륭한 사람들이 먼저 가야 하나요? ㅠ 4 현실 2014/10/31 559
430948 티비에 나오는 미국국적 연예인들 보면 누구는 영어가 유창하게 느.. 14 런천미트 2014/10/31 3,927
430947 세월호 사건이 특히 더 안타까운게요.. 4 ... 2014/10/31 1,076
430946 수저 어디에 보관하세요? 2 알려주세요 2014/10/31 1,115
430945 백일아가 6 엄마 2014/10/31 740
430944 동치미 담그는 시기 외동맘 2014/10/31 3,866
430943 치매가 오려는지 ㅠㅠ 13 .. 2014/10/31 2,651
430942 몸매관리 노하우들 하나씩은 있으시죠? 16 오늘 10월.. 2014/10/31 6,148
430941 70년생 의대 입결은 지금이랑 많이 달라요 29 지나가다 2014/10/31 7,510
430940 고입도 자소서 쓰고 가네요 내년에도 그런가요? 1 자사고입시 2014/10/31 894
430939 하와이에서 원두사왔는데 커피 봉투가 단단하게 압착됬어요 5 코나원두커피.. 2014/10/31 1,447
430938 어제 부검했으면 한다는 글쓴 사람인데요... 5 다행 2014/10/31 2,168